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말세] 침묵
※ 성인 스터디에 제출한 글입니다
※ 말세 레어 네타 약간+시체성애 약간 = 주의하세요!
※ 이런 내용이지만 일단은 마르세우스 생일 축하글. 생일 축하해요 황제님 하트하트
침묵
written by Esoruen
“생일 축하합니다. 마르세우스”
작은 케이크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에바리스트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이것이 같이 보내는 몇 번째 생일이던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그는 제 연인 앞에서는 제국기사가 아닌 사춘기 소년 같은 수줍은 서투름을 보였다. 그것은 아마 그가 진심으로 마르세우스를 사랑한다는 증거겠지. 나란히 그와 마주보고 앉은 에바리스트는 작은 반지케이스를 꺼냈다.
“변변치 못한 선물이라 죄송합니다”
제 성의에 부족한 선물이라 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내민 반지는 그리 싼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바리스트는 마르세우스 앞에 어떤 귀금속도 그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했다. 제국의 황제인 마르세우스는 그 자체가 보석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인 제 연인에겐, 꽃도 귀금속도 그저 작은 장신구에 불과했다.
“손을, 내밀어 주시겠습니까?”
에바리스트의 요청에도 의자 팔걸이 위에 올려 진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아, 어쩔 수 없군’ 소리 없는 한숨을 쉰 에바리스트는 흰 장갑을 끼고 있는 연인의 손을 향해 팔을 뻗었다.
부드럽게 잡은 차가운 손은 미동도 없었다. 물론 미동이 없는 것은 손뿐만이 아니었다. 굳게 닫힌 입술도, 지그시 감긴 눈동자도 무엇 하나 움직이지 않아 에바리스트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새하얀 장갑을 벗겨내자 나오는 것은 새까만 피부였다.
썩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비틀어진 손가락은 앙상했다. 분명 반지를 끼워도 헐렁해서 금방 빠져버릴 테지. 하지만 에바리스트는 개의치 않고 마르세우스의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왼손의 네 번째 손가락, 사랑의 약속이 걸릴 자리.
“마르세우스”
이 지독한 침묵을 깨는 방법은 오직 에바리스트가 말하는 것뿐이었다.
이 공간에서 말을 할 수 있는 건 에바리스트뿐이었으니까.
눈앞의 제 연인은, 제 사랑스러운 사람은, 마르세우스였던 것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았으니까.
마르세우스가 죽어버린 것은 벌써 몇 년도 전의 이야기였다. 사실 그는 불사의 영혼을 가졌으니, 아마 또 다른 육체로 황제의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그렇게 죽음을 빌미로 에바리스트를 떠나간 마르세우스는 잔인하게도 자신이 전에 사용한 육체를 에바리스트에게 남기고 갔다. 독살당한 마르세우스의 육신은, 썩지도 않고 그대로 말라비틀어져 미라가 되었다. 흰 피부와 영롱한 눈동자, 그리고 목소리마저도 없어진 연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래서 에바리스트는 그것을 여전히 마르세우스처럼 대했다.
“내년엔 더 좋은 생일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작년 생일에도 저 말을 했던 것 같은. 에바리스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생기 없는 입술에 키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