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이 죽은 것은 모두가 놀랄만한 일이었다. 절대 죽을 것 같지 않던, 어리지만 어른스럽던 그가 죽었다는 말에 황도군은 일순 숙연해졌다. 전쟁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그가 죽은 이상 마냥 기뻐 할 수도 없었다. 특히 블랙로즈단은 그들의 수장을 잃은 슬픔에 전쟁의 승리를 즐길 여유도 느낄 수 없었다.
“시체도 발견 되지 않았다니. 어쩌다 제너럴에게 그런 최후가 온 걸까요”
젤딘은 블래스터에게 한탄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도 이 전쟁에서 도움이 많이 된 그가 죽은 것이 상당히 슬픈 모양이었다. 블래스터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물론,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인식표라도 발견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너럴이 죽은 게 젤딘 때문도 아니고… 그렇게 죄책감 가지지 마요. 젤딘까지 기가 죽어있으면, 겐트 수비대가 어떻게 되겠어요?”
블래스터의 위로에 그녀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겐트는 지켜냈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남은 일이 많았다. 여기서 죽은 동료를 슬퍼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작전까지 모두 사기를 되찾기 위해, 겐트의 황도군들은 훈련도 줄이고 최대한 휴식을 취하며 슬픔을 달랬다. 그것은 블래스터도 마찬가지여서, 평소라면 훈련으로 바빠야 할 그는 오늘 만큼은 느긋하게 제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콜록. 블래스터가 작게 기침하자 새빨간 꽃잎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시체가 나오지 않은 걸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니. 젤딘도 블랙로즈단도 다 너무 슬퍼서 맛이 간 게 아닐까?”
그의 말동무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핏기 없는 입술이 움직일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하지만 블래스터의 수다는 멈출 줄을 몰랐다.
“이상해, 이상하다고. 누구든 하나 의심해주지 않는 게 더 이상해”
그가 말을 내뱉을 때 마다 꽃잎들은 숨과 말에 섞여 나왔다. 물론 흘러나오는 것은 꽃잎만이 아니었다. 가끔씩은 잎이, 가끔씩은 꽃 전체가… 힘들게 숨을 쉬며 꽃들과 말을 내뱉는 블래스터는 젖은 눈을 감추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제 잎에서 토해지는 꽃 때문인지, 너무 울어서 두통이 온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제너럴…”
커다란 상자에 담긴 제너럴의 시체는 차가웠다. 그의 몸을 다 담을 만큼 튼튼하고 큰 상자는, 서툴게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얼핏 보면 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피투성이의 제너럴의 시체는 싸늘한 색이었지만, 관 안은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시체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붉고 붉은 색들. 블래스터는 제가 토해낸 꽃들로 제너럴의 주변을 채웠다. 그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고백이자, 죽은 그에 대한 예의였다.
“이제 와서 고백한다고, 더 이상 꽃을 토해내지 않을 리는 없지만 말이야”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색채가 섞이고 섞이는 현실 속, 블래스터는 묘한 맛이 나는 꽃잎을 씹어 삼키고 말을 이었다.
“네가 좋았어, 제너럴”
그러니까 내가 이 꽃들을 전부 토하고 죽을 때까지, 내가 데리고 있게 해줘.
블래스터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그 소망을 이뤄주지 못했다. 약기운에 취하듯 제가 토하는 꽃에 취한 블래스터는 앞으로 고꾸라져 깊은 환각상태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