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친구들의 반은 졸고 있는 조용한 쉬는 시간, 하야마는 최대한 소리죽여 미하네에게 물었다. ‘이런 걸’ 이라. 노트를 정리하고 있던 그녀는 하야마의 손에 있는 문학잡지를 보고 조금 부끄러워 졌다. 1년 이상 알고지낸 사이라 해도 역시 눈앞에서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걸 물어올 때는 언제나 부끄러워진다. 그게 설령, 자신의 남자친구라 해도 말이다.
“무슨 생각?”
“어어, 말이 이상한가? 그러니까… 음… 어떻게 하면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가 싶어서!”
그런 의미였나. 미하네는 잠깐 잡지의 표지를 보며 제가 뭘 써냈는지 떠올려야 했다. 요 최근은 이상하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 어느 잡지에 무슨 원고를 넘겨줬나 곰곰이 떠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확실히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잡지에 낸 소설은, 어린 소녀와 중년 여성이 둘이서 사는 이야기였지. 주제는 고독, 그리고 성장이었던가. 제법 마음에 들게 써진 이야기라 내용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냥 쓰고 싶은 걸 쓰는 편인데… 이상했어?”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응”
“어려워!”
아. 단순명쾌하고 예상 가능했던 대답에 미하네는 웃어버렸다. 그래,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훨씬 좋지. 어쭙잖은 이해나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해치는 법이었다. 그녀는 하야마의 이런 솔직한 면을 좋아했다.
“확실히 약간 무거운 주제였으니까, 코타로가 즐기기엔 힘들었을지도”
“그런가? 하긴, 아카시는 좋아하는 것 같았어!”
“…아카시 군도 봤어?”
“응, 여친이랑 같이 봤데!”
이건 두 배로 부끄럽다. 아니, 세 배인가? 가볍게 이마를 짚은 그녀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고 공책을 덮었다. 공책정리는 나중에 해도 되겠지.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었다.
“아, 그래도 싫은 건 아니었어! 교과서에 나오는 글들 보다는 훨씬 재밌고!”
“그렇다면 다행이네”
“뭐라고 할까… 미하네가 쓰는 글의 사람들은 다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 같아서 좋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무슨 생각을 하며 쓰는 걸까, 하고”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하야마의 눈엔 미약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농구를 할 때처럼 매섭게 번뜩이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시선. 그녀는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마음이 따뜻해져, 부끄러움도 잊을 수 있었다.
“별거 없어, 그냥 상상하는 거야. 전부”
“전부? 상상만으로 이렇게 쓸 수 있어?”
“응. 물론 그 전에 충분히 주변을 관찰하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해서 상상을 부풀릴 수 있게 해야겠지만”
“으으음…”
이해하기 힘든 걸까. 앓는 소리를 내는 하야마가 결국 책상에 엎어졌다. ‘귀여워’ 180이나 되는 남학생에게 할 말은 아닐지 몰라도 미하네는 그저 제 남자친구가 귀여웠다.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자신이라는 걸, 아마 하야마는 모르겠지.
그를 빤히 보던 미하네는 가볍게 하야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주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갈까?”
“진짜? 이제 마감 없어?”
“나는 없지만… 코타로 연습 있는 건 아니지?”
“없어! 갈래! 미하네랑 데이트 할 거야!”
그렇게 큰 소리로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데. 누가 들었을 까봐 주변을 둘러본 그녀는 활짝 웃는 하야마와 눈을 맞추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