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데페] 49번 달성표 조각글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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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7번째!!! 와!!! (축포
“이봐, 전쟁 다 끝나지 않았어? 도로가 왜 이래?”
데스페라도는 오랜만에 돌아온 겐트의 풍경을 보고 혀를 차고 말았다. 그가 놀란 것은 얼마 전 성벽보수가 끝나 깨끗해야 할 길의 멀쩡하던 도보 옆이 전부 뒤집어져, 축축한 흙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카르텔은 황도에서 전부 물러나, 지금은 무법지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을 텐데. 설마 내전이 일어났을 리는 없고, 어린아이들이 친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컸다.
“아아, 니베르 준장님이 화단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말이야”
“화단?”
“응. 전쟁으로 엉망이 되었으니까, 조금은 꾸며보자 이거겠지. 저거 황도군 신병들이 하루 종일 삽질 한 거라고. 너무 나쁘겐 보지 마. 지금은 어두워져서 작업 중단 한 거지, 한창 더울 땐 파다가 쓰러지는 녀석도 나왔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하는 데스페라도를 설득하려고 블래스터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런다고 이해 할 그가 아니었다. 무법지대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가 급급했던 데스페라도에게 이런 짓은 시간 낭비 혹은 예산 낭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데스페라도는 이럴 돈이 있다면 구호물품을 뿌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황도군도 아니니 그들이 하는 일에 훈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느낀 것인지 굳이 제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래서, 뭘 심는데?”
“장미랑 이것저것”
“제대로 기억도 못 하구만?”
“꽃은 잘 모르니까. 너도 잘 모를 거 같고”
정곡을 찌르는 말에 데스페라도는 더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반박도 하지 못하는 그가 귀여워 보이기라도 한 걸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삼킨 블래스터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잠시만 기다려라’고 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블래스터는 딱 봐도 방금 꺾어온 것 같은 장미 한 송이를 가져와 데스페라도의 페도라를 벗기고 그의 머리에 꽃을 꽂아주었다.
“음, 예쁘네”
“…장난 하냐?”
“진짜 예뻐. 그리고 내가 가시에 찔려가며 꺾어 와서 가지도 다듬은 건데 조금 더 기쁜 표정 지어주지 그래?”
그러고 보니 제 머리에 꽂힌 장미는 꽃집에서 파는 것 마냥 가지가 깨끗했다. 덕분에 머리에도 꽂을 수 있던 거겠지. 데스페라도는 제 머리의 장미꽃을 빼더니 매끈한 가지를 두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가시도 잎도 없는 줄기를 다듬었을 블래스터를 생각하면, 더 이상 험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노고를 생각해 미친 여자처럼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아직은 봉우리의 모양이 남은 그 꽃을 옷에 꽃은 데스페라도는 빼앗긴 제 모자를 낚아채 쓰고 물었다.
“그래서, 이 야밤에 날 부른 게 설마 이런 것 때문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이거, 황도군 예정… 이라고 할까, 앞으로 작전 같은 거야. 내가 기억하는대로 적은거지만 거의 100퍼센트 정확하다고 보면 돼. 군사 기밀이니까 카르텔에 들어가면 골치 아파지니 조심해서 무법지대에 가있는 선발대에 전해줘”
블래스터는 데스페라도의 손에 곱게 접은 종이를 주더니 잘 챙겨 넣으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심부름꾼 역할이구만 결국”
“중요한 일이야. 중요한 일. 아무에게나 못 시켜!”
불평하는 데스페라도를 달래기 위해 몇 번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블래스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데스페라도가 종이를 품 깊숙이 넣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데스페라도도 기밀문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무법지대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일의 적임자라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이 야밤에 불려 나온 것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표정이 도저히 펴지지 않는 데스페라도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 닥쳐 더 떠들면 입을 때려버릴 것 같으니까”
“잠깐 잠깐! 그럼 한마디만 더 할게!”
“뭔데 또?”
블래스터의 표정은 변명하려는 표정이 아니었기에, 데스페라도는 떠나기 전 한마디 정도는 더 들어줘도 좋을 것 같아 발걸음을 돌리려다 멈추었다. ‘성격 급하기는’ 데스페라도가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블래스터는 눈앞의 불만에 가득 찬 데스페라도를 끌어당겨 귓속말했다.
“무사히 다녀오면 내가 밤에 잘 해줄게”
‘딱!’ 돌아온 대답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온 데스페라도의 손이었다. 의식적으로 때렸다고 하기 보다는 거의 반사적으로 블래스터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데스페라도는 머리를 감싸며 뒤로 물러나는 블래스터를 보고 혀를 쳤다.
“어디서 수작이야”
“아파!!”
“아 미안, 내 안의 본능이 지금 당장 널 때리라고 하더군?”
아파하는 블래스터를 비웃듯이 씩 웃은 데스페라도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제가 때린 그의 뒤통수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발걸음을 돌렸다.
“또 까불면 다음엔 명치다”
“조심해서 다녀와!”
그의 경고를 인사 정도로 받아들인 블래스터는 아픔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성격 좋은 녀석’ 입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한 데스페라도의 말은 담배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