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니토] Red Riding Hood 03
※ 프리 2기 엔딩 AU 주의
Red Riding Hood
03
written by Esoruen
“그런데, 어떻게 도망칠 생각이야?”
모모타로의 손에 이끌려 인근 주차장까지 도망쳐 나온 니토리는 지친 표정으로 커다란 트럭에 몸을 기대었다. 사실 문제는 어떻게 도망치느냐 보다도, 어디로 도망칠지가 더 걱정이었지만 말이다.
이 넓은 호주에서 도망갈 곳이 없겠냐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했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난했고 일자리도 불안정 했다. 일거리를 주는 갱단과 사이가 틀어진다면 하루아침에 돈 벌 수단을 잃는 꼴이었으니, 어찌 보면 아르바이트보다도 이 일은 불안정 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정한 일은 수입이 오락가락 하는 편. 두 사람은 벌어놓은 돈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걸로 도망을 가며 먹고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은 무한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목숨은 유한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그건 지금 가장 잔인한 현실이 되어 두 사람의 다리를 무겁게 했다.
“다 제가 생각이 있어요~ 머물 곳도 알아놨고요!”
“…작정하고 일을 쳤구나?”
“하하하,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잖아요? 선배”
끝까지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 웃는 모모타로는 얄미웠지만, 니토리는 그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정말로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모모타로도 니토리도 이런 인생을 살게 되었었다.
“일단, 시드니로 갈까요?”
“시드니? 거기까지 가자고?”
“두 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뭘 그래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최대한 사람이 없는 시골로 도망갈 줄 알았는데. 그런 말을 하려던 니토리는 생각이 바뀌어 입을 다물었다. 원래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사람을 숨기려면 사람사이에’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모모타로의 선택이 더 현명할 수도 있었다. 니토리는 모모타로를 믿어보기로 했다.
주차된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모모타로는, 제법 번듯한 중형차의 번호판을 보고 니토리에게 손짓했다.
“선배! 이리와요! 이거 타고 가요!”
“하? 너 지금 차 도둑까지 할 셈이야?”
“도둑이라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모모타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자동차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특별히 제가 운전할 테니까. 가자고요”
“…허어”
머물 곳을 찾아놨을 때부터 이 차도 준비해 놓은 것일까. 언제나 허술해 보이던 모모타로 답지 않은 철저함에 니토리는 감탄의 한숨이 나왔다. 오래되어 보이긴 했지만, 분명 만만치 않을 가격일 중형차를 슥 훑어본 니토리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했다.
“너도 안전벨트 해”
“네, 네. 그나저나 선배”
“응?”
“그냥 옛날처럼 모모군이라고 불러주면 안 돼요?”
시동을 걸며 시선을 니토리에게 돌린 그는, 장난기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저런 웃음은 위험하다.
니토리는 마른 침을 삼켰다.
니토리가 모모타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오래 알아온 후배였기 때문도 있었지만 특유의 가벼운 언동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런 얼굴로, 저런 정중한 부탁을 해 버릴 때의 모모타로는, 언제나 니토리의 머릿속에서 킥킥거리던 악동을 죽여 버렸다.
‘나도 선배가 아는 미코시바 모모타로와 다를지 모르니까’
아까 전 그가 한 말. 사실 니토리도,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니토리가 기억하는 10대 소년 모모타로는, 눈앞의 이 남자가 아니었다.
물론 그게 꼭 나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았어, 모모군”
“야호! 그럼 가요. Let's go Sydney~!”
당장 갱단이 쫒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모모타로는 너무 신나보였다. 도망가는 사람이라기 보단, 소풍가는 어린애 같은 느낌도 들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까진 속도를 지키는 것 같던 모모타로는 점점 건물이 적은 큰 도로로 나아갈수록 속도를 올리더니, 어느새 최고속도에 조금 못 미치는 빠른 속도로 차량이 적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날씨 좋네요, 그렇죠?”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자꾸 화내지 마시고요~ 나중에 다 이야기 해 줄게요. 약속!”
또 제멋대로 구는 그가 못마땅한지, 니토리는 답은 않고 창문을 내려 바깥바람을 쐬었다.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차 안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대화가 없다고 서먹해 질 사이는 아닌 두 사람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모타로는 이 어색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낀 건지 차 안을 뒤져 CD하나를 꺼내, 카오디오에 넣었다.
흘러나오는 곡은, 꽤 오래전에 유행한 밴드의 음악이었다.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한손으로는 핸들을 조작하고, 한손으로는 오디오의 버튼을 누르며 모모타로는 1번 트랙에서 8번 트랙까지 음악을 돌리고 니토리의 손을 잡았다. 바깥만 바라보던 니토리는, 제 손을 꽉 잡는 모모타로의 손길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들어봐요, 멍하니 있지 말고”
바람소리가 작게 들릴 정도로 음악소리는 컸지만, 니토리는 모모타로의 말이 가장 크게 들렸다. 음악은 나쁘지 않았다. 니토리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듣고 있으니 볼륨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할까.
다만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신나는 모모타로의 표정과 달리 조금은 우울한 가사 정도였다.
“이거, 어디 곡이야?”
“어, 영국이요”
“그럴 거 같았어”
들려오는 가사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은 니토리는 귀에 감겨오는 음악소리 중, 그걸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모모타로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But what are we going to do?”
흘러나오는 음악 속 보컬의 목소리와 모모타로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겹쳐졌다.
전혀 다른 목소리인데도, 어쩐지 니토리는 모모타로가 두 명이나 이 차안에 있는 기분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