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데페제널만큼 레븐커맨도 좋습니다 짱좋습니다 흐으윽 최애x차애 존좋 흐으윽 으으윽(쓰러짐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그 말을, 그 사람은 유난히도 싫어했다.
어지러운 의식 속에서 눈을 뜨자,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평소에는 넓게만 느껴지는 내 1인실이었는데, 지금은 평소와 같이 무뚝뚝하고 건방진 표정을 한 그와 나, 그리고 내 몸을 살아있게 해주는 여러 기계들만으로도 방 안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나는 내 입의 산소마스크를 떼려고 했지만 그는 덥석 내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있어, 죽다 살아난 녀석이 뭐 하는 거야?”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인데 저렇게 얼굴을 찌푸리다니. 나는 할 수 없이 그의 손 위에 글씨를 써 내 의사를 전달 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븐’ 당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쓰자 그는 웃어 보이려다 금방 이를 꽉 다물었다. 아마 그는 내 모습에 적잖이 화가 났을 것이다. 하긴, 무사히 돌아온다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화를 내어도 나는 변명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과 뿐.
“블랙로즈에게 들었어”
무엇을? 긴 말을 쓸 수 없는 나는 세 글자를 겨우 그의 손바닥에 썼다. 사실 그녀들이 레이븐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 그녀들에겐 ‘상황설명’ 이었을 테고, 그에게는 ‘변명’인 이야기였겠지.
“네가 자신이 휘말려도 상관없으니까, 폭격 명령을 요청 했다고 하더군”
나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말이 거짓말이길 바라기라도 했던 걸까, 내 대답을 듣고는 표정이 더 안 좋아 지더니 내 손을 으스러뜨릴 듯 꽉 잡았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을 통해서 그의 감정이 전해져 오는 것은 아주 슬픈 일이었다.
어째서일까, 자꾸 눈앞이 흐려져서 그 사람의 모습이 흔들렸다.
“바보 같은 녀석”
이제 저 말은 익숙했다. 레이븐은 늘 나에게 저 말을 했으니까. 언제나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고,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자신만을 위해 죽이는 그에겐 내가 바보로 보이겠지. 나는 그저 그 비난에 웃어주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나는 바보가 맞았으니까.
‘미안해요’ 손이 꽉 잡혀 글씨를 쓸 수 없는 탓에 나는 느릿느릿 입모양으로 사과의 뜻을 전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왜 네가 우는 건데?”
아, 눈앞이 흐린 탓은 그것 때문이었나. 뜨거워지는 눈을 꾹 감았다 뜨자 다시 한 번 깨끗한 시야에 레이븐의 얼굴이 떠올랐다.
레이븐은 괴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울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되는, 괴로운 표정으로…
“울고 싶은 건, 내 쪽이라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는 목구멍 안으로 삼켜졌다. 그는 절대 우는 일을 보이는 법이 없었다. 아니, 그는 마치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도, 자신이 심하게 다쳐서 왔을 때도, 그는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면 몰라도 슬퍼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얼마 전, 그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도 그랬다.
‘일이 끝나면 다시 도와주러 와 주지’ 그때 그는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라면 그는 오늘 무법지대로 돌아가고, 나는 그걸 마중 나갔어야 했다.
나는 그의 손에 잡혀있지 않은 손으로, 겨우 산소 호흡기를 떼어냈다.
“미… 안, 해요…”
“뭐 하는 거야. 도로 써”
“됐, 어요… 숨 정도는, 쉴 수 있으니까”
“고집 부리지 말고!”
그는 완고했다. 기어고 내게 호흡기를 도로 씌우고 나서야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미안해. 미안, 이제 가야하니까. 다음에 꼭 다시 올게 그때까지… 멀쩡해라”
당연한 말을 당신은 왜 그렇게 힘들게 말하는 걸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의사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 했고, 나도 죽을 생각이 없었다.
레이븐과의 이별은 몇 번이든 견딜 수 있었지만, 그와 영원이 헤어지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레이븐은 내 손을 놓고 그대로 가려다가, 결국 내 이마와 인식표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담배만 아니었으면…’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대꾸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간접흡연의 피해 같은 것은 신경 쓰지도 않는 남자면서. 내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약해지는 그가 나는 귀엽기 보단 안쓰러웠다.
“잘 있어라”
닫힌 문, 사라진 인기척. 겨우 사람 한명이 사라진 것뿐인데도 방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