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니토] Red Riding Hood 04
※ 프리 2기 엔딩 AU 주의
Red Riding Hood
04
written by Esoruen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선배, 뭐 먹을래요?”
“그냥 아무거나. 네 거랑 같은 걸로 시켜. 자리잡아놓고 있을게”
“네, 네~”
사실 니토리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배가 고플 정도로 그는 태평한 남자가 되질 못했고, 애초에 많이 먹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모모타로는 달랐다. 니토리보다 키도 덩치도 큰 모모타로는 삼시 세끼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 쉽게 짜증을 내기 마련이었고, 제대로 일을 하지도 못했다.
어차피 모모타로가 은신처는 준비해 두었다고 했으니 식사를 먼저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것이 니토리의 생각이었고 그건 옳은 판단이었다. 니토리가 먼저 창가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조금 뒤, 장시간의 운전으로 축 쳐져있던 모모타로는 제가 언제 피곤해 했냐는 듯 기운찬 얼굴로 햄버거 세트를 들고 나타났다.
“니토리 선배~ 기다렸죠?”
“아냐, 어서 앉아. 먹자”
니토리와 마주보고 앉은 모모타로는 주린 배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니토리는 아무 말도 없이 식사만 하는 모모타로가 싫지 않았다. 예전부터 니토리는 모모타로가 이렇게 잘 먹는 것만 봐도 흡족했고, 오히려 잘 먹질 않고 말만 늘어놓는다면 무슨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걱정이 되곤 했었다.
‘네가 저 녀석 부모야?’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니토리는 그를 챙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니토리 나름의 유대의 표현방식이었고, 모모타로도 니토리의 그 애정표현을 싫어하지 않았다.
모모타로가 햄버거를 다 먹고 감자튀김에 손을 뻗었을 때, 니토리는 아직 햄버거를 반도 먹지 못했다. 먹는 속도 차이가 이렇게 심한데도 친할 수 있음은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모모타로… 아니, 모모군, 그… 은신처 위치는 알지?”
“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어디 있는지는 알아요”
“어떤 곳이야? 창고? 버려진 공장?”
“에이, 그런 곳에서 어떻게 니토리 선배랑 살아요~ 절 너무 무능하게 보는 거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는 모모타로와 달리 니토리는 웃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모모타로를 무능하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이 긴 니토리로선 이렇게 쉽게 은신처를 구한 그가 신기하고도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말투로 봐서는 정말로 제대로 된 은신처를 찾은 모양인거 같아 의구심은 더 커져만 갔다.
“…안전한 거지?”
“단언하건데 시드니에서 저희가 은신 할 수 있는 곳 중에선 제일 안전할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니토리는 한시름 놓은 듯 미소 지으며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배를 채운 후 길가에 세워둔 차를 제대로 주차장에 파킹하고 온 두 사람은 지리도 전혀 모르는 동네를 헤매는 것 치고는 표정이 편안했다. 그들에게는 모르는 길 보다는 아는 사람들이 무서웠으니 이상한 것은 없었을 지도 몰랐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번화가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섰을 때, 앞서나가던 모모타로는 멈춰 서서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여기 근처인데… 어디지…”
“길 잃은 거야?”
“아니요, 여기 어딘가 인데 정확하게 잘 모르겠네요…”
끄응. 작게 신음한 모모타로는 고민 끝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던 전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고 끝났고. 조금 뒤 근처의 골목길에서 낮선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네가 모모타로냐?”
나타난 남자는 니토리와 모모타로를 번갈아 보며 머리를 헝클였다. 남자는 방금 막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두 눈은 졸음이 가득했고 입은 연신 하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니토리는 남자의 외향보다 그의 말투에 놀랐다. 남자는 유창하게 일본어를 하고 있었다.
“네! 형이 말한 사람이 당신이에요?”
“마츠오카 린이라고 한다. 따라와”
“앗! 네네~ 가요 선배!”
“…응”
니토리는 모모타로에게 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 형을 만나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니토리는 어쩐지 자꾸 가슴 안쪽이 쿡쿡 쑤시는 불편함에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린의 집은 작은 2층집이었다. 린의 말에 따르면 1층은 자신이 사용하는 공간이고, 2층은 그의 여동생이 살던 곳이었는데 여동생은 일본으로 가버려 지금은 빈집이라고 했다. 모모타로와 니토리는 그 2층에서 머무는 것이었고, 기한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어차피 너희 집세는 네 형이 내주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오래 있을수록 좋고”
싱글벙글 웃은 린은 그런 말만을 남기고 아래층으로 가버렸다. 니토리는 린이 모모타로와 자신에게 준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리얼한데, 그는 아직 자신에게 번듯한 집이 생긴 것이 믿기지 않았다.
“모모군, 그, 나야 좋지만 오래 머물면 형에게 실례가 아닐까?”
“그런 걱정 마요~ 형 성격 알잖아요? 그리고, 이건 엄연히 형이 책임져야 했을 일이었으니까…”
“응?”
모모타로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니토리는 그의 말을 자르고 말았다. 아차. 니토리가 의문사를 던지고 나서야 제가 무언가 말해선 곤란한 것을 입 밖으로 뱉어버린걸 깨달은 그는 조개마냥 꾹 입을 다물더니 씩 웃었다.
“일단 씻고 잘까요, 피곤하네요!”
또 회피인가. 요 며칠간 모모타로는 말하지 않은 것이 말한 것 보다 더 많았다. 이런 그에게 익숙해졌다간 아무 소득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았지만, 차마 그를 추궁하거나 몰아붙이는 짓은 할 수 없었다.
니토리는 그런 일을 하기엔 너무나도 상냥했고, 모모타로는 빠져나가는 것에 지나치게 능숙했다.
“…그럴까?”
니토리의 웃음에는 힘이 없었다. 물론 그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모모타로도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그는 그걸 모른 척 하며 먼저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