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호와 알케미스트 키타하ㄹr 하쿠슈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44회 주제 : 체념
사실 이건 연애요소는 별로 없고 도서관 일상물 같은 느낌이군..()
11시 10분에 시작했습니다 와아...^-T...
체념
written by Esoruen
“그러고 보니 타카라 군도 글을 썼었지.”
푸웁. 하쿠슈의 갑작스러운 말에 타카라는 마시던 차를 뿜어버리고 말았다. ‘아아, 아아아.’ 당황한 얼굴로 차가 튄 서류와 제 입가를 닦던 그녀는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시선에 뭐라 답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겨우 대꾸다운 대꾸를 뱉어냈다.
“가,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왜 문학에 전념하지 않고 사서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론, 특무사서의 능력은 특별하니 되고 싶지 않았다 해도 했을 것 같지만.”
“그건 맞지만….”
알케미스트, 통칭 특무사서들은 이 세상에선 드문 존재. 책에서 문호들을 전생해 내고, 전생한 문호들과 함께 침식되어 사라지는 문학을 정화하는게 주 업무인 이 직업은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재능도 있어야 하고, 운도 필요했지. 관장처럼 알케미스트이지만 능력이 너무 약해서 제대로 문호도 전생해 내지 못한다면 특무사서의 일은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냥 전…. 글로 밥 벌어 먹고 살 능력은 없다고 생각해서….”
“체념해서 그만 둔 거로구나?”
“말하자면 그렇겠죠?”
“과연.”
하쿠슈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필터가 있는 부분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많은 문호들과 그 지망생을 보며 산 그니까, ‘재능이 없어 포기한 지망생’이라면 길에 핀 들꽃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었겠지. 저런 반응도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 한 타카라였는데.
“나는 좋았는데, 타카라의 글. 전형적인 사소설이지만 그런 점이 장점인 글도 있으니까. 언젠가 한번 시를 써 봐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네?”
혹시 제가 환청이라도 들었나. 타카라는 믿을 수 없다는,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하쿠슈를 빤히 보았다.
“왜 그러니? 아아, 놀랄 만도 한가. 국민시인인 이 내가 직접 가르쳐주겠다 했으니까 말이야. 뭐, 키타하라 일문은….”
“아니 그게 아니라! 제, 제 글 읽어보셨어요?!”
‘아하. 그 쪽이었나.’ 하쿠슈는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소리치는 타카라가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다. 물론 ‘그게 아니라’라며 제 가르침에 대한 영광을 은근슬쩍 넘겨버린 건 조금 괘씸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라면 용서해 줄 수도 있었다.
“어라, 몰랐니. 아마 이 도서관의 문호 대부분은 읽어봤을 걸.”
“네?!”
“하지만 그렇게 읽어달라는 듯 책상 위에 노트를 올려놓으면, 누구든 궁금하지 않겠니?”
그의 말에 망연자실해 있던 타카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제가 이 도서관의 문호들을 너무 얕봤다. 하나같이 별나고 자기 사생활은 중요해도 호기심은 못 견디는 사람들뿐인데. 너무 조심성이 없었다. 이건 정말 자기 잘못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체념하지 말렴. 내가 보증하는데, 타카라 군은 나쁘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니…, 그…. …감사합니다….”
제가 체념해 버린 건 글이 아니라 도서관에 머무르는 선생님들의 양심이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뿌듯해 보이는 하쿠슈의 얼굴에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던 타카라는 모든 걸 놓은 얼굴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