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Kurobas/엽궁(하미야)

[하미야/엽궁] 통신 양호, 맑음

Еsoruen 2013. 7. 8. 22:08

 

 

 

통신 양호, 맑음 

written by Esoruen

 

 

메시지가 전송되었습니다. 핸드폰 액정에 뜬 무심한 알림에 하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메시지 함을 들여다보면 온통 발신 메일 뿐, 수신된 메일은 극소수였다. 그 마저도 가족이나 팀원의 문자들이었고, 자신이 열심히 문자를 보내는 사람의 답장은 오지도 않았다. 애초에 답장을 바라고 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하루에 한번씩. 같은 시간에 꼬박꼬박 보내는 문자인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니. 미야지는 참으로 무심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윈터컵이 끝나고, 겨우 사정해서 얻어온 미야지의 전화번호는 하야마의 단축번호 1번에 저장되는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하야마 덕분에, 단축번호는 한 번도 쓰인 적이 없었다. 막상 용기 있게 번호를 얻었지만 전화를 걸어 할 말이란 것이 그로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고,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해야 좋을지도 감이 오질 않아서였다. 그래서 결정한 것은 바로 문자였다. 하야마는 매일 12시, 미야지에게 점심을 챙기라는 둥 감기를 조심하라는 둥 시시한 안부 문자를 보냈다. 아무리 바빠도 문자는 빼먹지 않았고, 연습 중이나 심지어 휴일에 다른 일을 하다가도 체내에 알람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12시만 되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러 의미로 코타로 대단하네. 미부치가 칭찬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을 했지만 하야마는 별생각 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었다. 칭찬이든 아니던, 지금 제 일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그는 자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정성이 가는 일을 하는 것은 그가 머리털이 나고 나서 처음이었다. 칭찬받아도 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받고 싶었다. 물론 미야지에게 말이다.

 

“한번쯤은 답장 해 줘도 좋을 텐데”

 

자신이 문자를 보내는 것을 그만 두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미야지에게 답장이 오는 것이 먼저일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전자가 먼저일 것 같은 슬픈 예감에 하야마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교토와 도쿄까진 멀어서 통신 상태라도 안 좋은걸 거야. 그럴 리가 없는 말로 그는 자신을 위로했다.

 

 

 

 

 

 

다음날 아침, 하야마는 눈을 뜨고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평소보다 무거운 몸, 어지러운 머리, 답답한 목. 감기에 걸렸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등교 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다. 아파서 못 일어나다니, 하야마는 잔뜩 표정을 찌푸리고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학교는 쉬어야지.

어렵사리 손가락을 움직여 담임에게 전화를 건 하야마는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선생님은 흔쾌히 하루 쉬어라며 위로의 말까지 하곤 전화를 끊었고, 하야마는 핸드폰을 베개 옆에 두고 이불을 끌어안듯 덮었다. 이왕 학교를 쉬게 된 거, 푹 쉬어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야마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눈을 감아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잘 자고 있는 도중. 갑자기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으응?”

 

이 알람소리를 봐선 분명히 문자였다. 미부치나 아카시가 위로 문자를 보낸 것일까. 아니면 네부야가 놀리는 문자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은 그저 귀찮을 것 같아 핸드폰을 잡는 것은 망설여졌다. 차가운 액정 위. 수신 메시지 1개. 알람소리는 끊겼어도 화면은 빨리 메시지를 확인해보라는 듯 번뜩이고 있었다.

귀찮아. 작게 중얼거린 그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또 알람소리. 다시 고개를 들자 이번엔 수신 메시지가 2개가 되어있었다.

 

“뭐야 정말…”

 

각각 다른 사람이 보낸 문자라면 몰라도, 같은 사람이라면 답장 할 때 까지 문자가 올 기세였다. 확인할까 말까. 열이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던 하야마는 제 병과 귀찮음에 지고 말았다. 알람을 무시하기로 한 하야마는 엎어지듯 누워 핸드폰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다행이도 이다음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하야마는 다시 평안을 찾는 듯 보였지만

 

‘~♬’

“으아?!”

 

이번에는 전화였다. 이건 안 받을 수가 없다. 힘겹게 핸드폰을 잡은 하야마는 수신인을 확인하지도 않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제게 전화 올 상대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여보세요”

“너 뭐야”

 

그런데 전화를 건 상대방의 목소리는, 자신이 예상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 아니었다.

낯선 듯 익숙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 화가 난 듯 했지만 어딘가 매섭다고만은 할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분명히…

 

“미야지 씨?!”

“수화기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마 멍청아!”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해진 그는 핸드폰 액정을 보았다. 미야지 키요시. 제가 이름을 부른 그 사람이 분명 발신인으로 떠있었다. 문자 답장도 없던 사람이 전화라니. 꿈이 아닐까 했지만 열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봐선 분명 현실이었다.

설마. 하야마는 미야지가 잔소리를 퍼붓는 동안 제게 온 문자들을 확인했다. 첫 번째 문자. ‘뭐야’ 라고 쓰여 있다. 발신인은 물론 미야지. 두 번째 문자. ‘무슨 일 있냐?’ 라고만 쓰여 있다. 이것도 역시 미야지가 보낸 것이었다.

 

“그, 미야지 씨, 무슨 일이야?”

 

자신도 모르게 들떠버린 하야마는 잔소리를 하는 미야지의 말을 끊어먹고 물었다. 미야지는 제 말이 끊겼음에도 크게 화내지 않고, 한숨만 한번 쉬고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성의를 보였다.

 

“매일 문자 보내던 놈이 오늘은 문자가 안와서 나가죽었나 싶어 문자하니 답이 없어서 전화했다, 왜?”

“에에?”

 

하야마는 시계를 보았다. 2시에서 3시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하야마는 오늘 자신이 12시에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버렸다. 이게 무슨 실수인가. 낭패감이 드는 하야마였지만 막상 지금 미야지와 통화하고 있어 그 감정은 덜했다.

 

“아, 미안해. 오늘 아파서 쭉 잤거든”

“아파? 어디가? 감기냐?”

“으응! 괜찮아!”

“괜찮기는 무슨.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구만? 전화 끊을 테니 누워서 자”

 

냉정한 미야지의 반응에 하야마는 ‘아냐 나 괜찮아!’를 무작정 몇 번이고 외쳤다. 어떻게 이어진 전화인데, 이대로 끊게 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나 괜찮아! 괜찮아 미야지 씨! 이제까지 잤어! 괜찮아! 끊지 마~!”

“아, 시끄러! 경트럭에 깔려 객사 하고 싶냐!”

“끊지 마, 미야지 씨이… 처음으로 미야지 씨가 먼저 전화 준거잖아…”

 

하야마의 애절한 부탁에 미야지는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안하다만, 난 아직 수업이 남아서 말이지. 쉬는 시간이라 전화 한 거니 끊어야 해. 그러니까 그냥 자라”

“그럼 앞으로 내 문자에 답장 자주 좀 해줘”

“내가 왜?”

“내가 걱정되어서 전화도 하면서, 그건 왜 못해”

 

하야마의 돌직구에 미야지는 말이 없었다. 분명 당황하고 있는 것일 테다. 하야마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우물쭈물 아무 말도 못하던 미야지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이나 자! 수업 들어가니까 답장 하면 날려버린다”

 

뚝. 통화는 냉정하게 끊겼지만 하야마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미야지도 사실 문자를 다 신경 쓰고 있었고, 자신이 걱정되어 전화도 해 주었다. 몸은 아팠지만 하야마는 마음만큼은 기뻐서 저 멀리 도쿄까지 뛰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핸드폰을 놓고 침대에 똑바로 눕자, 창가에서 햇빛이 들어왔다.

 

“오늘은 양호한걸, 날씨도 통신 상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하야마의 얼굴엔, 아픔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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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엽궁데이_0708★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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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엽궁데이입니다 엽! 궁! 데! 이!

오랜만에 단편 엽궁이네요, 엽궁 이 바보커플 결혼해 신혼카인 키무라네 경트럭은 제가 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