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Other

[제드쉔] 달의 그림자

Еsoruen 2013. 12. 14. 18:21

 

 

달의 그림자

written by Esoruen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이었다.

대나무 숲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은 축축하고 서늘했다. 툇마루에서 자고 있는 쉔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제드는 그가 마치 죽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지만, 미묘하게 위 아래로 움직이며 숨을 내뱉는 흉부의 움직임으로 쉔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목을 조르면, 숨도 못 쉬고 그대로 죽어버리는데. 인간이란 그렇게 쉽게 죽는 것이고 살인이란 그렇게 쉬웠다.

제드는 언제나 쉔을 죽이고 싶어 했다. 밥을 먹는 순간에도, 대련을 하는 순간에도, 잠에 드는 순간에도. 이유는 별 다른 것 없었다. 언제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열등감과, 이유를 모를 불쾌감. 그것들은 늘 제드를 괴롭혔다.

찌르르,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혹시 저 소리에 쉔이 깨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풀숲에서는 벌레의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거슬리는 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며 쉔의 옆에 앉은 제드는 언제나 복면을 써서 새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제 아비와 닮았다.

그는 몇 년 전, 처음 스승에게 주워진 날을 떠올렸다. 고아인 자신을 거둔 스승은, 쉔의 부모이자 킨코우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다. 제드는 다행스럽게도 닌자 무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쉔과의 승부에선 이긴 적이 없었다. 둘의 승부는 언제나 무승부. 하지만 그것은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였다. 실력이 동등한 이상 서열이 훨씬 높은 쉔을 제치고 제드가 수제자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제드는 쉔이 미웠다. 미워하는 마음이 먼저인지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먼저인지도 모를 만큼 감정은 격하고 깊었다. 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쉔은 제드에게 어떤 악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쉔은 제드에게 친절했다. 아니, 그것이 친절한 것인지 단순히 주워온 아이에 대한 따뜻한 동정이었는지는 제드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나이자릿수가 겨우 두 자리가 되었을 무렵부터 쉔은 킨코우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균형을 중요시 해왔다는 것이다. 남에게 편견 같은 것을 가질리 없는 쉔이 자신을 동정했을까. 그런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복잡했다. 쉔의 다정함은, 제드의 아픔을 가속시켜왔다.

움찔. 쉔의 손이 떨리는 것을 발견한 제드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찬바람에 오래 노출되었던 탓일까,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의 손은 차가웠다.

 

“제드”

 

눈을 뜬 쉔은 제드를 바라보지도 않고 그 이름을 불렀다.

 

“이런 곳에서 취침이라니. 무엇 하다가 잠에 든 것이냐”

“달을 보고 있었네”

 

하현달을 바라보며 쉔은 웃었다. 이렇게 웃는 쉔을 본 것도 얼마만이던가. 제드는 굳게 입을 다물고 그 시선을 따라갔다. 눈처럼 하얀 달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혼자 돋보이고 있었다. 균형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눈부신 빛에 제드는 감탄했다.

 

“있잖아, 제드”

 

그의 말투는 평소의 격식이 없었다. 쉔이 평소의 말투가 아니라, 평범한 제 또래들이 쓰는 말투를 쓰는 것은 제드만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였다. 제드는 그것이 마치 어리광 같다고 생각했다. 균형과 무술사이에 짓눌린, 10대 중반 소년의 어리광.

 

“달은 그림자가 없어. 알아?”

“뭐?”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제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밖에서 자다가 감기라도 들려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쉔의 말은 뜬금없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는 거라고 책에서 봤어”

“그래?”

“신기하지? 모든 것이 다 빛을 받으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달은 오히려 빛을 내서 다른 것들의 그림자를 만들어”

“…헛소리…”

 

하하. 쉔은 소리 내어 웃으며 제드를 바라보았다. 분명 방금 전 까지 잠들어 있었던 주제에, 쉔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빛나고 있었다.

 

“들어가서 자, 감기에 걸린다”

“내가 심려를 끼치게 하였나?”

 

평소에 말투대로 돌아온 쉔은 방금까지 제가 무슨 말이라도 했냐는 듯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씹어 삼킨 제드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네놈을 걱정해야 하지? 뒈져버려”

 

쉔은 그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웃어주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제드는 농담이 아니었다. 자신이 지금 왜 죽어버리길 바라는 쉔을 걱정하는지 몰랐고, 진짜로 죽어버려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마루를 걸어가는 쉔의 발자국은 소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달의 그림자처럼.

 

 

+

 

두 사람이 아직 사이가 틀어지기전 이라고 쓰고 청소년 시절 날조 소설

제드쉔 파세요 제드쉔 ㅠㅠ 롤 최애 커플링입니다 흐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