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성데페] 49번 달성표 조각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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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데페 짱 오랜만에 쓰네요 님들 검성데페 파세요 존좋
제 몸에 있는 흉터가 몇인지, 검성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이만큼 많이 베였는데도 용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몸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었고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 흉터들이 어쩌다 생겨난 것인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드물게 그가 상처의 출처를 기억하는 흉터가 몇 개 있었는데, 그것은 첫 번째 생긴 상처와 처음 졌을 때 생긴 상처, 그리고 데스페라도 때문에 생긴 상처 총 세 개였다.
데스페라도 때문에 생긴 흉터는 제 오른팔에 있었다. 팔꿈치에서 조금 위쪽, 바깥쪽 피부 위에 생긴 그 흉터는 어느 날 벌어진 싸움 때문에 생긴 상처였다.
물론 싸운 상대는, 데스페라도였다.
아마 몇 년은 된 이야기 일 것이다. 검성의 머릿속에서 반쯤은 잊혀진, 아니 어쩌면 흉터만 아니었음 완전히 잊혀 졌을 그 싸움의 원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성의 집을 찾아온 데스페라도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
그렇게 묻고 나서야 검성은 그 피가 데스페라도의 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아, 또 싸움이었나. 상대가 몬스터일지 사람일지는 짐작도 안 갔지만 데스페라도가 이렇게 될 때까지 싸웠다면 아마 상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수건이나 내놔”
“물으면 대답부터 해줘야지”
“던전 갔다 왔다. 더 이상 자세하게 들을 말이라도?”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군, 사람이었다면 상대는 분명 황천길 갔을 거니까”
검성이 던지는 농담에 데스페라도는 조금도 웃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웃지 않는 것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기에 검성은 아쉬워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인 후 젖은 수건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피투성이인 코트와 셔츠를 벗고 피부에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굳은 피를 닦아내던 데스페라도는 흘려 넘기듯 들었던 농담에 답했다.
“사람이었으면, 내쫒게?”
“…뭐야, 진짜 사람이야?”
“네가 말하는 투가 그래서 묻는 거잖아”
“내쫒을 이유는 없지, 날 죽인 것도 아니고”
이기적인 검성의 말에 데스페라도는 피식 웃고 붉게 변한 수건을 대충 개어 구석에 던져놓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난장판이 되게 던전을 돌고 오다니, 상대는?”
“알아서 뭐하게, 이미 죽었는데”
“그냥 묻는 거야. 네가 이정도가 될 정도로 싸우고 왔으니”
데스페라도는 회피하듯 말하고 피투성이의 코트를 입었다.
“고마웠다, 난 간다”
“벌써?”
“그럼?”
“온 김에 쉬었다 가도 돼. 피곤해 보이니까”
“거절하지”
정말로 가버리는 건가. 아쉬워진 검성은 데스페라도의 손목을 낚아챘다. 자신을 잡아당기는 힘에 멈춰선 데스페라도는 힐끔 검성을 보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씨발, 이거 안 놔?!”
거칠게 손을 뿌리친 데스페라도의 반응은 평소보다 훨씬 거칠었다. 그제야 검성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었다. 데스페라도는 리볼버를 뽑아들더니 다짜고짜 검성의 멱살을 잡았다.
“뭐?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아주 웃기고 자빠졌어 새끼가, 넌 사람 안 죽여 봤냐? 어디서 깨끗한 척이야?”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닌데. 알겠으니 일단 놓아”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아 진짜…”
검성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억지로 데스페라도의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데스페라도는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않았다.
순식간에 방아쇠가 당겨진 데스페라도의 리볼버의 총구는 검성의 팔을 향해있었다. 탄환은 정확이 검성의 팔을 스쳤고, 두 사람의 동작은 그대로 멈추었다. 아마도 일부러 스치게 쐈을 테지만, 검성은 설마 데스페라도가 자신에게 총을 쏠 줄은 몰랐던 건지 이를 갈고 그대로 데스페라도의 목을 낚아채 바닥에 내리꽂았다.
“…미쳤냐?”
“자기도 미쳤으면서, 쿨럭, 지랄은”
진지하게 묻는 검성과 달리 데스페라도는 이런 상황을 바랬다는 듯 키득키득 웃더니 고통스러운 목을 겨우 사용해가며 제 할 말을 늘어 놓았다.
“네가 뭘 안다고, 씨발, 매일 나보고 뭐라고 하는 건데? 존나 뻑하면 같이 자주니 네가 내 뭐라도 되는 거 같지? …씨발, 네가 뭘 알아.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게 뭔지 모르지? 죽는 게 더 나은 게 뭔지도 모르고. 내가 죽이고 온 거, 사람 맞아. 카르텔이었지. 그래서 뭐? 못 마땅하냐? 난 이렇게 살았어”
콜록, 콜록. 검성의 손에 가해지는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목이라는 부위가 그러하듯 데스페라도는 금방 괴로운 듯 기침을 토해냈다. 가만히 데스페라도의 말을 듣고 있던 검성은 손에 힘을 거의 빼고 그와 이마를 마주했다.
“그래 난 몰라.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괴롭다던가 하는 것도 모르고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도 잘 몰라. 난 무법지대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죽어라 노력해서 겨우 검을 잡은 나도 죽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알아”
차분하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 데스페라도는 적의감이 담긴 눈동자를 느리게 깜빡였다.
“그리고 난 네가 뭐라고 해도, 널 애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잠시 말이 끊긴 검성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은 절대 제 팔에 생긴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괴로움은 머리에서, 가슴에서, 목구멍의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네가 이런 말을 할 때면 내 앞에 있는 네가 이 세상에 없는 존재 같아서 머리가 아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