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호와 알케미스트 시가 나오야 드림
- 오리주 주의. 오리지널 사서입니다.
- 제 222회 주제 : 아마도 사랑이겠죠
님들 앱으로도 나온 문알케 하자 제발 플리즈
아마도 사랑이겠죠
written by Esoruen
코이즈미가 오고 나서 도서관은 드물게 활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 계시니, 맛있는 걸 준비해야겠네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타카라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두 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해 허공을 휘적거렸다.
“사서 씨, 굉장히 즐거워 보이네. 하긴, 최근엔 계속 이 인원이었고.”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사서 씨 입장에서는 전력이 늘었으니 든든하기도 할 테고.”
식당에서 사이세이와 슈세이가 이야기 하는 걸 엿듣던 시가는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기울였다. 두 사람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동료가 생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고, 다른 문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타카라의 환영은 제가 보기엔 조금 지나쳤다. 자신이 왔을 땐, 그렇게 환호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녀의 반응 차이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그건 별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전투, 없나? 벌써 점심시간인데 아직 안 보이잖아. 사서 씨.”
“서류가 밀려서 바쁠걸. 하여간, 남은 잘 챙기면서 은근히 자기 일은 못 챙긴다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타카라의 매력이지. 속으로 대답한 시가는 다 먹은 그릇을 치우고 밖으로 나섰다. 어쩐지 머리가 복잡해 져, 도서관 내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라도 타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문학가지만 육체적인 운동도 싫어하지 않는 그는 이렇게 생각이 많아질 때면 늘 밖으로 나섰다.
‘나 참, 별걸 다 신경 쓰네. 류도 아니고.’
별로 아쿠타가와를 비하하려고 한 생각은 아니었다. 시가 나오야가 생각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자신과 달리 섬세한 글을 써내는 감성적인 청년이었으니까. 아, 물론 평소에는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다는 의외의 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이 많다는 것 하나 만큼은 누구나 꼽을 수 있는 특징이었지. 그러니 이건 비하가 아니었다. 오히려 칭찬이었지.
물론 지금 제가 생각이 많아진 건, 그다지 남들에게 떠벌리기 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지만.
“어라, 시가 씨.”
“어? 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시가는 자전거를 세워둔 곳을 찾다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쿠타가와와 마주치고 말았다. 실내는 금연이라고 잔소리를 듣고 쫓겨 나온 걸까. 타카라에게 혼나는 그를 생각하자 어쩐지 웃음이 나오고 만 시가는 소리내서 웃어버렸다.
“하하, 오늘은 밖에서 피우고 있구나. 타카라에게 혼난 거지?”
“네. 하하…. 자전거를 타러 가시나요?”
“응. 뭐어, 오늘은 싸우러 나가지 않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 음. 타카라, 새 동료가 온게 너무 기뻐서 일도 미뤄둔 건지 지금 방에서 안 나오고 있다잖아?”
“으음.”
후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은 아쿠타가와가 미간을 찌푸렸다. ‘두통이라도 온 건가?’ 시가는 그의 표정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생각이 많은 그에게 대수롭지 않은 변화 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기뻐했었나요, 사서 씨가.”
“응?”
“아니, 제 기억엔 그냥 평범했던 것 같아서. 제가 왔을 때랑 비교하면 말이죠.”
“…그런가? 아니, 하지만 그렇게 좋아서 안절부절 못 하는 건 난 처음 봤는데?”
시가의 표정은 진지했다. 제가 잘못 봤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으으음.’ 아쿠타가와의 앓는 소리가 더 길어지더니, 이내 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를 꺼버렸다.
“시가 씨는 정말로 사서 씨를 좋아하나 보네요.”
“…응?”
“아뇨, 그냥. 뭐라고 할까…. 사서 씨의 기쁨을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은 시가 씨 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한마디로, 제 과민반응이라는 것인가. 시가는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상대방을 보았고, 아쿠타가와는 조금은 미안해하는 얼굴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뭐, 제 쪽이 너무 둔감한 걸지도 모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저는 들어가겠습니다.”
“아, 으응…. 그래.”
아쿠타가와는 도망치듯 관내로 들어갔다. 시가는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려고 몸을 낮춰 앉았지만, 아까 전 나누었던 대화가 거슬리는지 잠금장치는 조금도 건들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타카라를 그렇게 신경 썼던가.
문호와 사서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 문호들을 돌보고 보수할 수 있는 건 특무사서만이 가능한 일이었고, 자신들을 전생시킬 수 있는 것도 특무사서 뿐이니까. 그러니 친하게 지내고, 믿고, 의지할 뿐인데. 그게 ‘좋아한다’로도 보일 수 있는 건가?
‘내가, 타카라를.’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신은 아쿠타가와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회색 머리카락. 그 어떤 잉크보다도 짙은 새까만 눈동자. 타카라에 대한 것을 떠올릴 때면, 자신은 언제나 글을 쓸 때 보다도 고양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마치 기가 막히는 문장을 떠올리거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와도 같은 행복. 확실히, 그런 걸 일반적인 감정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
‘애정이라.’
주책없기도 하지. 한참 전에 죽어 전생한 연금술의 결과물 주제에, 누구를.
소설의 신이라는 칭호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시가답지 않게 냉정한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 냉정함이 오히려 이 마음에 진정성을 부각시키는 것 같아 목 안이 뜨거워졌다.
자전거 옆에 어정쩡하게 앉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는 가만히 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타카라를 만나러 가자.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울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