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메신저 ZEN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78회 주제 : 운세 + 제 279회 주제 : 헛손질
짧습니다...^-T
신년 데이트
written by Esoruen
유리는 운명 같은 건 그다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굳이 운명론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이 삶에 일어나는 일은 운명보다도 우연이나 행운이 더 많다고 믿는 쪽에 가깝다고 할까.
어쨌든 그런 그녀였기에 유리는 점이나 운세 같은 것은 크게 관심이 없었고, 당연하지만 일부러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찾아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지금 타로카페에서 나오게 된 것은, 모두 그 옆에 서있는 남자 덕분이었다.
“유리 씨, 어땠어? 타로카드는 처음이라고 했지?”
“나름 재미있었어요. 다 믿는 건 아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고.”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젠은 한 손으로는 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남은 손은 유리의 손을 마주잡았다. 새해가 된 후 첫 데이트니, 신년 사주나 보러 가자. 그렇게 제안한 건 자신이긴 했지만, 유리가 시큰둥해 하면 어쩌나 어찌나 걱정했던가.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인연인 만큼 유리를 절대적으로 배려하는 그는 모처럼의 데이트가 실패하지 않은 것에 대단히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나도 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거라니까 기쁘네. 자기 운세도 좋게 나왔고. 우리 궁합점도 볼 걸 그랬나?”
“궁합은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요?”
“응? 왜?”
“점치지 않아도, 이렇게 사이가 좋은 걸요.”
그렇게 말한 유리는 마주잡은 손에 가볍게 힘을 실었다. 자신보다 조금 큰, 관리를 잘 해서 단정한 손톱이 아름다운 그의 손은 오늘도 따뜻하기만 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핸드폰을 통해서만 이야기 하던 사이였는데, 언제 이렇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걸까. 인연이란 역시 운명이 아니라 우연에서 찾아오는 걸지도 모른다. 방금 점을 보고 온 사람이 하기엔 좀 그런 말일지 몰라도, 유리는 이 작은 우연이 그 어떤 운명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 정말. 유리 씨는 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거야…?”
유리의 말이 그렇게 좋았던 걸까. 젠은 정말로 감동한 얼굴로 가볍게 제 이마를 짚었다. ‘조금 오버 아닌가.’ 옛날의 유리라면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배우인 탓인지, 아니면 그가 로맨티스트인 탓인지, 그는 제 사소한 말에도 감동하고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이었다.
“제 말을 예쁘다고 해주는 것도 젠 씨 뿐인데요?”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 할 거라고?! 유성이도 그렇게 말하고, 제희 씨도 늘 ‘담당자 님의 말엔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하고!”
“다들 절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하아, 봐 역시 마음씨도 말도 비단결 같잖아…?”
이러다 숨넘어가면 어쩌지. 유리는 헛손질까지 하며 감격하는 젠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자신의 말 하나하나에 반응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분명 그의 사랑과 반응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만,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젠 씨, 일단 진정해요. 진정하고 점심 뭐 먹을지 생각해 봐요,”
결국 허공을 헤매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자신을 마주보게 한 유리는 마치 손윗누이처럼 그를 달랬다. 생각해 보면 거리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언제까지 부끄러워하는 그랑 손을 잡고 거리 한복판에 서있을 수도 없는데.
“…….”
“…젠 씨?”
“역시 너무 예뻐….”
아아, 이런. 오히려 더 부추겨 버렸다.
유리는 제 양손을 꼭 잡고 뺨을 비비는 젠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