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전드ㅎi어로 삼국전 조조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57회 주제 : 경고
경고
written by Esoruen
“당분간 초선이는 나랑 같이 있을 때가 아니면 데리고 나오지 마라. 소제.”
부스럭 부스럭. 봉지를 뜯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더 선명했다. 초선이 젤리를 먹느라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조조는 당사자에겐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소제에게 경고했다. 평소에도 늘 이 세상의 고뇌는 다 짊어진 것 같은 얼굴이긴 하지만, 오늘은 더 심각한 얼굴이다. 소제는 순순히 알겠다고 답하기 전, 잠깐 고민하고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일단 내 말 들어.”
“레전드히어로와 관련 된 일인가요?”
“캐묻지 말고.”
최대한 말을 돌리려고 해봤지만, 맞는 걸 아니라고 하기에는 소제의 감이 너무 날카로웠다. 어릴 때부터 기를 다루는 무술을 해온 탓일까. 아니면, 경찰이 되기 위해 갈고닦은 육감 때문인 걸까. 소제는 유독 타인의 거짓말을 잘 간파했고, 조조는 태오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감을 한 번도 빗나가게 한 적이 없었다.
“…일단 알겠어요. 레전드히어로랑 관련된 일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납득이 빨라서 다행이군.”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정도는 구분 할 수 있으니까요. 선배는 뭐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지만.”
실로 정확한 평가다. 조조는 제 손등의 체이서를 힐끔 보며 품속에 감춰둔 영웅패들을 떠올렸다. 자신은 레전드히어로가 되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 조금의 미련도 없이, 이전의 삶을 덮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택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 하지만 제겐 꿈이 있다. 왕윤이 이루지 못하고 남긴,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아저씨, 언니! 나 젤리 다 먹었어!”
다소 심각한 대화가 이어지던 도중, 말의 흐름을 깬 것은 빈 봉지를 들고 웃고 있는 초선이었다. ‘다 먹었어?’ 아까 전의 심각한 표정은 어디로 간 건지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인 조조는 꼭 쥐고 있던 쓰레기를 받아 근처 휴지통에 던져 넣고, 작은 어깨를 가볍게 두 손으로 잡았다.
“아저씨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소제 언니랑 먼저 집에 가있어.”
“응? 아저씨 어디 가?”
“잠깐 일이 있어서. 내일 또 보자. 알겠지?”
“으음, 응! 언니, 가자!”
아무것도 모르는 초선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소제의 품으로 달려갔다. ‘옳지.’ 마치 친자매라도 되는 것처럼 초선을 안아든 그녀는 몇 번 초선의 등을 토닥여주고 아까 못 다한 대화를 조심스레 이어나갔다.
“조심하세요, 선배. 전 걱정 되어요.”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하지만 가끔, 선배도 왕윤 선배님처럼 될까봐… 무섭거든요.”
저건 걱정일까 경고일까. 조조는 석연치 않다는 듯 눈썹을 까딱였지만 소제의 표정은 깊고 어두웠다. 저런 얼굴로 하는 말이라면, 설령 협박이라 할지라도 걱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작게 한숨 쉰 그는 초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난 선배님이랑은 달라.”
왕윤이 원했던 것은 악의 교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악의 완벽한 멸절.
자신은 자비도 용서도 없을 테니, 절대 왕윤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마저 죽는다면, 초선은 누가 돌볼까. 졸지에 선배 둘을 잃게 되는 눈앞의 이 여자는 어떤 기분으로 살게 될까.
“주군, 레전드히어로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품속의 하후돈이 조조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역시, 제게는 시간이 없다. 인상을 팍 찌푸린 조조는 두 사람에겐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쥐고 돌아섰다.
“넌 아직 경찰인데 자꾸 불러내서 미안하군.”
“괜찮아요. 초선이 때문에 나간다고 하면, 대부분 알았다고 하니까.”
“그런가. 그럼. 내 경고를 잊지 말도록.”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조조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언니, 아저씨 갔어?’ 숨이 막힐 정도로 갑갑한 대화도 잊게 하는 명랑한 목소리에, 소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선을 꽉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