일심동체
- DNF 데스페라도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33회 주제 : 일심동체
저 공포의 은신처 몹 너무 시러요 진짜 아아아ㅏ 던파 그로테스크한 몹은 상관없는데 패턴조절좀(엎어)
일심동체
written by Esoruen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잡음을 만들어낸다. 낯선 땅, 기묘한 공기, 처음 보는 몬스터들과 아는 게 없는 지형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실력을 내는 것이 황도도 인정한 무법자라는 것이지. 루엔은 바닥을 뒹구는 돌연변이들의 시체를 걷어차며 얼굴에 튄 오물을 닦았다.
‘도대체 뭐야, 이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자신은 볼꼴 못 볼꼴을 다 보고 자란 사람이었다. 좀비도 봤었고, 역병에 몸이 녹아내리거나 서로 융합되어 꿈틀거리던 흑요정도 봤지. 하지만, 이것들은 ‘돌연변이’ 이외에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몬스터도 인간도 아닌 모습을 네발짐승들.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울고, 집단생활을 하며 은신처로 흘러들어온 것들은 무엇이든 공격한다.
“둘만 오길 잘했네. 거 황녀님이 봤다간 하루 종일 굶었겠는데.”
물론 전투에 능숙한 제국의 황녀가 그 정도로 비위가 약하거나 마음이 약할 리는 없지만 그녀는 듣는 귀가 없다는 걸 알고 저런 농담을 쉽게 꺼냈다.
‘데스페라도는 소식이 없네. 역시 같이 다닐 걸 그랬나?’
레야라고 하던가. 피피의 부탁을 받아 사람을 찾으러 온 데스페라도와 루엔은 처음에는 함께 행동하다가 갑작스러운 돌연변이 무리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말았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적, 피하고 쫒아가다 보면 서로를 놓치는 건 무리도 아니다. 무법지대에서 카르텔을 사냥할 때는 자주 있던 일이었으니까.
다만, 여기는 자신들의 사랑스러운 고향이 아니다.
처음 보는 것들만 한가득한 이 곳에, 은신처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서 개별행동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물론 데스페라도가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이건 자만 같지만, 설령 제가 잘못될 수는 있어도 제 연인은 누구에게 죽을 위인이 아니라는 걸 루엔은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데스페라도도 아마, 자신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겠지.
“…문제는, 총알인가….”
리볼버와 탄환만 있으면 무서울 것도 없다. 사도도, 영원할 것 같던 카르텔의 수장도 끝장 낸 실력인데 겨우 다른 세계의 몬스터 따위가 무섭겠는가. 물론 마계가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마계에서 건너온 사도를 처리한 적이 있는 그녀에겐 두려움이라는 게 없었다. 안일함으로 보일 정도의 자신감. 그것이 무법지대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오만함이었다.
“크악!”
“아.”
뒤에서 소리가 났다. 상대가 뭔지도 확인하지 않은 루엔은 막 탄환을 채운 리볼버를 등 뒤로 돌려 쐈다. 총성과 거의 동시에 울리는 것은 짐승의 비명. 한 박자 늦게 뒤를 돌아본 그녀는 아까 전에 본 돌연변이와는 조금 다르게 생긴 몬스터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걸 확인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뭐가 이렇게 끝이 없어. 역시 안 되겠어, 다음에 다시 와야지. 사람 찾기 전에 산 사람이 죽겠네.”
물론 그 레야라고 하는 인간이 죽었을 거라 확신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 흘러들어온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에야 죽지 않았을까. 비관적인 생각을 하며 코트를 턴 그녀는 제가 걸어온 길을 반대로 걸어갔다. 이제 총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제발 그 어떤 적도 안 나타나면 좋겠는데.
“…아 맙소사.”
분명 경로를 정확하게 되돌아왔는데. 왜 아까는 없던 몬스터가 자신을 반기고 있는 걸까. 루엔은 시체와 같이 검푸른 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앉아있는 낯선 몬스터들을 보고 소리 죽여 뒷걸음질을 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
울음소리 하나 없이 동시에 자신을 향해 뒤돌아보는 머리들. 비어있는 눈구멍 사이, 번뜩이는 불빛이 불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지. 허탈하게 웃은 그녀는 양 손에 든 리볼버를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키에엑!”
“여기 멀쩡한 생명체가 있긴 한 거야?!”
다소 과격한 투정을 하며 방아쇠를 당기자,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두 서번트의 머리가 날아갔다. 아무리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라도, 결국 머리를 한방에 날리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법이지. 생명이란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법이었다. 정확히는, 생은 어렵고 사는 간단한 걸지도 모르지만.
탕. 탕. 쉬지도 않고 불을 뿜는 리볼버와 달리는 루엔 덕분에 날개를 가진 짐승들은 반 이상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크.’ 열심히 방아쇠를 당기던 그녀는 순식간에 비어버린 리볼버의 탄창에 총알을 넣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어?”
분명 두 뭉치는 남아있었던 것 같은데. 왜 주머니가 비어있지.
망했다. 루엔은 쓴웃음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 잠깐 당황했지만 운명은 자신을 버리지 않는 법이었다. 날개가 퍼덕거리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희미한 사람 발자국소리. 몇 년이나 들어 익숙한 저 걸음걸이는 분명.
“데스페라도!”
요란하게도 싸웠으니, 제 목소리를 듣고 온 걸지도 모른다. 그리 믿은 루엔은 상대방이 듣지 못할 수가 없게 큰 소리로 외쳤다.
“루엔!”
가까워지는 목소리. 제 것이 아닌 총성이 한번 울리고, 무언가가 제 옆으로 날아왔다.
눈앞의 적이 사라진 틈을 노려 제 발치로 날아온 리볼버를 주워든 그녀는 6발이 모두 장전된 것을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무게에 씩 웃었다.
‘하여간, 이런 점이 너무 좋다니까.’
원래도 눈치가 빠른 그이긴 하지만, 자신에 한해선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이리도 원하는 걸 척척 넘겨준다. 사실 이쯤 되면, 몸이 둘일 뿐 생각하는 건 똑같은 게 아닐까.
여유롭게 시야에 보이는 목표물들을 쏘아 떨어뜨린 그녀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연인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웃을 때냐.’ 데스페라도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래도 무사하다는 것은 다행이라는 듯 곧 그녀와 똑같이 웃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