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하루] 유감
※ 1화 내용만으로 약간의 날조를 더해 쓴 소설입니다. 1화만 보고 쓴 글입니다
유감
written by Esoruen
처음 나기사에게 폐건물이 된 수영클럽 건물에 가자고 들었을 때 하루카는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다. 분명히 자신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긴 했지만, 이미 망한 곳이니 미련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마코토의 ‘수영장이 있다’는 한마디에, 하루카는 귀찮음도 잊고 두 사람과 동행하기로 했다. 목욕탕의 좁은 탕이 아닌, 수영만을 위해 있는 넓은 풀. 락스 냄새가 나는 물, 푸른 타일 바닥. 나나세 하루카 그것을 보러 갔을 뿐이었다.
폐건물에 도착하고, 소금으로 착각되었던 설탕을 뿌리고 건물 안을 휘저으면서도 하루카는 괜히 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건물은 ‘사람의 손길이 끊긴 폐건물’의 훌륭한 표본 같은 모습이었고, 자신을 회유한 마코토는 빈 캔의 굴러가는 소리에도 겁을 먹어 본인보다 훨씬 작은 하루카의 뒤로 숨고 있었고, 오직 나기사만이 신이 나서 손전등을 자랑스럽게 들고 앞장서 나가고 있었다. 그저 나기사가 가는대로, 제 등 뒤에 거북이 등껍질처럼 붙은 소꿉친구를 이끌며 가던 하루카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것은 휴게실에 걸린 사진 한 장이었다.
“이거, 우리가 릴레이에서 우승했을 때 사진이지?”
나기사가 가리킨 것은 초등학생 네 명이서 수영복 차림으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었다. 환하게 웃는 마코토와 나기사, 그리고 제 바로 옆에서 누구보다 기쁘게 웃고 있는― 이 자리에 없는 마츠오카 린.
‘본 적 없는 풍경을 보여줄게!’
기록이나 경주, 그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형 밖에 하지 않던 하루카를 회유한 린의 말. 사진에서 마치 그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아 하루카는 한숨이 나올 뻔 했다. 올림픽 선수가 될 것이라 했던 그는, 지금 분명 호주에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친해진 사이였는지, 본인조차 의심스러웠다. 선수가 되기 위해 기록과 대회를 중요시 했던 린과 그저 수영을 할 수 있다면 뭐든 좋았던 하루카. 정반대였기에 오히려 더 친해진 것이었을까. 하루카는 그 대답을 알지 못했다. 다만 확실히 실력이 좋았던 린이 싫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진으로 한 재회에도 하루카는 확실히 흔들렸다. 그런데, 타임캡슐을 파내러 가던 길 만난 진짜 린과의 재회에 하루카는 귀신인 줄 알고 놀란 마코토만큼이나 놀라고 말았다. 소리 없이, 그저 눈동자만 흔들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루카였기에 나온 반응. 만약 그가 나기사 같은 성격이었다면 폐건물이 흔들리도록 소리 질렀을지 모른다. 도발적인 말투, 조금은 변한 것 같은 린의 모습에 마코토와 나기사는 당황했지만 하루카는 당황하지 않고 대꾸했던 것도, 그 만남의 충격이 너무나 커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져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린이 제안한 대결에도, 하루카는 덥석 승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이어진 것은 승부, 물이 없는 풀장과 트로피를 버리고 간 린. 왜인지 단편적으로 토막 나버린 머릿속을 뒹구는 기억들을 조합해서 하루카가 떠올린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꿈인가”
다음날 풀밭에 누워 어제의 일의 이야기할 때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코토가 ‘꿈일 리가 없잖아!’라며 버럭 화를 냈지만, 하루카는 정말로 그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떠나놓고, 무엇을 보여줬는지, 그때도 지금도 아직도 모르겠는데. 다시 보여 달라고 했는데, 승부를 할 수 없다고 그냥 가버리다니. 게다가 린을 만난 것 까지의 기억만 정확하고, 승부를 하러 간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나다니.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조차도 흐릿했고, 집에 돌아와 욕조에 틀어박혔던 것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충격이었나. 스스로 던진 질문에 하루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조금 아쉽고
“꼭 닮은 사람”
“꼭 닮은 사람이 왜 하루에게 승부를 걸어?”
조금 혼란스러웠고
“그럼 유령”
“다리 있었다구?”
조금 슬펐고
“그럼 도플갱어”
많이 유감스러웠다.
의미 없이 어젯밤 린이 이상했던 이유의 가능성을 말하던 하루는 그 이후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코토가 도플갱어로 무언가 떠들기는 했지만,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넌 가르쳐 주지 않았어.
머릿속의 린을 떠올리며 중얼거린 하루카는 눈부신 햇빛에 눈을 감았다. 조금 있다가 조퇴해서 물에 들어가야지. 그것만 생각하며 하루카는 린에 관한 번뇌를 접어버렸다.
+
아니 세상에 1화만 나온 애니로 소설쓰는 놈이 어디있어
여기 있습니다, 네. 하지만 연성하고 싶어서 손발이 뒤틀릴뻔 했습니다..
하루카가 자꾸 유령이니 도플갱어니 말하는게 그냥 맞장구? 대꾸? 해주려고 그러는 것도 있지만 묘하게 린이 변한것에 대한 자기부정으로 저러는 거면 좋을지도.. 라는 생각과 변해버린 린에 대한 혼란스러운 하루카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건 둘째치고 그냥 린하루가 미친듯이 보고싶어서 자급자족했습니다()
그런데 대사 순서가 저게 맞나 모르겠네요... 기억력도 신통찮아서..
+ 애맥 방영보고 순서 고쳤습니다.. 고마워요 애맥 사랑해요 애맥.. 애맥 자막이 신통찮았던건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