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Dream/DnF

2017. 04. 08

Еsoruen 2017. 4. 8. 23:32


※ 2017년 본인 생일 기념 합작(...)에 낸 글.

※ DNF 데스페라도&제너럴 드림. 오리주 주의.




2017. 04. 08

written by Esoruen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야?”

 

그것은 블래스터가 데스페라도에게 아무 이유도 듣지 못하고 주점으로 끌려 나온 지 30분 만에 꺼낸 말이었다. 어지간하면 서론도 없이 본론부터 말하는 데스페라도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불러내서도 술만 마시고 있다. ‘설마 루엔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최악의 상황부터 덜컥 생각한 블래스터는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데스페라도. 뭐라도 말을.”

.”

??”

 

드디어 뭐라도 말해주려는 건가. 데스페라도의 한마디에 술잔을 저 멀리 치워버린 블래스터가 얼른 말해보라는 듯 눈빛으로 상대를 재촉했다. 그 어떤 엄청난 소리라도 상담해 주리라. 그렇게 다짐하기도 잠시,

 

내일이 그 녀석 생일인데 뭐 사주지?”

 

데스페라도의 입에서 나온 고민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 블래스터는 잠깐 제가 말을 잘못 들은 건가 고민해야 했었다.

 

?”

이런 소리 하기 뭣하다만, 이제 슬슬 생일에 뭘 줘야할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작년도 사실 엄청 머리를 쥐어짰다만.”

아니, 지금 그 소릴 못해서 30분이나 입 다물고 있었어?!”

나한텐 심각하다만?”

 

이런 빌어 처먹을 무법자를 보았나. 블래스터는 치워놓은 술잔을 도로 제 앞으로 당겨 깨끗하게 잔을 비웠다. 데스페라도가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에게 있어 루엔이란 더없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람이고 하나뿐인 연인이니 생일 선물이 고민되긴 하겠지. 하지만 그런 고민으로, 이렇게 느와르한 분위기를 만들 건 없지 않은가.

 

작년엔 뭐 줬는데?”

인형. 생일 며칠 전에 가게에서 보고 귀엽다고 해서 그냥 그걸로 사줬지.”

뭐야. 제대로 골랐네. 그럼 올해도 최근에 가지고 싶어 한 걸.”

그게 있었으면 내가 널 불렀겠냐.”

 

그건 또 그렇다. 이럴 때만 맞는 소리를 하다니. 진짜 얄미운 인간이다. 한숨을 푹 쉰 블래스터는 서로의 빈 잔에 술을 붓다가 새로운 의문점이 떠올랐다.

 

잠깐, 근데 왜 굳이 날 부른 거야?”

마이스터 녀석은 바쁘다고 거절해서.”

. , . 그렇구나.”

 

죽어도 제너럴을 부르긴 싫다는 거구만?’ 블래스터는 속으로 중얼거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 보니 제너럴도 얼마 전 루엔의 생일선물로 뭐가 좋을지 고민하는 것 같던데. 잘 해결되었을까.

 

루엔은 좋겠네.”

뭐가?”

아냐 아무것도. . 어쨌든, 선물 말이지.”

 

제가 고민한다고 좋은 수가 나올까. 그답지 않게 회의적인 의견이었지만, 블래스터는 루엔의 취향이나 성향에 대해 데스페라도보다 아는 게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여자가 뭘 받아야 기뻐할지 같은 건 같이 고민해 줄 수 있었지만, 정말 그걸로 된 걸까.

 

너라도 주지 그래?”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줘 봐야 무슨 소용이야.”

, 징그러워! ! 닭살 돋았어!”

죽고 싶냐?”

 

장난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너무나도 엄청난 멘트가 나와 버렸다. 블래스터는 새삼 두 사람이 얼마나 사이좋은지만 실감하고 고개를 저어야 했다. 역시 이 둘의 연애 상담에는 어울려 주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새삼스럽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은 마이스터가 부러워졌다.

 

그럼 꽃이라던가?”

그걸로 되겠냐?”

뭐 어때. 루엔은 좋아할 것 같은데. 루엔 꽃 좋아하잖아? 제너럴도 그러던.”

 

, 이건 말실수다. 블래스터는 급하게 제 입을 막았지만 불행하게도 말은 이미 내뱉어진 후였다. 쏟아진 물과 내뱉어진 말은 왜 다시 담을 수 없는 걸까. 등골이 서늘해진 그가 내리 꽂히는 데스페라도의 시선을 피했다.

 

?”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자식은 꽃 준다던?”

…….”

 

과거의 자신을 격렬하게 패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입을 딱 세대만 때리고 싶다. 블래스터는 마음 속으로 몇 초 전의 자신을 원망했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니, 데스페라도의 표정만 더 안 좋아 질뿐이었지.

확 도망 치고 싶다. 본능이 그렇게 말했지만 블래스터는 이성적으로 말을 꺼내었다.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냥 줄까?’ 하고 고민 하는 걸 들은 거지.”

아 그래?”

그래.”

거 좋은 정보 고맙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그대로 주머니에서 두 사람 몫의 술값을 내곤 나가버렸다. 이 고생을 시켰으니 술 정도는 사주는 게 맞겠지만, 이대로 나가버리면 찜찜한데. 멍하니 데스페라도가 나간 출입문만 바라보던 블래스터는 어깨를 으쓱이고 남은 술을 홀짝였다. ‘뭐 큰일 있겠어?’ 그렇게 생각 한 탓이었다.

 

 

, 결과적으로 보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약 일주일 뒤 쯤, 마이스터를 통해 루엔이 생일 날 두 남자에게서 꽃다발만 한가득 받았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