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불안정한 발음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피가 튄 자가용, 횡단 보도 위에 쓰러진 소년. 진한 피냄새. 자신이 사람을 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남자는 고개를 계속 저으며 소년을 흔들었다.
"어이, 어이 학생. 일어나 봐, 일어나 봐 학생!"
소년은 움찔거리며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줬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운전자는 휴대폰으로 신고를 넣었다. 일단 죽지만 말아다오,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을 이마요시는 어렴풋이 희미한 의식속에서 들었다.
머리가 욱신거렸다. 썩 불쾌한 감각이었다. 최면에라도 걸린듯 뿌옇게 흔들리는 시야속으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부숴져 날아간 제 안경과 피투성이가 된 손이었다.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지만 막상 죽음이 눈 앞에 다가오자 공포가 차가운 몸을 짓눌렀다. 유서를 쓸 때도, 와카마츠를 두고 도로 거리로 뛰쳐나갔을 때도, 그는 후회하지 않았었다. 역시 키스하지 말았어야 했었다. 죽기전 나눈 마지막 키스가, 상대방에겐 첫키스라니. 얄궂은 운명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기침을 하자 피맛이 났다. 피 투성이의 횡단보도. 아마 자신도 분명 피투성이일 것이다. 말끔한 모습으로 죽고싶다던가 한 욕심은 없었지만, 그야말로 비참할 정도로 추할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목을 메거나 손목을 긋는 것은 하고싶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죽는다면, 바로 옆방인 스사가 먼저 발견할 확률이 높았을테니까. 이런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와카마츠가 따라 나왔을 때 이마요시는 섬찟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불쌍 차기 주장,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하는 데 자신을 너무나도 잘 따르는 그의 동행은 이마요시에게 마지막 삶의 기회를 주려는 신의 손길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마요시는 그 기회를 외면했다. 남겨질 후배를, 어물정 혼자 학교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달려오는 자동차에게 달려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이 들림과 함께 시야가 전환되었다. 잠깐의 블랙 아웃, 빛이 돌아온 시야에 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환자분, 정신이 듭니까?" "말 하지 마세요! 지금 병원으로 이송하고있습니다!"
아마도 자신은 구급차에 타고있는 모양이었다. 난 죽습니다. 그렇게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까 본 피의 양은 결코 적지 않았다. 머리가 깨졌으니 당연한 거겠지. 죽는 사람을 필사적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구급차 안의 사람들에게 묘한 동정심까지 생겨났다.
"…쿨럭!"
고여있는 피를 토해낸 이마요시는 제 옆에있는 간호사의 손을 꽉 잡았다. 자꾸만 까맣게 되는 시야가 싫어 눈을 질끈 감은 이마요시는, 마지막 까지 아껴놓은 힘을 쥐어짜 허공에 외쳤다.
"미안…허다…"
자신 앞에만 서던 작아지던 그, 자신의 말은 무조건 듣던 그, 자신 없이는 농구하기도 무섭다던 그, 와카마츠. 와카마츠 코스케.
"미안허다… 와카마츠… 내, 가… 미안허다…"
피가 섞여 붉은 빛을 띈 눈물이 서서히 차오르더니 미끄러지듯 흘러내렸다. 숨 쉬기도 괴로워 하는 이마요시는, 끊임없이 목소리는 토해냈다. 미안하다는 사과만을, 그리운 이름과 함께. 죽어가는 그는 그렇게 싸늘한 주검이 될 때 까지, 속죄의 말을 읊었다. 새벽 두시, 출혈과다로 죽은 사고자의 유언은 그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