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녹/타카미도] 에이스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세
에이스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세
written by Esoruen
타카오 카즈나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급 문구점 안, 직원들의 눈길을 무시하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가게 안을 누비던 그가 찾는 것은 자신이 쓸 물건이 아니었다. 7월 7일. 내일은 자신의 농구 파트너이자 클래스메이트인 미도리마 신타로의 생일이었다.
마음 같아선 이런 문구점이 아닌 백화점에서 근사한 선물을 고르고 싶은 그였지만, 타카오의 지갑 사정은 평범한 남고생의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돈을 탈탈 턴다면 비싼 선물은 살 수 있겠지만, 7월 한 달은 눈물 나게 가난한 한 달이 될게 뻔했다.
“하아, 난감하네~”
결국 고른 것은 심플한 편지지 뿐. 미도리마에겐 도저히 무엇을 줄지, 그 혼자 생각해내기엔 너무나도 힘든 문제였다. 내일의 게자리 럭키 아이템은 알고 있지만, 그런 것은 사줘도 소용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럭키 아이템은 하루 기준이니 제 선물이 하루만 쓰일 것을 생각하면 그건 그것 나름 기분이 나빴고, 미도리마라면 이미 그 럭키 아이템을 구해놓았을 테니까.
그때, 고뇌에 빠져 필기구 코너 앞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타카오의 등에 사람의 손길이 느껴졌다.
“저어”
“응?”
설마 직원일까. 심드렁한 눈으로 고개를 돌린 타카오는 의외의 인물의 손이 제 등을 두드린 것을 알고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연한 하늘색 머리. 자신보다 작은 키. 세이린의 하복을 입은 소년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타카오군”
“쿠로코?!”
쉿. 타카오가 소리를 지르자 조용히 하란 듯 검지를 입 앞으로 가져간 쿠로코는 말을 이었다.
“가게에선 조용히 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뭐하고 있는 겁니까?”
“아아, 어, 살게 있어서”
“미도리마군 선물 사러 온 겁니까?”
“뭐야 너도 알고 있어? 너도 그럼…”
타카오의 예측에 쿠로코는 고개를 저었다.
“선물은 진작 사놨지요. 오늘은 제가 쓸 펜을 사러 온 겁니다”
펜이라면 대형 문구점 까지 올 필요가 없을 텐데. 잠시 그렇게 생각한 타카오였지만 간혹 대형 문구점에만 파는 고급 펜이 있다는 걸 생각해 내고는 캐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쿠로코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쓸데없는 의심은 안 하는게 좋다는 걸 타카오는 알고 있었다.
“딱 보니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아닙니까?”
“하하, 뭐야 들킨 거야?”
“저도 조금 고민하고 골랐으니까요”
중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쿠로코마저 고민하고 골랐다니. 미도리마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분명 마음에 안 드는 것이나 쓸데없는 걸 선물하면 직설적으로 말을 안 해도 ‘이런 걸 선물이냐고 주는 거냐?’ 싶은 표정을 지을게 뻔했다.
“있잖아, 쿠로코는 뭐 골랐어?”
“비밀입니다”
“너무하네~ 참고 좀 하려고 했더니”
사실 참고해도 똑같은 것을 사줄 수도 없으니, 별로 도움은 안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타카오는 절실했다. 어떻게든 미도리마의 생일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멋지게 축하해 주고 싶었다. 미도리마를 좋아하니까.
“선물은 못 가르쳐 줘도, 타카오군 만을 위한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습니다”
“응?”
“귀를…”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쿠로코에게 의심 반 간절함 반으로 귀를 내밀었다.
다음 날, 미도리마는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왔을 때, 평소와는 다른 광경에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좋은 아침, 신쨩!”
“아, 좋은 아침이란 것이야”
평소라면 알아서 리어카와 자전거를 끌고 와 자신을 기다릴 타카오가 오늘은 가방만 달랑 들고 대문 앞까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잊어버리고 안 가져왔을 리는 없는데. 혹시나 싶어 뒤를 기웃거려도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위 바위 보에서 늘 져서 이젠 가지고도 오지 않은 걸까도 생각해봤지만, 타카오는 그렇게 속 좁은 남자가 아니었다.
“타카오, 리어카는”
“그건 오늘 필요 없어”
“하?”
“생일 축하해 에이스님”
타카오가 내민 것은 작은 편지봉투 하나였다. 제 생일을 기억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편지를 써 올 거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편지를 받은 미도리마는 혼자 그것을 읽어보려고 주머니에 편지를 넣었다.
“자, 등교하자 신쨩”
주머니에 제 편지를 넣는 것을 본 타카오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제 몸을 숙였다. 미도리마는 타카오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포즈의 타카오를 빤히 보았다.
“뭐하냐는 것이야”
“업혀”
“뭐?”
“오늘 리어카는 나! 생일 선물이야”
장난스럽게 웃은 타카오는 제 등을 팡팡 쳤다. 하지만 미도리마는 순순히 업히지 않고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리 남자라지만 자신보다 작은 그가, 무사히 슈토쿠 고교까지 자신을 업어갈 수 있는가도 걱정되었고, 생일 선물이라고 해도 미안함이 느껴져서 였다.
“뭐해, 빨리 업혀 지각한다?”
“아니, 그래도…”
“내 성의를 무시할거야?”
“……”
한숨을 푹 쉰 미도리마는 결국 그 등에 업혔다. 무겁지도 않은지, 타카오는 제 등에 느껴지는 체온에 씩 웃고 똑바로 일어서 걸어갔다.
“나중에 무겁다고 해도 난 모른다는 것이야”
“걱정 마, 떨어뜨리거나 안한다고?”
“흥”
평소에 리어카로 등교할 때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았지만, 오늘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남고생이 남고생을 업고 등교하는 광경이라니.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미도리마는 부끄러운지 타카오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타카오는, 이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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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마 생일 축하해.. 누나야.. 누나야 문열어..ㅠㅠ
제 키세키즈 최애는 미도리마입니다. 제 첫 최애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미야지가 최애지만요..선배 저야..)
미도리마 생일 축하해.. 제발 2학년땐 이기자..^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