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린 그림만 봐도 책이 된다. 이것은 상당히 무서운 스탠드였다. ‘겨우 책이 되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스탠드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 그 책은 다름 아닌 제 인생이자 기억인 책이 되는 것이라, 자신에 대한 정보가 모두 까발려지는 무서운 스탠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책으로 된다는 것은, 그러니까 로맨틱하게 갑자기 두꺼운 양장본으로 변해 바닥에 툭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었다. 제 몸의 피부가 종이가 되어, 그 안의 뼈까지 한 장 한 장 책의 한 페이지가 되어 흩날리는, 즉, 움직임도 일부 봉인되는 스탠드. 그것이 그의 ‘헤븐즈 도어’였다.
“로한 선생님~! 케이크 사왔어요!”
노크도 하지 않고 집 밖에서 외치는 목소리는 아직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남녀는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보통 이시간이면 작업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인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코이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 보았다.
“계세요?”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코이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만으로 외쳤다 ‘설마’ 평온했던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적 스탠드!”
“에? 설마!”
시끄러운 사건은 다 지나갔다지만, 스탠드 유저끼리는 서로 이끌리는 법. 혹시라도 이 모리오초에 또 다른 악한 마음을 품은 스탠드 유저가 생겼다면…
급한 마음에 덥석 문을 연 코이치는 멀뚱멀뚱 케이크를 들고 있는 소녀에게 외쳤다.
“우즈키 양!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죠스케 군을 불러줘!”
“오케이~”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대답치고는 태평할까. 하지만 우즈키는 언제나 이렇게 웃고, 밝게 대답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면 집이 이렇게 조용하고 멀쩡할 리 없다는 것을 아는 그녀는 별일이 아닐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집 앞에 쪼그려 앉았다.
“치마를 입고 그렇게 앉는 건, 삼류 만화 서비스 컷에나 나올 상황이라고. 우즈키”
“아”
역시 아무 일도 없구나. 걱정이 싹 달아난 환한 웃는 얼굴로 돌아본 그곳에는 원고를 보내고 온 키시베 로한이 서있었다. 편의점에 갔다 온 김에 이것저것 사온 걸까. 조금은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그는 우즈키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를 가리켰다.
“그건?”
“선물이에요! 코이치랑 같이 왔으니 나눠먹어요!”
“오오, 코이치 군도 온 건가!”
한층 더 표정이 밝아진 로한은 열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쫄래쫄래 따라 들어간 우즈키는 급하게 방에서 튀어나오는 코이치를 향해 태평하게 말을 걸었다.
“코이치~ 로한 선생님 왔어!”
“아, 정말?! 다행이다…”
“코이치 군, 뭘 걱정한 거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그, 케이크 사왔으니 먹어요!”
어차피 무사한 거, 괜한 걱정을 했다고 고할 필욘 없겠지 코이치는 자진해서 우즈키가 사온 케이크와 로한의 비닐봉지를 들고 부엌으로 갔다. ‘어시스던트라도 둔 기분인걸’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한 로한은 늘 안는 제 작업실 책상에 앉아 깨끗한 원고지를 정리 했다.
“마감 다 한 거 아니에요? 또 일해요?”
우즈키는 거실 소파에 앉지 않고 쫄래쫄래 그를 따라와 가지런히 무릎 위에 앉았다. 평소 작업중일 때 이런 행동을 하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특유의 성깔로 짜증을 낼 그였지만, 오늘은 마감을 한 날. 오직 쉬는 것만이 남은 그에게 우즈키의 애정표현은 더 이상 방해가 아니었다.
“아니, 그냥 정리일 뿐이야”
“헤헤, 왔는데 바쁘면 어쩌나 했어요. 로한 선생님이 일하는 걸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같이 이야기도 하고 놀고 싶어요!”
같이 놀다니. 역시 이 아가씨는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보면 볼수록 이해가 안 가는 사고방식이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마치 만화에서 모든 사건을 일으키고, 또 모든 사건을 수습하는 사랑스러운 트릭스터 같은 그녀는 헤븐즈 도어로 책이 되었을 때 페이지를 통째도 뜯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만큼 재밌는 아이였다.
‘아, 또 열어보고 싶은데’
평소라면 그냥 곧바로 스탠드를 썼을 텐데. 로한은 그녀에게 만은 함부로 스탠드를 쓸 수 없었다. 그건 같은 스탠드 유저로서 경계하거나 ‘레이디는 소중하게’ 같은 젠틀맨 정신을 가지고 조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사교성과 인성 하나는 제 만화의 재밌음 만큼이나 글러먹은 그가, 그런 놀라운 의외성을 보여줄 리가 없었다.
다만 그는, 무슨 맛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사탕상자를 여는 어린아이의 기분으로 그녀를 책으로 만들기를 망설이는 것뿐이었다. 기대, 두려움, 그리고 설렘.
“우즈키”
“네?”
“내가 널 볼 수 있을까?”
그가 펜을 들고 물으면, 우즈키는 언제나 웃는다. 또 뭔가 재밌는 걸 그리고 싶어 하는 모양이구나! 제가 몇 백 장의 페이지가 되어 흩날리는 건 무섭지도 않은지, 그녀는 밝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