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written by Esoruen
“리더, 누가 찾아왔는데?”
“…나를?”
“그래”
자신을 개인적인 용무로 찾아올 사람이 있던가. 리조토는 젤라토가 가져온 소식에 강한 불안감부터 느꼈다. 암살팀의 리더인 자신을 몰래 찾아오다니. 결코 좋은 징조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뭐, 그래도 이 아지트의 정보를 안다는 것은 일단은 동료라는 거니, 갑자기 스탠드를 쓸 일은 없을까.
“어떤 사람이었나?”
“음, 어린… 아니, 젊은 여자?”
“나잇대는”
“10대 후반 쯤? 꽤 예쁘던데”
별로 그런 것은 궁금하지 않은데, 왜 제 동료는 히죽히죽 웃으며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혹시 쓸데없는 오해를 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눈으로 지그시 젤라토를 보던 리조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려와라”
“응? 직접 나가지 않고?”
“혹시 모르니까”
과연. 안전제일이라는 건가. 젤라토는 그의 신중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다급한 걸음으로 제 방을 나간 동료는 한참을 돌아오지 않는가 싶더니, 이내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었다.
“리더, 데려왔어”
그 말만 남기고 사라진 그를 대신해 문에 서있는 것은, 언젠가 한번 본 적 있는 여자아이였다. 아니, 여자아이라 하기엔 너무 커버렸나. 붉은 립스틱, 짧은 바지의 그 여자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리더!”
“누가 보면 우리 팀인 줄 알겠군”
“하하하, 뭐 어때? 어차피 같은 파시오네인데?”
아무리 그래도 정보 관리팀과 암살팀이 같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 애초에, 대우부터가 다른데. 자신들은 온갖 더러운 일을 하는데도 조직에서 취급이 좋지 못하고, 정보 관리팀은 여기저기를 오가며 온갖 것을 아는 통에 ‘정보’라는 무기로 뭐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 무슨 볼일이지. 파네 비안코”
“어머, 이름 기억해 주고 있었어?”
“어쩌다 보니”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다. 자신은 기억하고 싶어서 기억한 것도, 어쩌다 기억한 것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던 거겠지. 그런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갔는데, 어떻게 잊겠는가. 외모도 외모고, 말투도 말투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 스탠드 능력이었다.
“이름도 기억 해 주고 있을 정도면, 재회의 만남인데 좀 더 기뻐해 달라고요. 리더”
킥킥. 장난스럽게 웃은 그녀가 성큼성큼 자신에게 다가왔다. 정체만 모른다면 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외모. 화려하고, 눈에 띄며, 유혹적이다. 사람, 아니 남자를 다룰 줄 안다는 기운이 여기저기서 풀풀 풍겼지만, 리조토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난 네 리더가 아니다”
“그럼 암살팀 리더라고 불러줄까요?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
“왜 온 거지?”
“아아, 차가워라~”
그 점이 좋지만.
붉은 입술이 속삭이듯 덧붙이고 웃었다.
“그냥 근처에 온 김에 밥이나 먹자고?”
“일인가?”
“바보 같기는, 데이트 신청이라고요 시뇨르. 싫어요? 오늘은 별로 안 바쁠 텐데?”
과연 정보 관리팀. 아무리 다른 팀이라고 해도, 내부 사정은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걸까. 리조토는 제게 입술이라도 마주할 듯 가까이 다가온 파네를 밀어내지도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대답은?”
“…정말 식사뿐인가?”
“당연하지. 나도 바빠. 밥만 먹고 안녕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째서일까. 리조토는 서서히 납득하고 설득되어가는 자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정보 관리팀의 실력인가. 아니, 그녀 자체의 실력이라는 편이 더 맞겠지. 결국 힘없이 웃은 그가 제게 찰싹 달라붙은 그녀를 밀어냈다.
“가지. 근처에 아는 레스토랑이 있다”
“신난다~! 잘 얻어먹을게, 리더”
“리조토로 됐으니 그렇게 불러라”
“흐음, 뭐, 내키면?”
그렇게 안 하겠다는 뜻이군. 겨우 두 번째 만남인데도 너무나도 간단히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리조토는 이마를 짚었다. 어쩌다 이런 여자랑 엮이게 된 거지. 골치 아프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무엇을 먹어야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