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도서관이나 교실에 남아 글을 쓰고, 원고가 없는 날에는 농구부가 연습하는 체육관으로 향한다. 원고를 할 때는 제가 방해를 받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 상황은 잘 없으니 편할 대로 행동하는 그녀지만, 후자의 경우엔 나름대로 규칙이 있었다.
농구부의 모두가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참관만 하다가, 연습이 마치면 언제 와있었냐는 듯 하야마와 같이 귀가한다. 여유가 있다면 마실 거라도 사주고,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면 같이 시내에 나가기도 했지. 어찌 보면 평범하고, 어찌 보면 따분한 방과 후 동선. 미하네는 그런 점이 좋았다. 일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루한’ 느낌이 가장 좋았으니까.
“아, 미하네~!”
오늘은 쓸 글이 있었지만 그녀는 하야마를 기다리는 걸 선택했다. 미하네는 길고 긴 연습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그를 반겨주며 가방 속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꺼냈다.
“수고했어, 자.”
“아, 고마워! 차갑다! 방금 사온 거야?”
“응. 자판기에서 뽑은 거지만.”
그녀의 말에는 ‘자판기에서 급하게 뽑은 거라 미안하다.’는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피곤한 와중 연인을 본 하야마에겐 이 음료수는 미안할 이유는 한 방울도 없는 선물이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음료수 캔을 딴 그는 단숨에 음료를 들이키려다가 멈칫했다.
“미하네는 안 마셔?”
“난 괜찮아.”
“나 혼자 먹는 건 미안한데….”
“하지만 난 별로 목마르지 않으니까. 코타로가 다 마셔도 돼.”
‘으음.’ 입을 삐죽이며 음료수를 내려다보던 하야마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목을 축였다. 익숙한 맛의 이온음료는 평소와 그다지 다를 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하야마는 한 모금 마신 것만으로도 온 몸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미하네가 올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걸!”
“너, 지금 그 말…. 오늘 대충대충 했다는 거냐?”
“윽, 아카시한테는 비밀이야!”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네부야의 한 마디에, 하야마는 깜짝 놀라 털을 부풀리는 고양이처럼 몸을 움츠리며 속닥거렸다. ‘아, 네.’ 처음부터 이를 생각은 없다는 듯 대충 대답한 그는 자신을 향해 목례를 하는 미하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늘 생각하는 건데, 넌 진짜 조용해서 와도 온 줄 모르겠다니까.”
“그래?”
“그래. 보통 연습 구경 온 여자애들 중 너처럼 조용히 구경하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 다들 꺅꺅거리기 바쁘지. 주로 아카시에게.”
“…그렇구나.”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후배라서 통성명만 겨우 한 정도지만 아카시 세이쥬로라는 남학생은 그녀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인물이었으니까. 뛰어난 외모, 우수한 성적, 거기에 농구부의 주장이고 집안까지 좋다니. 마치 할리퀸 소설의 남주인공 같지 않은가.
“앗, 그래도 미하네는 나만 보니까 말이야! 그렇지?”
“뭐…, 그렇지.”
“잠깐!! 중간의 침묵 뭐야?! 미하네도 아카시 봤어?!”
“그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살폈으니까. 물론 코타로를 제일 많이 보긴 했어도….”
그녀의 말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다. 미하네는 선수들이 잔뜩 움직이고 있는 이 생명력 넘치는 체육관 분위기가 좋아 전체적으로 시선을 두긴 했지만, 그래도 제일 많이 지켜보는 건 하야마의 모습이었으니까.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인다던가,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지쳐 보이는데 괜찮은지 고민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