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프노시스 마이크 칸논자카 돗포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83회 주제 : 너만 있다면
오리주의 분노가 리얼한 것은 저의 사축인생 속 리얼 에피소드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정말 별별 놈이 다있으니 여러분 퇴사하세요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진지)
그리고 여러분 봄에 새앨범 나오는 히프마이 파세요 이 글은 돗포 솔로곡을 들으며 썼습니다 힣ㅎ히히히 네무리타이다케.........
너만 있다면
written by Esoruen
회사가 밀집된 곳의 이자카야는 퇴근 시간이 되면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불평과 상사 욕. 그리고 ‘때려치고 싶다’는 한탄. 옆에 앉은 이름도 모를 누군가의 불평이 남일 같지 않은 가게 안. 사이좋게 붙어 앉은 카네자시와 돗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디 잔을 들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칸논자카.”
“카네자시도. 수고했어.”
짠. 가볍게 잔을 부딪친 두 사람은 단번에 술을 들이켰다. 이제 겨우 수요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지칠 수 있는 걸까. 빈 잔을 내려놓고 안주를 집어먹는 돗포는 오늘도 별다를 것 없었던 사축의 일상을 곱씹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상사에겐 잔소리를 듣고, 영업 때문에 만난 상대는 매너가 없었고, 뭐 이런 건 이제 익숙한 일 아니던가.
“하아, 짜증나.”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말이지. 으음. 서로 힘든 처지에 불평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와 달리 카네자시의 오늘은 뭔가 별다를 것이 있었던 걸까. 마치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는 듯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고개를 돌린 그녀는 비어버린 잔에 술을 채우며 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새로 들어온 신입 말이야. 눈치라곤 없어서 머리 터질 거 같아.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야.”
“그래? …일을 못해?”
“아니 일을 못하긴 하는데 열 받는 건 그거 때문이 아니고…. 사실 신입이 들어온 지 얼마 안됐는데 경력자처럼 일하면 그게 더 무섭지 않겠어? 일 눈치라는 건 근무하면서 배우는 거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당히 상냥한 관점이다. 돗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잘 구워진 생선을 발라 먹었다. 신입이 서투른 건 당연하다, 라는 건 일반 사원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높으신 분들은 신입이 들어온 지 하루가 되었든 이틀이 되었든 제 부하라면 일을 잘 하길 바라니 문제지 않던가.
“나, 오늘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 사먹었거든? 사무실 까지 가서 먹긴 싫어서 데워서 바로 편의점서 먹으려고 했지. 그래서 자리를 찾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자리 셋을 혼자 잡아서 짐을 늘어놓고 먹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자리 하나만 비워달라니까 나보고 ‘자리 잡은 나를 무시하는 거냐?’면서 어찌나 욕을 하던지….”
“…끔찍한 인간이네.”
“그렇지? 어쨌든 이게 문제가 아니라…. 그래서 대판 싸우고 결국 회사로 와서 직원 휴게실에서 먹고 들어갔거든. 그런데 내 표정이 이상하다면서 신입이 무슨 일이 있냐고 말을 거는 거야. 그래서 방금 뭔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지. 그러니 걔가 뭐라는 지 알아?”
설마 그 ‘미친놈’의 편을 든 건가. 그런 거라면 열 받을 만도 하겠다. 돗포는 분명 남의 불평을 듣는 건데도 귀찮기보다는 이 이후가 궁금한지 젓가락질도 멈추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 자식이 ‘그건 선배가 양보 할 수도 있었잖아요. 왜 싸우셨어요? 서로 배려하며 살면 좋잖아요.’ 라는 거야!! 아니, 그럼 그 미친놈이 날 배려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냐? 무슨 돈 주고 사서 쓰는 자리도 아니고, 한 명이 자리 셋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야 글이야?”
“…오….”
“게다가 또 뭐라 했는지 알아? ‘그리고 편의점 도시락은 몸에 안 좋아요. 너무 자주 드시지 마세요.’ 라고 하는 거 있지? 아니 누군 모르고 먹나? 그래 너희 부모님 돈 많아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뒤 좋은 곳에서 밥 처먹고 선배에게 지랄해서 좋겠다고 외치려다가 기운 없어서 참았어.”
후우. 마치 랩을 하듯 말의 탄환을 줄줄 쏟아낸 카네자시는 채운 잔을 단숨에 비우고 한숨 쉬었다. 아아. 차라리 말해줬으면 좋을 텐데. 돗포는 그녀의 이야기가 저렇게 끝난 것이 아쉬운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제 잔을 채웠다.
“낙하산이야?”
“응? 아. 어. 낙하산이라더라. 부모가 우리 회사 높으신 분 사촌이라던데. 좋겠어, 정말. 누군 미친 듯이 경쟁하고 대학 졸업하자마자 아무것도 없이 사회에 던져져서 죽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기어오르는데, 그런 애들은 준비된 레드카펫 위를 걸으면서 ‘왜 저렇게 까지 추하게 살아남나 모르겠다. 이해가 안가.’ 라고 하지.”
“뭐, 그렇지. 법도 없는 야생에서 죽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을 굳이 돈 주고 오지 체험을 하러 가는 사람이 알 수는 없으니까. 하아….”
마치 자신도 잘 안다는 것 같은 맞장구다. 카네자시는 너무나도 적절한 그의 비유에 감탄의 박수를 칠 뻔 했다.
“돗포, 꼭 시인 같은 비유였어.”
“뭐야…, 띄워주지 않아도 돼. 그런 인간들, 나는 많이 봤으니까. 하아. 돈 많고 하늘 위만 걸은 사람들에게 일 때문에 머리를 조아리는 게 내 일이니까. 그래놓고 실적이 나쁘면 상사는 다 내 얼굴이 암울하기 때문이라고 해버리지. …그래, 알고 있어.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도 내 탓, 오늘 출근 버스가 평소보다 느린 것도 내 탓, 점심시간에 마신 커피서 이물질이 나온 것도, 히후미가 오늘도 시끄러운 전화를 건 것도, 전부, 나 때문….”
아 이런. 또 저런다. 불평을 늘어놓던 카네자시는 또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그의 버릇이 나오는 걸 보곤 정신이 번쩍 들어 두 손을 들었다. ‘퍽.’ 그녀의 두 손이 아프지 않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돗포의 자학은 순식간에 멈추었다.
“진정해, 돗포. 자, 자. 안 좋은 이야기 그만 하고, 술이나 마저 마시자. 내 불평 들어줘서 고마워.”
“…아, 응. 미안.”
그녀는 제게 고맙다고 했지만, 돗포는 자신이 그 인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불평이라면 자신도 평소에 많이 하고, 그때마다 카네자시는 적당히 말려주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비관에 빠질 때 마다 그녀가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덕에, 최근엔 쟈쿠라이가 없는 자리에서도 제 탓을 하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하하, 그래도 다행이야. 다 폭파시키고 싶은 이딴 회사에서 돗포 같은 사람이 있어서.”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응? 정말? 그거 고맙네.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닐까 해서 민망했는데.”
카네자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런 말을 내뱉었지만, 돗포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술잔 안으로 제 모든 시선을 쏟아버렸다.
이렇게 음울한 자신과 친하게 지내주는 것은 히후미와 그녀뿐이다. 히후미야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아온 사이니 그렇다 쳐도, 그녀는 왜 이렇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걸까. 같은 사축이라서? 같은 비관주의자라서? 그것도 아니라면, 과연.
“나는 돗포만 있다면 사직서 안내고 버틸 수 있어. 늘 고마워.”
나야말로 너만 있다면 상사의 개소리도 누군가의 갑질도 다 괜찮아.
그런 대답을 하기엔 자신의 용기는 너무나도 부족해서, 그는 술과 함께 목에 걸린 말을 단번에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