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봇X소녀감성봇 이라 쓰고 두 봇에게 바치는 헌정소설
달콤한 여름
written by Esoruen
to. (@Feelings_girl_B) & (@boyfeeling_kr)
뒷골목 화단에 해바라기가 잔뜩 피어나는 계절이 오자, 활발하던 동네 어린아이들도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활기 넘치는 소년들도 집 안에만 틀어박혀있기엔 좀이 쑤시는 소녀들도 바깥의 매서운 햇볕은 무서운지 태양이 머리 바로 위로 오는 오후 2시쯤에는 얌전히 집 안에서 점심 먹고 난 후의 후식을 즐겼다.
하지만 뭐든 예외는 있는 법, 마을 근처 개울가에는 몇 몇의 아이들이 발을 적시러 오갔다.
개울 바닥의 돌들이 내는 윤택한 빛이 보일 정도로, 물은 맑고 투명했다. 귓가를 간질이는 물소리와 매미소리, 여름의 존재감을 느끼는 소녀는 물가에서 나와 돌 위에 벗어둔 구두에 차가워진 발을 넣었다. 백합처럼 하얀 구두, 소녀의 13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구두는 조금 낡아있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혼나겠지. 소녀는 집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곤 입을 삐죽였다. 다른 아이들은 집에서 과자나 먹으며 놀고 있겠지만, 자신은 자수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야 했다. 불평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를 이길 수 있을 만큼 소녀는 성숙하지 못했으니까.
발걸음을 옮기려던 소녀는 낮선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 그늘에, 처음 보는 소년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햇볕에 탄 다리와 팔, 그리고 그 손에 무언가가 쥐여져 있었다는 것 정도는 소녀는 알 수 있었다.
“얘”
자신의 존재를 알아챈 것을 안 소년이 들뜬 목소리로 소녀를 불렀다. 소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대답 대신 소년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소년은 단정한 더티 블론드에 파란 눈을 가진, 개구쟁이 같은 인상의 소년이었다. 아아,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에서 몇 번 본적이 있는 소년이었다.
“이거 너 가져!”
소년은 씨익 웃으며 손에 쥔 것을 내밀었다. 손에 쥐여 있는 것은 살아있는 매미였다.
“이게 뭐야!”
놀란 소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몸을 움츠렸다. 소년의 호의엔 미안한 반응이 아닐 수 없었지만, 다른 소녀들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거나 울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소년은 여전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잡은 거야! 너 줄게”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왜? 여자애들은 왜 매미를 싫어해? 귀여운데”
“귀여운 건 그런 게 아냐”
야무지게 대답한 소녀는 개울가에 핀 들꽃을 가리키고,
“저런 거나”
그 다음엔 그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호랑나비를 가리켰다.
“저런 걸 귀엽다고 하는 거야”
“모르겠어!”
소년은 제 호의가 거절당한 것이 화나지도 않는지 당당하게 대답하고 매미를 놓아줬다. 왜 매미를 싫어하는지는 납득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소녀에게 필요한 것은 매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여자애들은 이상해, 귀여운 걸 좋아한다면서 근육은 좋데. 근육은 전혀 귀엽지 않은데. 그러면서 수염은 이상하데. 이상해”
“네가 더 이상해. 왜 날 보고 있었던 거야?”
“이름이 궁금해서”
소년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나는 샘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알려주기 싫어”
매미의 일로 화가 난 것일까, 소녀는 새침하게 반응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샘은 물러서지 않았다. 표정은 조금 실망한 것 같았지만.
“가르쳐 줘. 응?”
아까 전 과는 달리 축 처진 어깨가 안타까웠던 것일까. 소녀는 고개를 돌리고 잠깐 망설였다. 어차피 이름 정도는 제가 알려주지 않는다고 고집을 피워도 마을 아이들에게 물어봐 알 수도 있었으니까, 알려줘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도 들었다.
“세리, 세리야”
“세라?”
“세리야!”
그렇구나.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소년은 그제야 다시 활짝 웃었다.
“실수야 실수, 세리! 알겠어, 세리!”
“응, 넌 샘 맞지?”
“맞아! 난 샘이라고 해! 이 동네의 대장이지!”
대장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유독 더 힘이 들어갔다. 겨우 마을의 골목대장이지만 그건 어린 소년에게는 나라의 임금같이 자랑스러운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세리의 반응은 냉담했다. 세리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가 대장이랑은 놀지 말라고 했는데”
“에? 왜? 정말 너희 엄마가 그랬어? 어어, 어쩌지?”
샘은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제게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난감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걱정 마 우리 엄마한테는 너 대장이라고 안하고 부대장이라고 할게!”
“부대장은 해리인데… 나 대장인데…”
대장이란 자리에 미련이 있는 샘이었지만, 제 중얼거림을 들은 세리의 얼굴을 본 샘은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그, 그래 그럼 나 부대장 할게!”
“응! 그럼 난 뭐야?”
“너? 어, 으응, 넌…”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세리에게 마음에 들 만한 대답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 노력은 곧 소용없게 되었다.
“세리! 여기있었구나!”
저 멀리서 달려온 중년 여성은 세리에게 다가왔다. 세리는 마치 도깨비라도 만난 표정으로 여성을 올려다봤다.
“어, 엄마”
“집에 가자, 엄마가 애플파이 해놨어. 먹고 마저 일 하렴”
“네~”
세리는 애플파이라는 말에 살짝 표정이 풀어지더니 엄마의 손을 잡았다. 샘은 아무 말도 없이 세리와 엄마를 보다가, 세리가 멀리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나서야 아쉬운 표정으로 개울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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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고가 하기 싫어 이러는게 아닙니다 두 봇이 제 탐라에서 커퀴커퀴해서 그런겁니다 (비겁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