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Kurobas/엽궁(하미야)

[하미야/엽궁] run to you

Еsoruen 2013. 4. 10. 18:18





run to you

written by Esoruen


 



“레오누님, 나 첫사랑이란 걸 하게 된 거 같아!”

 

뜬금없이 시합 후 숙소로 돌아가던 하야마의 말에 미부치는 황당함을 참을 수 없었다. 첫사랑? 이 타이밍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다니, 역시 알 수 없는 아이라는 듯 미부치는 한숨을 쉬고 두 눈을 야밤의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빛내는 코타로에게 물었다.

 

“어머, 상대는?”

“히히, 비밀이야! 하지만 무지 예쁘고 기 센 사람이야!”

 

예쁘고, 기가 세? 미부치는 가만히 하야마가 말한 정보로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냈다. 기가 세다면 분명 하야마를 질질 끌고 다닐 텐데. 안 어울린다고 하기보단 말 잘 듣는 강아지와 주인의 이미지부터 떠오른 미부치가 풋,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네부야는 잔뜩 비웃는 표정으로 들뜬 하야마에게 일침을 날렸다.

 

“너 바보냐, 그런 기 센 아가씨가 널 좋아할 리가 없잖아? 짝사랑이겠네”

“시끄러워 근력고릴라!”

“에이키치도 참~ 코타로 놀리지 마!”

 

미부치는 가볍게 네부야의 등에 일격을 먹였다. ‘왜, 사실이잖아?’ 등의 일격이 아프지 않은 건지 네부야는 여전히 큭큭 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장에선 마냥 애 같은 코타로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을 한 것도, 상대방이 기가 센 미인이라는 점도 신기하고 우스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도 아카시는 뒤가 시끄럽지도 않은지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고 있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은 미부치 정도뿐이자 하야마는 조금 기가 죽어버렸다. 이크, 시무룩해진 하야마를 눈치 챈 미부치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음, 그럼 나이는?”

“연상!”

“연상?!”

 

세상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올 뻔 했지만 미부치는 제 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기세고 미인에 연상? 어째 점점 머릿속에 이미지는 확실해 지지만 가능성은 저 멀리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다, 어쩌면 이런 철부지를 어른스럽게 끌고 가줄 거라면 연상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그 연상의 상대가 하야마를 남자로 봐 줄 것이냐, 이었다.

 

“그럼 3학년이구나? 설마 대학생은 아니지?”

“에이, 아니야! 3학년 맞아!”

“흐음”

 

평소에 그가 친하게 지내던 3학년 여성 선배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팀메이트인 미부치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본인이 이렇게 뜬금없이 선언하기 전에 알아챘을 것이다. 점점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상대방의 얼굴에, 미부치는 질문폭탄을 던졌다.

 

“얼마나 친한 거야? 상대방은 알아? 고백 할 거야?”

“고백은 아직! 당연히 상대방은 몰라! 그리고…”

 

질문에 술술 답하던 하야마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에, 미부치는 대답을 재촉하는 대신 미심쩍단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그를 노려보았다.

 

“사실 전혀 안 친해…”

“축하한다, 만년 짝사랑”

“에이키치!!”

 

짝! 이번엔 아까와 달리 확실히 아프도록, 미부치는 풀스윙으로 네부야를 때렸다. 으악! 터져 나온 비명이 등에 느껴진 아픔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겨우 등으로 손을 뻗어 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네부야가 돌아보자, 미부치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쏘아냈다.

 

“정말이지! 사랑하는 소년의 마음을 짓밟지 말아줄래? 코타로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뭐야 네가 왜 때려! 아프잖아!”

“아니 저, 둘 다 그만 싸워! 난 괜찮아 레오누님!”

 

이때

 

“뭐 하는 거야?”

 

아카시가 드디어, 뒤돌아보고 말았다. 세 사람은 시끄럽게 떠들다가 금방 굳어버렸고, 아카시의 표정을 살피기 바빴다. 다행이 아카시는 화가 나거나 짜증을 내는 건 아니었다. 정말로 순수하게,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묻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끄러웠기에 아카시까지 신경 쓰게 되어 버린 걸까, 한탄하며 레오는 하야마의 옆구리를 찔렀다. 네가 설명해,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하야마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 아카시가 운을 떼었다.

 

“코타로”

“으, 응! 아카시! 왜?”

“그 상대방이 정말 좋다면, 일단 고백하고 보는 건 어때?”

 

아카시가 내 뱉은 말이 꾸짖음이 아닌 충고인 점에서 미부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끄럽다고 조용히 해라고 야단 칠 줄 알았는데, 다 듣고 있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 나름 귀엽다고 조차 느껴지기도 했다. 아카시의 말에 하야마는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씩 웃었다.

 

“그, 그래도 될까?!”

“물론, 그렇게 소란만 피우는 것 보단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해”

“좋~ 았어!”

 

결심이 선 듯 밝게 웃은 하야마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자신이 걸어온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행동에 라쿠잔 멤버 모두가 멈춰 섰고, 하야마의 등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저 녀석 어디가냐?”

“어머 그걸 왜 나한테 묻니?”

 

네부야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한 미부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연상, 기가 셈, 본인 말로는 예쁨, 그리고 지금 코타로는 뒤돌아서서 달려가고 있다.

차분히 생각을 되짚던 미부치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왜 이제 것 자신은 그 상대를 여자로만 생각한 것인가. 상대가 남자라는 가정을 하니, 이 타이밍에서 왜 하야마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그리고 그가 묘사한 상대방에 대한 모습을 이미지화 하니 딱 한사람이 떠올랐다.

방금 경기를 하고 온, 슈토쿠 고교의 주전, 3학년의…

 

“미야지 키요시씨?”

“아? 그 스몰 포워드?!”

 

놀란 것은 네부야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니까. 설마, 아니겠지. 네부야가 손을 저으며 말했지만 이미 미부치는 확신을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조금 뒤, 하야마는 핸드폰을 들고 자랑스럽게 외치며 달려왔다.

 

“이얏호!! 성공 했어 레오누님!! 미야지씨 번호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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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예전에 시간때우기로 쓴 소설인데, 오늘 보니 마무리 짓고 싶어서 급히 마무리 지어보았습니다.

라쿠잔vs슈토쿠전 바로 직 후 이야기 인데, 정말 엽궁이라면 이랬을 것 같아요, 불도저 같은 남자 하야마 코타로

그리고 역시 라쿠잔은 좋아요, 어딘가 알콩달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