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UL

[리즈로젠] 서투르게

Еsoruen 2014. 10. 6. 21:31

 

생일 축하해 BFF!!!!!

내가 리즈관련 소설을 안써봐서 캐붕이.. 쩔지도.. 모른다..

루엔... 지사츠..시마쇼...☆★

 

 

 

서투르게

written by Esoruen

to. RosenRitter

 

 

 

“선배, 이것 좀 도와줘!”

 

리즈는 갑자기 소란을 피우는 바인더의 전사들 중, 그 소란의 중심에 서있는 프리드리히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조깅이라도 갈 생각이었는데. 무엇 때문에 자신을 부른 걸까. 별로 좋은 예감이 드는 건 확실했지만, 무시하기에도 찝찝했던 탓에 그는 결국 나가려던 발길을 거두었다.

 

“무슨 일이야? 이건 무슨 소란이고?”

“오늘 지시자가 생일이래. 케이크 만드는데 도와줘!”

“하?”

 

인형에게도 생일이 있을 수 있나. 리즈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지만 그의 의문은 아이자크가 풀어줬다.

 

“지시자가 처음으로 이 세계에 온 날이니, 생일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 그런 거라면 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 리즈는 모두가 모여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전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 위에는, 잘 만들어진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새하얀 생크림케이크는 직접 만든 것처럼 보였다. 과일 몇 개로 장식된 케이크의 한 가운데는 텅 비어있었다. 보통은 저 가운데 부분을 가장 화려하게 꾸미지 않던가? 조금 의아해진 리즈는 텅 빈 케이크의 중심을 가리켰다.

 

“근데 여긴 왜 비었지? 그리고, 내가 도와줄 일이라는 건 뭐고?”

 

리즈의 질문에 전사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보며 웃기만 했다. 이런, 아무래도 제가 도와줄 일은 ‘이것’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군. 지레짐작한 리즈의 손에 초콜릿 펜을 들려준 것은 네넴이었다.

 

“리즈씨가 써주세요오”

“뭐, 뭘?”

“생일 축하해요, 사랑하는 지시자. 라고요오!”

 

네넴의 말에 굳어버린 리즈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뭐?

 

“그래, 이건 선배가 써줘야 의미가 있는 거야. 얼른 써!”

“아니, 너, 부추기지 마라”

 

프리드리히의 재촉을 단칼에 내친 리즈는 따뜻한 초콜릿 펜을 가볍게 쥐었다. 확실히 이 바인더의 지시자는 자신을 굉장히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편애라고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호감이었다. 리즈는 그 감정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싫지 않았고, 이제는 지시자가 자신을 찾아주지 않으면 묘하게 섭섭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이 깨끗한 케이크의 가운데를 채워도 되는 것일까.

리즈가 망설이고 있자, 콥이 입을 열었다.

 

“싫으면 나한테 주던가. 내가 하지”

“아니, 네녀석에게 맞기고 싶진 않군”

 

저 녀석에게 이 일을 넘겼다간 이상한 문구를 써놓을지도 몰랐다. ‘빨리 내 기억을 찾아 달라’ 라던가, ‘일 좀 작작 시켜라’ 같은 생일과 무관계한 말들을 말이다. 게다가 다른 전사에게 이 영광을 넘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리즈는 결국 케이크 한가운데에 메시지를 써넣었다. ‘생일 축하한다. 지시자’ 최대한 간결하게 축하의 말을 적은 그는 멋들어지게 써진 글씨에 조금 우쭐해졌다.

 

“음, 자, 내 일은 이게 끝인가?”

“아니에요오”

“하아?”

 

이제 조깅하러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에겐 더 큰 미션이 남아있었다.

 

“지시자에게 이 케이크를 전해줘야죠오”

“하아?!”

“원래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이 줘야 하는 거에요오”

“그, 그건 사실이지만”

 

네넴의 말은 정말 틀린 구석이 하나 없어서, 리즈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걸 전해줄 동안, 다른 전사들은 그걸 보며 수근 거릴 것이 아닌가! ‘얼레리 꼴레리’ 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지시자에게 케이크를 주는 것은 싫지 않았지만, 자신과 지시자를 하이틴 소설의 주인공 구경하는 전사들의 시선은 싫었다.

 

“…할 수 없지”

 

리즈는 갑자기 완성된 케이크를 들더니, 냅다 지시자의 방으로 뛰었다. 그의 돌발행동에 놀란 다른 전사들은 그를 잡으러 뛰려고 했으나, 어마어마한 바람소리가 모두의 앞길을 막았다.

 

“아가씨의 생일에 소란은 안 되는 일이죠”

 

루드는 쫒아가려는 전사들을 쓱 훑어보고 웃었다. 그의 채찍은 정확히 전사들의 발끝 3cm 앞에 떨어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일부러 바닥을 향해 내려친 게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달려 나가려던 전사들은 추격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리즈를 기다렸다.

리즈는 뒤에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멈춰 섰다. 케이크는 다행히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지시자는 도니타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지시자”

 

리즈가 부르는 소리에 로젠과 도니타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왔네’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린 도니타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서더니 책을 집어들었다.

 

“잘해, 내가 일부러 시간 벌어준 거니까!”

 

퉁명스럽게 리즈에게 말한 도니타는 지시자의 방에서 휙 나가버렸다. 일부러 시간까지 벌어 뒀단 말인가. 케이크를 만들던 전사들의 철두철미함에 감탄한 그는 로젠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생일 축하한다, 지시자”

“어?”

“…이거, 먹어라. 글씨는 내가 썼다”

 

로젠 앞으로 내밀어진 케이크는, 달콤한 냄새가 훅 풍겨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오늘 생일이었던 것도 잊고 있었는지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케이크와 리즈를 번갈아 보다가, 덥석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고마워! 리즈!”

“뭐, 케이크는 다른 전사들이 만들고 난 글씨만 쓴 거지만”

“그래도 기뻐. 행복해”

 

분명 그녀는 만족하는 것 같았지만, 리즈는 뭔가 허전한 느낌에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생일 선물이 이걸로 충분한 걸까. 겨우 글씨 하나로, 자신의 지시자를 축하해 줄 수 있는 걸까. 작게 한숨을 쉰 리즈는 결국 허리를 굽혀 지시자와 눈을 마주했다.

 

“지시자, 잠시 눈을”

“응? 그래!”

 

뭔가 서프라이즈한 선물이라도 꺼낼 거라 생각한 걸까. 로젠은 웃으며 눈을 감았다. 분명 눈을 감은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리즈였지만, 혹시나 싶어 손을 휘휘 저어 정말 그녀가 눈을 감고있는지 확인한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지시자”

 

헛기침과 함께 그 말을 남긴 리즈는 얼굴이 빨개져 지시자의 방을 뛰쳐나갔다.

지시자의 방 밖에서 기다리던 네넴은 심상치 않은 얼굴로 뛰쳐나온 리즈를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어라아? 왜그러세요 리즈씨이?”

“…아무것도 아냐”

 

이런걸 알려줬다간 부활해서 지상으로 나갈 때 까지 놀림 받을 게 분명하다. 리즈는 방금까지의 일을 영원한 비밀로 묻어두고, 조깅을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