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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니토] Red Riding Hood 01

Еsoruen 2014. 7. 19. 03:32

 

※ 프리 2기 엔딩 AU 주의

 

 

Red Riding Hood

01 

written by Esoruen

 

 

“니토리 선배, 빨간 두건 이야기 알죠?”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 모모타로는 먼지와 피로 더러워진 와이셔츠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말문을 열었다.

 

“동화 말이야?”

“네, 동화”

“알지. 모르는 사람이 있긴 해?”

 

무더위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한 니토리는 의미 없이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끄고 모모타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말끔한 양복에서 편한 잠옷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니토리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선배가 아는 빨간 두건의 결말은 뭐에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에 니토리는 억지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우선, 자기가 읽는 빨간 두건이 무슨 언어로 쓰여 있었나를 떠올려야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본에서 호주로 이민 온 그의 어린 시절은, 영어와 일본어로 뒤섞여 있어 가끔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어지러움이 밀려들곤 했다.

니토리는 확신 없이 대답했다.

 

“아마 빨간 두건이 잡아먹히는 것으로 끝난 걸로 알아”

“그렇군요?”

“그런 결말 아니야?”

 

니토리의 물음에 모모타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린 시절 니토리가 본 빨간 두건의 결말은, 분명 어린아이용 동화라기엔 절망적인 비극이었다.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동화인 만큼 ‘야생 동물이 많은 숲엔 혼자 가지 마라’는 교훈을 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엔딩이었을지 몰라도, 유복한 현대 가정에서 자란 니토리에겐 그저 끔찍한 이야기로 느껴질 뿐이었다.

 

“빨간 두건은 프랑스 민담을 기원으로 하고 있어요”

 

앉아있던 몸을 누인 모모타로가 니토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데, 민담에서는 안 죽어요, 빨간 두건이”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니토리가 물었지만, 어쩌면 그는 모모타로가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있던 기간은 모모타로가 더 길었으니까.

니토리가 모모타로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부활동 시간 때였다. 사실 학교에 동양인은 두 사람 뿐이어서, 같은 동아리이자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두 사람은 비교적 쉽게 친해졌고 그 인연은 졸업 후에도 이렇게 이어지게 되었다.

모모타로는 초등학교에 들어오기도 전 호주로 왔다고 했다. 그래서 니토리와 처음 만났을 때엔 일본어가 많이 서툴렀지만, 니토리가 이것저것 가르쳐 준 덕분에 이제는 니토리만큼은 일본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도망쳐서 살아남아요. 그것 외에도 이것저것 다른 부분이 꽤 많아요”

“어떤 게 다른데?”

“그건”

 

바깥 복도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그 소리에 모모타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다가왔다가 금방 멀어졌다. 아마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었을 텐데도, 모모타로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음에 말해줄게요”

 

앞머리를 쓸어 넘겨 니토리의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한 후, 모모타로는 제 잠자리인 2층 침대 위로 올라갔다.

침대 옆 쓰레기통에서 나는 피비린내는 더운 여름의 열기에 섞여 방의 구석구석까지 퍼졌다. 덕분에 니토리는,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이불을 이마 끝까지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니토리와 모모타로는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불법적인 일이라고 해도, 사실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갱들의 밑에서 일하는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 갱단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심부름센터처럼 이런 저런 일을 도맡아 하며 그들에게 돈을 받아먹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쁜 말로 하면 따까리라고 폄하할 수 있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을 ‘심부름꾼’으로 자칭하며 갱들이 자신을 업신여기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하는 일은 다양했다. 가벼운 일은 돈을 떼먹은 사람을 찾아가 독촉과 협박을 하는 정도였고, 무거운 일은 마약을 운반하거나 폭행도 불사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절대 ‘살인’ 만큼은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양심이나 인간으로서 마지막 존엄성 같은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리스크가 큰일은 하지 않는다. 그게 두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이유였다.

 

모모타로는 이 더위에도 피곤한 것인지 금방 잠에 들었다. 하지만 니토리는 여전히 잠에 들지 못하고 또 핸드폰을 켰다. 기본 바탕화면에는 이것저것 어플리케이션이 깔려있었지만 니토리는 오직 앨범과 메모장 폴더만을 왔다 갔다 했다. 앨범에는 일의 증거물로 찍어둔 사진이 모아져 있는 폴더와, 모모타로의 사진이 가득한 폴더 단 두 개만이 존재했다. 모모타로 폴더의 가장 오래 된 사진, 그들의 고등학교 때 사진을 본 니토리는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니토리는 언제나 모모타로를 보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를 이 길로 끌어들인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다음날 오후 늦게야 눈을 떴다. 모모타로보다 늦게 잠들었지만 먼저 일어난 니토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다가 쌓여있는 부재중 통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화가 걸려온 곳은 평소 일거리를 주던 갱,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기위해 마른세수를 한 그는 갱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뭐야, 전화를 왜 이제야 해?」

“죄송합니다, 이제 일어나서 그만”

 

상대방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화가나있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까지 화가 나 있다니. 짐작 가는 일 조차도 생각나지 않는 니토리로선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어이 너희들, 혹시 어제 뭐 했냐?」

“네? 전 하루 종일 은신처에서 잤습니다만… 저번에 다친 곳이 아직 영 좋지 않아서요”

 

니토리는 저번 심부름 때 왼쪽 어깨를 다쳤었다. 저쪽도 그걸 알고 있었고, 이 말은 사실이었으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그럼 그 빨간 대가리는?」

“네?”

「모모타로 말이야」

 

그러고 보니 어제 모모타로는 혼자 외출을 하고 늦게 돌아왔었다. 그것도 와이셔츠에 피까지 묻히고. 분명 어제는 아무 일도 받지 않았는데. 니토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사실을 고했다.

 

“외출한 것 같더군요”

「그래? 어디를?」

“모르겠습니다,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지금 거기 있나?」

 

니토리는 제 위쪽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모타로를 확인하고 ‘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전화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뭔가 일이 잘못 된 것이라는 걸 알아챈 니토리는 급하게 모모타로를 흔들어 깨웠다.

 

“모모타로! 모모타로!”

“으으, 선배. 아침부터 너무 적극적인데요…”

“잠꼬대 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 봐!!”

 

결국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모모타로를 쥐어박은 니토리는 잠결에 해롱거리는 그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너, 어제 어디 갔다 온 거야?”

“예?”

“어제 어디갔다왔냐고!”

 

진지한 니토리의 얼굴에 상황파악을 한 건지, 모모타로의 표정이 싹 굳었다.

 

“어, 음, 비밀인데요?”

“비밀? 너 사고치고 온 거지?”

“제가 아직 17살 꼬맹이로 보여요? 그럴 리가…”

 

‘쾅!’ 능청떠는 모모타로의 대답은 방문을 발로 차서 여는 소리에 끊어졌다. 누가 봐도 껄렁거리는 복장을 한 네 명의 남자들이 열린 방문으로 들어오는 걸 본 니토리는, 미처 대답을 다 하지 못한 모모타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모모타로는 여유롭게 대답을 이었다.

 

“…그럴 리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