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Kurobas/빙우(히무로 右)

[자빙/무라히무] 어리광+납득=0

Еsoruen 2013. 7. 1. 04:37

 

 

 

 

 

어리광+납득=0

written by Esoruen

 

 

 

 

 

경기에서 지는 꿈은 그다지 드문 꿈이 아니었다. 오히려 운동선수들이라면 과도한 긴장 속 한 두 번은 꾸는 악몽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히무로가 꾼 꿈은 더없이 기분이 나쁘고 리얼해서 어제 빤 깨끗한 침대시트를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게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흐린 눈앞의 색체들이 형태를 이룰 때 까지 히무로는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무라사키바라는 자는지, 작은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자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추한 자신의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시야가 맑아지자 보이는 것은 어두운 방 안, 겨우 진정된 히무로는 기분 나쁜 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경기는 요센의 패배로 끝났었다. 환호하는 상대팀은 분명 세이린 고교. 제 의형제 동생은 팀메이트들 사이에서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동정이나 아쉬움이 아니었다. 좋은 경기를 뛰고 난 뒤 만족스러운 눈빛. 아주 어릴 때, 질투도 경쟁도 의미가 없던 그 시절의 눈빛. 꿈에서 깨기 전 본 것은 그 눈빛이었다.

시작도 안 된 윈터컵에서 패배하는 꿈이라니, 게다가 그 패배 대상이 세이린이라는 것은 아무리 포커페이스인 히무로라도 놀라서 꿈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지는 것만큼 불쾌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어두운 방 안을 헤맸다. 미지근한 물이 든 생수병이 손에 닿자, 히무로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집어 뚜껑을 열었다. 입안으로 물을 쏟아부어내자 애매한 온도의 생수가 흐린 정신을 흔든다. 어른스럽지 못해. 스스로를 비웃으며 빈 생수통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었다.

단지 기분 나쁜 꿈일 뿐이다. 흔들릴 이유는 없다. 자기최면을 건 히무로는 자고 있는 무라사키바라에게 다가갔다. 무라사키바라는 이불을 감듯이 덮고 자고 있었다. 어린아이 같다. 몇 번을 보아도 이 덩치 큰 소년은 7살짜리 어린애 같다고 히무로는 느꼈다.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자신과 함께 ‘더블 에이스’로 불리는 실력자이자 기적의 세대중 한 명이였다. 큰 키, 빠른 반응속도. 농구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신체조건이 좋은 무라사키바라에 비해 히무로는 철저한 노력으로 농구를 잘 하게 된 케이스였다. 천재와 범재. 어떻게 보면 친해지기 힘든 조합인데도 실제로 두 사람은 사이가 굉장히 좋았다. 히무로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그저 무라사키바라가 ‘싫지 않았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기분 나쁘지 않았다’라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건방진 태도, 재능을 믿고 태만한 태도를 보일 때 마다 선배들도 한소리를 하기 일쑤였지만 이상하게도 히무로는 그것에 부정적인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 제 눈에는 그저 커다란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서, 달래주면 되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 판단은 꽤 정확했다. 과자와 칭찬, 그리고 적당한 말솜씨로 회유하자 무라사키바라는 의외로 쉽게 말을 들었다.

무라사키바라랑 농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지금 팀도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히무로는 가능하다면 요센으로 윈터컵을 우승하고 싶었다. 단순히 카가미를 이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팀으로, 무라사키바라와 함께 우승하고 싶었다. 그만큼 히무로는 그가 좋았다.

 

“지고 싶지 않아, 그건 모두 끝난다는 거니까”

 

자고 있는 무라사키바라에게 혼잣말을 건 히무로는 그 옆에 누워 자신보다 훨씬 큰 무라사키바라를 끌어안았다. 널찍한 등은 규칙적으로 숨소리에 맞춰 위 아래로 움직였다. 평화롭다. 정말로 더 없이 평화롭다.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지금,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의 자유란 악몽의 찝찝함 따윈 금방 잊게 할 정도로 달콤했다.

만약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지금이 좋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츠시”

 

히무로는 대답 없는 등을 불렀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허공에 입만 뻐금거릴 뿐, 그 이상의 단어를 구축하지 못한 그의 입은 곧 얌전히 다물어졌다. 히무로는 살며시 두 팔을 거두고, 조금 떨어져 무라사키바라의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충분히 진정되었으니 잠들자. 자고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 꿈도 꾸지 못한 얼굴로 일어나자. 그런 결심을 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도 피곤했던 것일까. 눈을 감고 바른 호흡을 내뱉기를 몇 분, 히무로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새근새근. 기분 좋은 숨소리는 두 개가 아니었다. 천천히 눈을 뜬 무라사키바라는 슬그머니 돌아누워 제게 등을 보이는 히무로를 바라보았다.

 

“무로칭”

 

사실은 아까 깨버렸어. 이미 잠든 히무로에게 자백하며 그는 제 앞의 등을 끌어안았다. 아까 전 등에 닿는 감각에 깨버렸지만, 자는 척 해버린 것은 히무로의 숨소리가 너무나도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무로칭이 어리광 부리는 건 처음 본 거 같네’

 

방금까지 자신의 등을 끌어안고 있던 히무로를 상상하며 무라사키바라는 슬쩍 웃었다. 늘 제멋대로인 쪽은 자신이었기에, 오늘의 사건은 무라사키바라에게 신선한 충격일수밖에 없었다. 깨어 있었지만 대답을 안 한 것은 조금 양심이 찔렸지만, 무라사키바라는 어쩔 수 없다고 자기 자신을 납득시켰다.

 

‘무로칭이 어리광부리는게 이게 마지막이라면, 한번쯤은 속여도 용서해 줄거야’

 

제 멋대로 납득한 그는 자신보다 좁은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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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새벽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0' 입니다

..는 레압뜬 기념으로 라크님께 받은 리퀘 자빙인데 이건 뭐 제가 도대체 뭘 쓴건지 총체적 난국이네요

분명 주제는

[자빙의 소재 멘트는 '이게 마지막이라면..', 키워드는 예지몽이야.

영화같은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

..였던거 같은데.. 영화는 무슨 B급영화도 비웃고 갈만한 글이..

결론은 자빙행쇼입니다 자빙.. 자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