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이마에 떨어진 꽃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데스페라도는 자신의 위에서 떨어지는 잎과 꽃의 세례를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천장을 가린 얼굴은 기쁜 얼굴로 꽃을 토하고 있었다.
“이거 보여?”
블래스터는 자신이 토해낸 꽃을 데스페라도의 입에 물려주었다. 꽃을 문 데스페라도는 처음에는 뱉어버릴까 했지만, 웃고 있는 블래스터의 얼굴이 어쩐지 표정과는 달리 상당히 서글퍼 보여 그는 도저히 꽃을 뱉어버릴 수 없었다.
“나, 데스페라도를 이만큼 사랑하는 거야”
자신이 토한 꽃들을 모아 데스페라도의 입에 꽂는 블래스터는 더 이상 뱉어낼 꽃도 없는지 마른입만을 쩝쩝거렸다. 마치 꽃병이라도 된 기분은 유쾌하지 않고, 목구멍을 건드는 줄기는 딱딱했지만 데스페라도는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블래스터의 말만을 기다렸다. 그것이 그가 블래스터를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사실, 그 예의도 두 손만 자유로웠다면 제대로 지켜질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두 손과 발을 꼼짝없이 묶인 채, 블래스터 밑에 깔린 데스페라도가 가능한 것은 별로 없었다. 기껏 해봐야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말을 하는 것 뿐. 그 와중에 또 말을 하는 자유는 꽃이 막아버렸으니, 데스페라도는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날 좀 사랑해 주면 안 될까?”
블래스터는 데스페라도의 입에 꽂은 꽃 중 하나를 뽑아 목을 분질렀다. 뚝. 가볍게 부러진 줄기는 꽃과 이별에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사랑해 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의 행동은 ‘사랑해 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데스페라도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입이 막혀있어서라기 보단, 정말로 대답해 줄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
또 하나 꽃을 뽑아 목을 분지르며 블래스터는 물었다. 데스페라도는 고개를 저어 의사표현을 했다. 그러자 블래스터는 또 하나 꽃을 뽑더니, 이번에는 목을 분지르는 대신 데스페라도의 넥타이 부근에 꽃을 꽂아주었다.
“타이거 플라워라고 해. 나도 책을 몇 번이나 뒤져서 알았지. 제가 토하는 꽃이 뭔지도 모르면 웃길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입에 남은 꽃을 뽑으며 블래스터는 벌어진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블래스터의 입에서는, 약간의 단맛이 느껴졌다. 꽃을 토해서 그런 것일까. 데스페라도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그 단맛이 기분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꽃말을 보니까, 내가 왜 이 꽃을 토하나 좀 알거 같더라고”
“…꽃말이 뭔데?”
처음으로 블래스터에게 질문은 던진 데스페라도는 멀어지지 않는 블래스터의 얼굴에 인상을 찌푸렸다. 딱히 블래스터가 싫다거나, 그의 얼굴을 보기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서 느껴지는 숨은 질색이었다. 데스페라도는, 사람의 온기 같은 걸 정말로 싫어했다. 블래스터의 숨은 뜨거웠고, 달콤했고, 축축했다. 데스페라도는 그런 것이 싫으니까, 아무하고도 사귀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