Еsoruen 2016. 10. 31. 00:45

 

※ 드림 보름달 합작 제출 글. 합작 홈 주소 http://fps741852.wixsite.com/dreamsumifullmoon

※ 죠죠의 기묘한 모험 리조토 네로 드림. 오리주 주의.

 

 

 

만월

written by Esoruen

 

 

리조토는 어느 날 불연 듯 약간의 통증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무언가에 찔렸나. 그는 따끔거리는 목에 습관적으로 손을 뻗었다. 암살이라는 위험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까. 그는 고통과 기척에 민감했다. 이정도 따끔함이면 옷핀 같은 것에 긁힌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

 

어쩐 일인지 제 목에는 자신이 느낀 따끔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상처가 있었다. 마치 송곳에라도 찔린 듯. 선명한 구멍이 두 개. 이정도 상처라면 피도 많이 흐르고 꽤 아팠을 텐데, 어떻게 된 걸까.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상체를 일으킨 그는 방 안에 있는 거울 앞으로 향했으나 곧 낮선 통증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

 

온 몸이 불타는 듯 뜨겁고, 근육이 땅긴다. 목의 상처가 화끈거리는 감각에 한 손으로 목을 감싸보았지만 상처가 덧나거나 문제가 생긴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 무엇이 문제여서, 이런

 

크헉!”

 

결국 고통을 못 이기고 정신을 잃은 그는 이 다음 눈을 뜰 때 까지, 아니 이 상처를 남긴 인물이 올 때 까지 제게 찾아온 변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도 아닌 법이지, 단순한 병과는 전혀 다른, 일반인들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제게 올 줄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목에 상처를 만든 그 범인은 리조토가 쓰러져 제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걸, 바라는 듯이. 저 멀리서, 달 그림자에 숨어.

 

 

 

 

 

그가 제 몸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게 된 것은 이유 모를 고열과 함께 쓰러진지 3일 쯤 지났을 때였다.

어두운 곳에 있어도 평소보다 더 잘 보인다거나 예전보다 귀가 더 밝아졌다는 것은 사실 잘 눈치 채지 못한 변화에 가까웠다. 밤에 일하고 몰래 숨어드는 암살자니, 그저 오늘따라 감각이 예민하다 생각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밝은 곳에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부심을 느끼고, 해가 떠있는 시간마다 졸린 것은 생활과 직계된 변화였기에 금방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병원이라도 가보는 게 어때? 아니면 며칠 푹 쉬던가. 일만 해서 피곤한 거 아냐?”

 

동료인 포르마지오는 리조토의 말을 듣곤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물론 리조토를 우습게 본다거나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진심으로 리조토가 단순 피로누적으로 지쳐있을 뿐이라 생각했으니, 그렇게 밖에 반응할 수 없었을 뿐.

병원은 갈 수 없다. 밤에는 응급실밖에 하지 않고 낮에는 움직이기 힘드니 진료를 받을 수 없으니까. 역시 며칠 쉬는 것이 답인가. 포르마지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그는 잠깐 일을 쉬기로 했고, 그렇게 결정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못 다한 잠에 빠져들었다.

깊고, 깊은 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가 잠에 빠져들 듯, 소리도 없이 잠들어버린 리조토가 눈을 뜬 것은 하늘이 새까맣게 물든 깊은 밤이었다. 왜 이렇게 오래 자버린 건가. 그렇게 피곤하다고 느끼진 않았었을 텐데. 리조토는 아직은 흐린 의식을 깨우기 위해 상체를 들고 마른세수를 했다가 낮선 인기척을 느꼈다.

 

어머, 드디어 일어났네?”

 

제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것은 처음 보는 여자였다.

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어떻게 아지트까지 들어온 걸까. 보통은 그럴 걸 생각했겠지만 리조토는 지금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있었다.

분명 초면인데, 낯설지가 않다.

경계심은커녕 친근감까지 드는 검은 생머리. 제멋대로인 길이와, 부드러운 머릿결. 언젠가 닿아본 적이 있었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름도 모르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후후후. 낮은 웃음소리를 내뱉는 붉은 입술은 확실히 아름답다. 하지만 어딘가, 등골이 오싹해 지는 것은, 어째서인가.

 

다행이 무사히 버틴 것 같네.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넌 누구지?”

참 빨리도 묻네, ?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해? 인간들은 신기하다니까. 늘 이름부터 물어봐

 

여자의 말투는 명백하게 스스로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밝히고 있었다. 그래, 인간이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암살자들의 아지트에 들어올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은, 정녕 미쳐있는가.

 

난 당신 이름 별로 안 궁금한데. 물론 알려준다면 기쁘게 들을 거야

리조토 네로다. 네 이름은?”

, 정말 알려줄 줄은 몰랐는데

얼른

 

재촉당하는 와중에도 여자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라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가. 어쩌면,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의 위협 같은 건 조금도 긴장이 안 되는 걸지도 모르지. 리조토는 제가 낯선 타인과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긴장감이 없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과연. 이 여자는 누구기에.

 

파네라고 해. 그렇게 불려

그렇게 불린다, 라는 건 진짜 이름은 아니라는 건가?”

글쎄다. 우리에게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든. 누군가가 그리 불러주면 그게 이름이 되는 거지. 물론 이 이름은 내가 마음에 들어서 쓰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어주고 있는 것도 슬슬 힘들다. 리조토는 조금 더 명확하게 그녀에 대한 걸 물으려다가 날카로운 빛에 입을 닫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 보통 인간이라면 보일 리 없는 기형적으로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분명

 

흡혈귀?”

?”

혹시 흡혈귀라던가, 그런 종류인가

? 몰랐어? 그 목의 상처를 보고도 진작 알아채지 못하다니. 생긴 거랑 다르게 꽤 둔하네?”

 

이건 둔한 게 아니라 상식적인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상식적인 존재에게 그런 소릴 해도 먹힐 리가 없지. 이제는 아물어가는 목의 상처를 가볍게 훑어본 리조토는 그때서야 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그렇게 된 건가?”

그렇게?”

너랑 같은, 흡혈귀가 된 거냐고 묻는 거다

뭐 그렇지. 그런데 참 딱딱하네. 당신을 몰래 물고 간 여자가 이렇게 쨘, 하고 나타난 거라고. 뭔가 다른 할 말은 없어? ?”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 짓궂은 미소. 모든 것이 도발적이지만 리조토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전설 속 흡혈귀는, 아름다운 외모로 상대를 유혹한다 하던가. 어디서부터 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겨우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긴 했지만, 눈앞의 흡혈귀는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싶을 만큼 뇌쇄적이었다.

 

나를 또 만나러 온 이유가 뭐지

 

지극히 이성적인 대답이다. 파네는 금방이라도 코가 서로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간 상태에서 그대로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이 남자는 훨씬 흥미롭다.

 

보고 싶었으니까. 일부러 지나가던 길에 불법 침입해서 물어버릴 정도로 마음에 들었으니. 보고 싶어질 만도 하잖아?”

이해가 안 가는 군. 왜 굳이 나였지?”

마음에 들었다고 했잖아? 정말이지, 이렇게 둔한 남자는 또 처음이네. 아니면 그냥 성격이 딱딱한 거야?”

후자라고 생각한다

 

어휴한숨을 쉬고 일어선 그녀는 달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로 다가갔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하늘.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커다란 보름달 뿐.

 

나는 이만 갈게. 미녀는 바쁜 법이거든. 다음 보름달이 뜨는 그 때, 또 올게

 

아무리 커다란 창문이라지만, 파네는 너무 간단하게 창을 넘어 바깥으로 사라져 버렸다. 제가 꿈이라도 꾼 건가. 리조토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열려있는 창문과 아직 남은 잇자국은 진실이 뭔지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 보름달이 뜰 때, 인가

 

15일 정도의 기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창문을 닫은 리조토는 도로 침대로 돌아가, 아직은 불완전한 몸을 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