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활짝 열며 자신을 반기는 초선은 다행스럽게도 무사해 보였다. 후우. 작게 한숨 쉰 조조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얼굴을 순식간에 펴며 몸을 낮춰 상대와 눈을 맞췄다.
“초선아, 유치원은 잘 다녀왔어? 소제 언니는?”
“잘 다녀왔어! 언니는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갔어.”
“그랬구나. 혼자 집 잘 보고 있었네?”
그는 초선을 가볍게 끌어안고 어깨를 토닥이며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그녀를 떠올렸다. 일이 생겼다면 아마 서에서 부른 것이겠지. 사건이라도 터진 걸까. 지금은 경찰을 관둔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그게 레전드히어로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그렇다면 소제 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겠지만, 이래저래 골치 아파질 텐데.
“아저씨, 나 아저씨한테 줄 거 있어!”
“응? 아저씨한테?”
“기다려봐? 헤헤.”
초선은 작은 요정처럼 사랑스럽게 웃고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렇게 뛰면 넘어져.’ 다정하게 다그치면서 그 뒤를 따르는 조조는 잘 정리된 집에 내심 안심했다.
존경하는 선배가 없어도 초선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자신과, 소제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 어리고 작은 것을 돌봐줄 수 있는 손길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그는 초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 선물이야, 아저씨!”
잠깐 부엌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던 초선은 포장도 뜯지 않은 막대과자 한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갑자기 과자라니. 보통은 제가 사주는 쪽이었지 받은 적은 없었다. 낯선 아이의 행동에 조조는 잠깐 침묵에 빠졌지만, 초선은 그런 조조를 위해 제 선물의 이유를 조잘조잘 설명해 주었다.
“오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막대과자를 주는 날이라고 그랬어! 초선이는 유치원에서 받았고, 소제 언니에게도 받았어!”
“그래? 그럼 아저씨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주는 거야?”
“응! 아, 그리고 이것도!”
제게 과자를 넘겨준 초선은 식탁 위에 올려져있는 다른 막대과자를 내밀었다. 초선이 준 것과 똑같은 과자, 하지만 과자 곽에는 작은 쪽지가 붙어있었다. ‘소제가 사 준거였군.’ 그는 초선이 어째서 제게 줄 과자를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짐작하고 소제의 선물을 받았다.
“이건 소제 언니가 전해달라고 했어!”
“그렇구나. 잘 먹을게. 아저씨 것도 챙겨줘서 고마워.”
‘만약 왕윤 선배가 살아있었다면, 선배도 이걸 받았을 텐데.’ 조조는 그답지 않게 감상적인 생각을 해버렸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소제는 지금 초선의 보호자였고, 원래 이 보호자의 자리는 왕윤의 것이었으니까. 어쩌면 이 과자도 제가 아니라 왕윤이 받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무슨 쪽지지?’
마음은 심란하지만, 초선이 보는 앞에서 우울한 표정을 지을 순 없다. 애써 떠오르는 좋지 못한 생각을 잠시 떨쳐낸 그는 소제가 붙여놓은 쪽지를 펼쳐 읽어보았다.
‘단건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요. 하지만 선배는 어쩐지 단 걸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으니까, 초선이에게 줘도 괜찮아요.’
사건 때문에 급히 서로 가야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걸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걸까. 참으로 그녀답다. 조조는 마지막 문구와 초선을 번갈아 보다가, 슬쩍 쪽지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럼 아저씨도 과자 사줄게. 받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정말? 아저씨 최고!”
“그래. 일단 나가자. 아저씨 손 꼭 잡고.”
신이 나서 방방 뛰는 초선의 손을 꼭 쥔 조조는 소제의 과자를 제대로 제 가방에 챙겨 넣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남이 준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 먹을거리라는 이유만으로 남에게 넘길 만큼 나쁜 놈은 아니다. 게다가 저렇게 쪽지까지 붙여놓으면, 어떻게 줘버리겠는가.
초선에겐 더 좋은 걸 더 많이 사주면 그만이다. 이 과자는, 제가 받아도 좋은 것이다.
‘답례는 못 주겠지만.’
소제가 여기 있었다면 같이 과자를 사러가서 슬쩍 품에 찔러줬을 텐데. 아쉽게 된 일이었다. 피곤과 걱정에 찌든 그의 얼굴이, 잠깐이나마 옅은 미소로 번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