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Kurobas/토오학원

[약금/와카이마] 동거인

Еsoruen 2013. 12. 26. 03:24

 

(금우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합작글은 이곳 → http://blog.naver.com/vmfpxldhs/30181966226 )

 

 

동거인

written by Esoruen

 

핸드폰 알람의 시끄러운 소리에 와카마츠는 겨우 눈을 떴다. 어제 늦게 잤던 탓일까, 평소라면 벌떡 일어날 수 있을 시간인데도 그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힘겹게 팔을 뻗어, 습관적으로 옆을 더듬자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언제 들어오신 거야…”

 

허탈한 표정으로 동거인의 귀가를 확인한 와카마츠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요시는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는지, 어제 외출했던 복장 그대로 침대에 엎어진 모양새로 자고 있었다. 방 안에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걸 봐선 분명 술도 마신 것 같았다. 어차피 성인이니까 술을 마시던 담배를 피던 와카마츠가 간섭할 일은 아니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와카마츠와 이마요시는, 지금 1년째 동거중이다.

이마요시는 와카마츠보다 1년 먼저 졸업해 작은 오피스텔을 구해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와카마츠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가끔 그의 원룸에 혼자 오기도 하고, 후배들이나 스사와 함께 오갔기만 할 뿐 자신이 언젠가 이 방에서 이마요시와 함께 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같이 살게 된 것은 와카마츠가 졸업한 후, 이마요시가 찾아와서 한 제안 때문이었다.

 

“니, 내랑 같이 살래?”

 

와카마츠가 가게 된 대학과 이마요시가 가게 된 대학 사이 쯤 있는 이마요시의 자취방은 사실 위치적인 이유로만 따지면 절대 와카마츠가 거절할 이유가 없는 좋은 위치였다. 하지만 와카마츠는 처음엔 망설였다. 정말 그와 같이 살아도 좋을지, 실례가 아닐지를 생각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것저것 걱정되는 일 보다는 이마요시와 함께 산다는 설렘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침대에서 빠져나온 와카마츠는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가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물을 끓였다. 이런 걸로 배가 찰 와카마츠가 아니었지만, 아침 강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배가 고프면 밖에서 뭐라도 사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인스턴트커피를 들고, 잼을 바른 토스트를 입에 물고, 와카마츠는 베란다 근처에 앉아 해가 뜨는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바깥은 아직 추워보였고, 이마요시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술 냄새라도 빠지게 해야 할 것 같아 베란다 문을 열자 서늘한 아침공기가 순식간에 방 안으로 밀어닥쳐왔다.

 

“아”

 

바람이 들어오자 베란다에 걸린 커튼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크게 요동쳤다. 베이지색에 레이스가 달린 지극히 여성스러운 이 커튼은, 전에 살던 사람이 달아놓고 두고 간 것이었다. 전에 살던 사람은 여자였다고 이마요시에게 들은 것을 떠올리며, 그는 나부끼는 커튼을 잡았다. 싸구려 천의 묘한 질감은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남자 둘이서 사는 집의 분위기에 비하면 더없이 산뜻했다.

 

“와카마츠… 춥다… 문 닫으래이”

 

찬바람이 들어오자 정신이 든 것인지 이마요시는 잠긴 목소리로 고개를 들었다.어쩐지 자신이 깨운 것 같아 미안해진 와카마츠는 곧바로 문을 닫고,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 이마요시에게 다가갔다.

 

“어제 몇 시에 들어오셨어요?”

“몰겠다, 아마… 세시는 넘은 것 같은디”

“기다리다 자버렸잖아요, 왜 그렇게 늦었어요?”

“아들이랑 쪼매 한잔 한다고”

 

킥킥 웃으며 이마요시는 잔을 기울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불려나간 건가. 와카마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마요시는 공부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은, 대학에서도 인기인인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자주 술자리에 끌려가곤 했었다. 이마요시도 술이 싫은 것은 아닌지 거절하는 적은 적었고, 그럴수록 와카마츠의 속은 타들어 갔다.

 

“걱정했잖아요, 연락이라도 주시지”

“와. 내가 가시나 끼고 놀까봐?”

“그런 게 아니잖아요!”

 

사실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 와카마츠는 일단 그 말을 부정했다.

 

“전 강의 갔다 올게요. 아침 챙겨 드세요”

“내 좀 일으켜주고 가면 안 되나?”

“애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와카마츠는 이미 이마요시를 잡고 일으키고 있는 후였다. 침대에 앉게 상체를 일으켜 주자 이마요시는 늘어져라 하품을 하고 안경을 고쳐 썼다.

 

“아가 아니라 니 마누라제”

“뭐라는 거예요!!”

“아이고, 니는 마 고등학교 때랑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런 게 좋은 거지만”

 

부끄러워서 소리 지르는 와카마츠가 귀여운지 이마요시는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이제는 익숙해 질 법한 놀림인데도, 와카마츠는 늘 이마요시가 던지는 농담에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워했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것임을 아는 이마요시는, 도저히 이 장난을 멈출 수 없었다.

 

“어, 어쨌든 다녀올게요!”

“오야”

 

이마요시는 언제나처럼 와카마츠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