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KUMAN 후쿠다 신타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41회 주제 : 이벤트
이벤트
written by Esoruen
“있잖아, 후쿠다 군은 여자친구가 이벤트 해준다고 하면 어떤 게 좋을 거 같아?”
“…어?”
제가 뭐 잘못 들었나. 기껏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저거라니.
후쿠다는 황당한 질문에 답하기 전, 바쁘게 일하는 어시스트들의 펜 소리가 멈추는 것을 듣고 재빨리 양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러프 위에 선을 따고 있던 두 어시스트는 무슨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 마냥 자신과 미키를 보고 있었다. ‘뭘 봐 이것들아!’ 입모양만으로 일갈한 그는 다시 자신을 보며 눈을 빛내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짙은 베이지색 눈동자는, 그가 대답해 주기 전까진 돌아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갑자기 그건 왜….”
“해 주려고 그러는 거죠?!”
“넌 좀 조용히 있어 야스오카!!”
이 세상에 상대방에게 해줄 이벤트를 직접 물어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아니, 있을지도 몰라도 적어도 하가 미키는 그럴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라면 분명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벌였겠지. 안 봐도 뻔했다.
“아, 어시스트 두 사람도 뭔가 의견 있으면 말해줘도 돼!”
“앗, 정말임까? 그럼 전 돈으로 만든 꽃다발이라던가!”
“저는 ‘밥부터? 목욕부터? 아니면 저?’ 요!!”
이것들을 아주 그냥. 후쿠다는 아무 말 없이 표정만으로 제 어시스트들에게 ‘입 다물지 않으면 잉크병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쏘아 보냈다. 물론 비극적이게도, 그 눈빛은 이 작업실의 누구도 읽지 못했지만 말이다.
“오호, 오호. 참고가 됐어. 고마워.”
“당신, 설마 저걸 진지하게 듣는 건 아니지?”
“왜? 별로야? 그러는 후쿠다 군은 어떤 이벤트가 좋은데?”
결국 화제는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 건가. 후쿠다는 자신과 미키 사이에 놓인 수많은 과자들과 차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비록 제 입맛에 맞는 건 별로 없지만 이렇게 과자까지 사들고 왔으니 조금은 말해줘도 되겠지. 말하자면 그래, 이건 과자 값이었다.
“…교….”
“교?”
“…야, 너희 다른 곳 봐!! 일 안해?!”
뭘 말하려던 건지 갑자기 말을 끊은 후쿠다는 평소보다 상기된 얼굴로 제 어시스트들에게 소리쳤다. 누가 봐도 엄연한 화풀이다. 하지만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 해도, 을이 갑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아, 알겠다고요 선생님!”
“괜히 부끄러워서 저러셔….”
투덜투덜 거리면서 다시 펜을 움직이는 두 어시스트를 확인한 후쿠다는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미키를 보았다. ‘뭔데 그래? 빨리 말해 줘!’ 당장이라도 레이저 빔이 나올 것 같은 눈으로 후쿠다를 보던 미키는 그가 말하기 편하게 제 귀를 내밀어 주었다.
그래, 귓속말이면 저 녀석들이 들을 위험도 적어지지. 그녀의 배려에 오랜만에 진심으로 감사한 후쿠다는 앙증맞은 양 모양 귀걸이가 걸린 그 귀로 다가가 뭐라고 속삭였다.
“…우와, 그런 취향이구나.”
“시끄러워!! 알고 싶다면서?!”
“그랬지~. 헤헤, 참고가 됐어! 고마워 후쿠다 군! 그럼 난 작업하러 갈 게?”
“마감도 안 하고 나온 거였어?!”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도 전 후다닥 나가버린 그녀는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까지도 ‘고마워~!’라는 말을 반복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은 좋겠네요. 곧 이벤트 받으실 테니까.’ ‘하가 선생님도 참~.’ 두 어시스트는 아직도 얼굴이 빨개져있는 후쿠다를 놀렸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분명 제 이야기는, 다음 호 점프에서 그녀 만화의 소재가 되어 나올 것이라는 걸.
‘뻔하지, 뻔해.’
물론 뻔히 알면서도 다 말해준 것은, 결국 자신도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