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마츠는 더 이상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 라인을 들여다보는 걸 포기하고 옆에 있는 제 형에게 물었다. ‘그 여자애’란 아마 카도와키 메구미를 말하는 거겠지. 쵸로마츠는 그 정신없는 축제날을 떠올리자 눈앞의 구직 잡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날 단 둘이서 데이트를 하려고 한 건데, 어쩌다가 형제들이 알게 되고 쫒아온 걸까. 아니 사실 궁금한 건 그 과정이 아니다. 제가 정말로 궁금한 건…
“도대체 왜 그런 미친 짓을 한 거야…?”
“응?”
“아니!! 그래, 내가 혼자 데이트를 나가서 질투가 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쫒아와서 깽판을 치냐?! 너희가 악마야?!”
“어라, 나같이 귀여운 악마가 어디 있어?”
귀엽기는 개뿔. 쵸로마츠는 잡지로 잔망스러운 막내의 머리에 정의의 어택을 꽂아주려고 했지만, 그의 의지를 강했다. 필사적으로 화를 눌러 참은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로 막냇동생에게 답했다.
“…아직 연락 해. 덕분에 이 더운 날 땀나게 뛰었지만”
“헤에, 그 난리를 쳤는데 안 헤어진 거야?”
“역시 헤어지라고 깽판 친 거구만?!”
“그거야 쵸로마츠 형 혼자 솔로 탈출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도대체 어디가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쵸로마츠의 표정은 점점 나빠졌지만 반대로 토도마츠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언제나 열심히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는 형의 일그러진 표정이 좋다. 그런 질 나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녀, 메구미에 대한 것이었다.
어쩌다가 쵸로마츠와 사귀게 된 것인가, 아니, 사귀기 이전에 어떻게 만나서 친분을 쌓은 걸까. 쵸로마츠는 여자 앞에선 말 그대로 호구가 된다. 토토코와 냐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연애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도 아니고, 동정 오브 동정인 삼남이 그렇게 멋 부리는 걸 좋아하는 여고생과 아는 사이라니.
“아직 사귀는 거 아냐”
“에? 정말?”
“그래. 뭐… 사, 사귀게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냐!!”
“호오”
이건 또 재미있다. 설마 사귀지도 않는 여자아이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린 건가? 토도마츠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두 사람이 불꽃놀이로 화려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뛰는 모습은 영락없는 순정만화의 한 장면이었는데, 아직 안 사귄다고?
“그럼 내가 꼬셔도 되겠네?”
“뭐?!”
“…우와, 방금 쵸로마츠 형 얼굴 굉장했어”
사람 치는 줄 알았네. 작게 중얼거린 그는 제가 무슨 나쁜 말이라도 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일어섰다.
“왜? 사귀는 거 아니라면서?”
“…그, 그건 그렇지만…”
“애인은 아니다, 하지만 꼭 가까이 지내고 싶은 여자애다. 뭐야 그게? 너무 애매하잖아? 그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 금방 여자를 지치게 한다고?”
조언인지 비웃음인지 모르겠는 투로 말한 그는 아무 반박도 못하는 쵸로마츠를 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얄밉다. 정말 얄미워서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물론 실제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지만, 토도마츠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자신은 선택을 해야 한다. 다가갈 거라면 이 순간이어야 말로 다가가야 하고, 물러날 거라면 선을 그어버려야 한다. 자신의 선택은 물론 전자다. 그는 별로 심심풀이로 메구미와 만나는 것이 아니고,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다가가도 되는 걸까 정말?’
제가 토도마츠만큼 뻔뻔했으면 좋을 텐데.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잡지를 덮은 쵸로마츠는 그대로 방바닥에 발랑 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