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에서 졸고 있는 아오미네를 깨운 것은 귀를 찢을 정도로 큰 고함소리였다. 흡연실 안 사람들이 모두 흠칫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음에도 아오미네는 겨우 일어나서 하품을 할 뿐,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아 진짜, 꿀잠 자고 있었는데”
“너! 또 사쿠라이에게 순찰 맞기고 놀고 있는 거지?! 이마요시 선배에게 다 듣고 왔다고!”
아오미네의 선배인 와카마츠는 태평하게 기지개를 펴는 그를 혼내며 핏대를 세웠다. 한두 번도 아닌 땡땡이, 조금 덜 혼낸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정말 쓸데없이 열혈인 선배라며 속으로 흉을 본 아오미네는 벗어둔 경찰모를 쓰고 흡연실을 나왔다.
“뭐 어때, 선배도 그 녀석에게 시키고 쉬어 가끔”
“사쿠라이는 무슨 죄냐! 내가 그런 짓을 할 거 같아?!”
“네, 네, 열혈 경찰 와카마츠씨”
선배의 충고를 귓등으로 들으며 제 경찰서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제 자리에 앉아 눈앞의 서류들을 뒤적였다. 이것도 전부 다른 사람에게 시켜버릴까. 잠시 고민한 그였지만 이것까지 남에게 넘기면 이번엔 와카마츠가 아닌 이마요시가 잔소리를 할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제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아오미네는 필통에서 펜을 꺼내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의 손이 닿은 것은 필통이 아니었다.
‘툭’
“아, 이런”
필통 근처에 있던 탁상 액자를 실수로 건드린 그는 쓰러진 액자를 세우며 혀를 찼다. 액자 안에는 금발의 미남이 잔뜩 신난 표정으로 인상을 쓴 아오미네를 안고 한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었다.
“깨질 뻔 했네”
낮게 웃으며 액자의 사진을 보던 아오미네는 제 연인, 키세 료타를 떠올렸다. 이 사진은 5년 전, 대학을 입학할 때 찍었던 것으로 둘은 같은 학교를 중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사이었다. 하지만 사귄 것은 정작 다른 학교로 떨어진 고등학교 때였다. 고백을 한 것은 아오미네였고, 키세는 조금의 거절도 없이 그 고백을 받아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 귀국한다고 했던가”
달력을 확인하며 아오미네는 머리를 긁적였다. 키세는 항공기의 파일럿으로, 유명 항공사에 취직하여 출장이 잦은 입장이었다. 아오미네도 경찰로서 휴일이 없긴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은 데이트하기도 쉽지 않았기에 아오미네는 되도록 자신이 키세가 입국하는 날 공항으로 가 그를 맞이해 주는 식으로 데이트를 하였다.
“이번에도 안 가면 분명 삐져서 울겠지, 이미 삐진 건 아니려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오미네는 피식 웃었다. 사실 저번 귀국 때, 아오미네는 경찰서에 급한 사건이 생겨 키세에게 가지 못했다. 키세는 전화로 하는 말로는 ‘아오미넷치는 경찰이니 이해 해 줄 수 있슴다’ 라고 했지만, 목소리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오미네는 그게 마음에 걸려 이번만큼은 꼭 가주고 싶었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려던 아오미네는 아까 흡연실에서 담배를 다 핀 것을 떠올리고 할 수 없이 껌을 꺼내 입안에 넣었다. 딱딱한 껌을 두세 번 씹자, 달콤 쌉싸름한 페퍼민트의 향과 단물이 입안에 가득 차올랐다.
“여어, 아오미네”
“응?”
사진을 보던 아오미네에게 다가온 것은 선배중 한명인 스사였다.
“이거, 네 앞으로 와있어”
“하? 뭐, 고마워요”
스사가 내민 것은 해외에서 온 엽서였다. 엽서의 앞면에 인쇄된 하와이의 풍경은 새하얀 보트와 해변이 찍혀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였다. 키세 녀석이 보냈군. 바로 알아챈 그는 편지를 읽고 웃고 말았다.
‘아오미넷치! 귀국하기 전에 이 편지가 도착할지 모르겠네여! 우리 언젠가 결혼하면 여기로 신혼여행 와여! 여기 굉장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