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니피센트 7 조슈아 패러데이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20회 주제 : 달력+제 221회 주제 : 손글씨
달력, 손글씨
written by Esoruen
어째서 돈이라는 것은 매번 벌어도 부족한 걸까. 에이미는 딱 술값밖에 남지 않은 제 지갑을 보고 망연자실해졌다. 아직 굿나잇에게 보수를 못 받아서 이렇게 비어보이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이 상황이 납득가지 않는다.
“바텐더, 23일이 무슨 요일 이었지?”
“저기 달력 있어, 직접 보라고. 리브먼.”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바텐더는 저 멀리 낡은 달력에 고갯짓을 했다. 저런 구석에 둬서야 말 안하면 누가 알겠나. 그녀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그럭. 자리의 주인이 움직이며 테이블이 흔들리자 술잔도 요란한 소리를 내뱉었다.
“어디 보자, 흠.”
이런저런 낙서가 된 달력을 살핀 그녀는 23일이 금요일임을 확인했다. 이 날 굿나잇을 만나기로 했으니, 금요일 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문제는 없을 것이다. 비상용 돈은 도박으로 벌면 그만이다. 어지간한 상대는 이길 수 있었고, 허튼 수작을 부리려는 놈이 있거든 그대로 쏴버리면 그만이니까.
“…응?”
에이미는 볼일은 끝났지만 달력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오늘 날짜에 적힌 낙서에 눈길이 멈추었다. 외상값 내기. 간결한 용건이 적힌 손 글씨는 꽤나 친근함이 묻어나왔다. 어디서 봤던 글씨체던가. 하지만, 제가 손 글씨를 아는 상대는 많지 않은데.
“이봐, 여기 적힌 낙서들 뭐야?”
“응? 아아. 거기. 여기 자주 들리는 녀석들이 할 일을 적어놓곤 하지. 너도 적어도 돼.”
“그래? 오늘 누가 외상값을 갚는 거 같은데, 누군지 알아?”
“오늘? 아, 오늘이라면….”
“나야 나. 자기.”
바텐더가 답을 하기도 전, 손 글씨의 주인은 에이미의 어깨를 감싸며 등장했다. 분명 반가움의 표시로 그런 거겠지만, 방심하고 있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습관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퍽. 유쾌한 타격음과 함께 에이미의 팔꿈치가 패러데이의 배를 가격했다.
“크헉!”
“…아, 너였어?”
“잠깐, 그거 말고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
“음…? 글쎄. …외상값은 가져왔어?”
“괜찮아, 잖아!?”
배를 감싸 쥐고 버럭 소리친 그는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에이미의 표정에 한숨 쉬었다. 그래. 어디 ‘늑대의 딸’께서 남을 걱정하는 일이 있긴 했나. 물론 자신은 그런 면도 좋아하지만. 헛웃음을 흘리며 아픔을 견딘 패러데이는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인사했다.
“뭐,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야 자기. 여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주점이니 술을 마시러 왔겠지.”
“그래? 이미 한 잔 했어? 내가 사주고 싶은데.”
술은 이미 시켰지만 계산은 아직 이다. 평소라면 ‘그런 진부한 작업은 30년 전에나 먹힐 걸?’ 이라며 비웃어주기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지갑 사정이 위험하다. 돈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만 버는 그녀는 한번 돈이 궁해지면 어떻게든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할 수 없다, 오늘은, 저 진부한 작업에 넘어가 주자. 대답을 생각하느라 입을 다물고 있던 에이미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의 이마를 쿡 찔렀다.
“비싼 걸로 마시게 해주면.”
“좋아. 너에게라면 아깝지 않지.”
“근데 돈은 있는 거지? 외상값이 있던데.”
“물론 그걸 갚고도 남을 돈이 있지! 자, 그러니 걱정 말고 어서 앉자고. 응?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확실히 오랜만이긴 하다. 물론 패러데이가 그리웠다는 건 아니지만, 막상 만나면 역시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분명 저 쉴 틈 없이 떠드는 입이 용서되는 얼굴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에이미는 가까이 붙어있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 중얼거렸다.
“넌 정말 얼굴이 다 했다….”
“어? 나 잘생겼다고?”
“됐고 술이나 시켜.”
역시 저 주둥아리가 문제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