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는 커피 원액이 물에 퍼질 때, 컵 안에 펼쳐지는 그 색을 좋아했다. 투명했던 내부가 색으로 물들고, 향긋한 커피의 향이 퍼지는 그 순간을.
그가 카페를 연 것은 1년 전 겨울쯤이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그는 돌연 돈을 벌어야겠다며 작은 카페를 열었다. 주변에서는 그의 행동을 의아해 하면서도 가게의 번영을 기원했고, 그들 덕분인지 아카시의 실력 덕분인지 카페는 규모는 작지만 단골은 많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가게로 번성했다.
과연 아카시야. 중학교 동창들은 그의 성공에 모두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은 마냥 아카시만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이 아니었다.
“아카시, 오픈 준비 다 했어”
카가미는 갓 구운 케이크들을 진열대에 놓고 아카시에게 다가왔다.
“그래? 수고했어. 그럼 슬슬 문을 열까”
“오늘은 평일이니까 덜 붐비겠지만”
그렇겠지. 흘리듯 대답한 아카시는 가게 문에 달린 ‘영업 종료’ 팻말을 ‘영업 중’으로 바꾸었다.
카가미가 아카시의 카페에서 일하게 된 것은 그가 카페를 연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쯤 이었다. 점점 카페의 인지도를 쌓아가던 아카시는 커피만 판매하는 카페에서 무언가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느꼈고 그때 나타난 것이 카가미의 도움이었다.
‘나 제빵 자격증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을 꺼낸 카가미는 아카시에게 부탁인지 제안인지 모를 말을 꺼냈었다. ‘나 너랑 같이 일 해볼까?’ 아카시는 잠시 고민했지만, 카페에 디저트나 사이드 메뉴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카가미를 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은 먹고 온 거야?”
“응, 아카시는?”
“나도 먹었지”
방금 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카시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은 아침을 먹지 않았지만, 안 먹은 것을 카가미가 알기라도 하면 분명 잔소리를 하거나 뭐라도 먹으라며 판매용인 빵을 줄 것이 뻔했으니까. 아카시는 본래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면 된다가 그의 생각이었으니까.
“나도 한잔 타 줘”
“아메리카노로?”
“네가 타 주는 거라면 아무거나 괜찮아”
능청스러운 카가미의 대사에 아카시는 풋 하고 웃었다. 손님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지 않는 아카시로선 저런 카가미의 말투는 가게에 큰 보탬이었다. 아카시는 순식간에 카푸치노를 만들어 카운터에 기대 서있는 카가미에게 주었다.
“자”
“고마워, 역시 빠르네!”
컵을 두 손으로 받아든 카가미는 뜨거운 커피를 불어서 천천히 음미하듯 마셨다. 옛날이라면 뜨겁든 말든 곧바로 입으로 부어버리듯 마셨을 그였지만, 카페 일을 오래 한 탓에 그도 커피를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카시 이거 맛이 조금 이상한데?”
“응?”
“자, 마셔봐”
그럴 리가 없는데. 작게 중얼거린 아카시는 카가미의 손에서 잔을 빼앗듯 가져갔다. 원두를 볶을 때 잘못 된 것인가, 아니면 우유가 잘못 된 것인가. 수 만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며 카푸치노를 맛본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커피는 평소와 같은 맛이었다.
“아무 이상도 없는데…”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아카시의 얼굴로 다가온 것은 카가미의 얼굴이었다. 우유거품이 묻은 아카시의 입술을 가볍게 핥은 카가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도로 컵을 빼앗아갔다.
“속았지?”
“……타이가”
“그런 표정 짓지 마~ 장난이잖아 그냥”
굳어버린 아카시의 표정이 무서운지 카가미는 애써 웃으며 슬쩍 주방을 벗어났다.
“내가 테이블을 닦았던가?”
저런 변명을 하면서 자리를 벗어간 카가미와 달리 아카시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허공만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 것은, 카가미가 완전히 주방을 나가고 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