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NF 데스페라도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77회 주제 : 오늘도 함께
야 내년엔 진짜 차원의 문 열고 현실로 와라 데페야...(데페 : ?)
오늘도 함께
written by Esoruen
“올 겨울엔 눈도 안 오네.”
루엔은 테이블 위에 올려 진 바구니에서 과자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와작. 한 번 깨무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부스러지는 과자는 설탕을 많이 넣어 구운 덕분인지 더없이 달았다.
“아예 안 온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작년엔 좀 더 펑펑 오지 않았어?”
“내년엔 많이 오겠지. 아직 겨울이 끝난 것도 아니잖아?”
데스페라도의 말엔 틀린 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맞은편에 앉아 맞는 말만 하는 연인을 뚱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시계에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 둥근 달과 눈부신 별들, 가끔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의 그림자….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무법지대의 밤이었지만, 어째서일까. 루엔은 바깥에 보이는 풍경이 퍽 쓸쓸해 보였다.
“또 나이를 먹는구나….”
“늙은이 같은 소리를….”
“아니 뭐 늙은이라고 치면 나보다는 데스페라도가 더 늙은이니까.”
“나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늙기는 무슨.”
자신도 상대방도 아직은 팔팔하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데스페라도는 늘어져가는 루엔의 이마를 툭 밀었다. 생각해 보면, 정작 노인이라고 할 만한 나이의 베릭트는 스스로를 늙은이라고 칭할 때가 있어도 마음가짐은 언제나 젊은이들 못지않게 젊었지.
역시 노화는 마음에서부터 오는 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는 루엔이었다.
“다행이다.”
“뭐가?”
“올해도 너랑 이렇게 새해를 기다릴 수 있어서. 작년엔 해돋이 보러 갔던가? 올해는 집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이렇게 오늘도 너랑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스스로 부끄러운 소리를 한다는 자각은 있는 건지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소리죽여 웃고, 다시 과자로 손을 뻗었다. ‘흐음.’ 진심이 가득 담긴 그녀의 말을 가만히 곱씹던 데스페라도는 자신과 루엔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나를 새삼 실감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무법지대에서, 이토록 오래 함께 살며 무사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같이 보낼 수 있다니. 확실히, 몇 번을 생각해도 다행인 일이었다.
“5분 남았군.”
“어? 벌써?”
“벌써는 무슨…. 늦게 들어와서 씻고 앉았는데도 아직 시간이 남은 게 난 신기하다만.”
“그건 그렇지만, 아쉬운 건 없어? 5분 뒷면 올해는 정말 끝이라고?”
“올해만 살고 끝도 아니고, 딱히….”
애초에 데스페라도는 루엔이랑 같이 살기 전까지는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고 지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게 된 것도 전부 그녀 덕분이긴 했지만, 역시 자신은 태생적으로 날짜에 의미를 붙이는 것은 못하는 생물인 모양이었다.
“뭐 그런 점이 너다워서 좋지만.”
“나도 그래. 사소한 거 하나에 이것저것 의미 붙이는 편이 너다워서 좋아.”
“…콜록…! 콜록!”
“아, 그리고 그렇게 일일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제 말에 사래가 들린 거니 웃으면 안 된다만, 그래도 역시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몇 년을 더 일일이 반응하고 부끄러워해야 무덤덤해 지는 걸까. 정작 태연해지면 아쉬워 할 것이 뻔했지만, 그는 자신 한정으로 늘 생생한 반응을 보여주는 연인이 귀여워서 표정관리를 할 수 없었다.
“…너 자꾸….”
“아. 12시다.”
“어? 정말?”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루엔. 올해도 잘 부탁하지.”
별 대화도 안 한 것 같은데 5분이 흘러가 버렸다. 루엔은 자정을 가리키는 시계를 멍하니 보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응, 나도 잘 부탁해. 데스페라도.”
새해 복 많이 받아. 흔해빠진 인사를 건네는 루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