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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01

written by Esoruen

 

 

“미야지 키요시, 맞지?”

 

미야지에겐 마지막 고교 농구 경기이자 슈토쿠의 탈락이 결정 난 그 날. 집으로 돌아가려던 미야지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방금 전 까지 자신과 코트 위에서 농구로 승부를 하던 상대 팀의 선수였다. 자신보다 작은 키였지만 가볍게 미야지의 드리블을 뚫어버린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미야지는, 그 이상으로 불쾌한 표정이 있을까 의심되는 표정으로 제게 말을 건 그 선수에게 대답했다.

 

“그런데”

“나 기억하지? 방금까지 시합 했으니 모른다고 할 리는 없지만 말이야!”

“하야마 코타로, 라쿠잔 SF. 알아. 그래, 네 말대로 모를 리가 없지. 그래서 뭐?”

“나, 쭉 찾고 있었어!”

 

하야마는 잔뜩 신나서 제 손목을 보여주었다.

 

“내 운명의 상대”

 

손목에는 새빨간 글씨로 ‘미야지 키요시’ 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미야지 키요시는 ‘이름이 없는 아이’였다.

보통 사람들은 태어나서, 혹은 사춘기가 오기 전 몸 어딘가에 반려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 보통인 이 세상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몸 어디에도 반려의 이름이 없는 미야지는 흔히 세상이 말하는 돌연변이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름이 없는 사람은 돌연변이라 해도 그 수가 적지 않았기에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차별받는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진짜 네 이름 확실했어?”

“그래. 한자로 적혀있더라고 심지어. 아마 나 맞을 거야”

 

자습시간인 교실에서, 미야지와 키무라는 어제의 일로 대화하느라 공부는 뒷전으로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있었다.

 

“한자로 네 이름 맞으면 백퍼센트지. 축하해 미야지, 네 짝이 나타났네. 넌 이름이 없으니까 적어도 저쪽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상 네 짝일 테니까”

“뭐가 축하할 일이야? 남자라고 남자! 내 반려가 남자라니?!”

“쉿, 뭘 놀라고 그래. 동성끼리 반려도 꽤 많아. 우리 반에도 몇 명 있잖아?”

 

소리를 지르는 미야지를 진정시키며 키무라는 눈치를 살폈다.

 

“하, 몰라. 내가 그놈을 어떻게 믿어. 나랑 철자까지 같은 동명이인이 있을지도 모르고, 문신 시술 받은 놈 일수도 있잖아”

 

문신시술이란, 몸 어딘가에 새겨진 반려의 이름을 문신으로 조작하거나 새로 새기는 일을 말했다. 사실 몸에 새겨진 이름이란 것은, 본인의 친한 사람이나 가족이 아니면 대부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니 언제 몰래 바꾼다고 해도 모르는 것이었으니까. 법적으론 불법시술이고, 걸리면 최소 5년형인 범죄였지만 의외로 이 문신시술은 암암리에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미야지 같은 ‘이름 없는 아이’들은, 간혹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가지기 위해 상대방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왜 전화번호는 준거야?”

“…귀찮게 구니까”

“풋, 솔직하지 못하긴”

 

키무라는 미야지의 반응이 귀여운지 살짝 웃고 문제지로 시선을 돌렸다. 숙인 키무라의 뒷목에는, ‘에리카’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보통 새겨진 이름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성만 새겨져 있는 경우, 두 번째는 이름만 새겨져 있는 경우, 마지막은 이름과 성이 모두 새겨져 있는 경우.

키무라의 경우는 두 번째로, 그는 현재 옆 반의 ‘스즈키 에리카’ 라는 여학생과 사귀는 중이었다. 물론 키무라의 반려 ‘에리카’가 그녀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신 키무라와 사귀는 여학생은 몸에 ‘키무라’가 새겨져 있었고, 그걸 계기로 아마도 서로가 짝이겠지 하고 사귀는 것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에리카도 키무라도 흔한 이름과 흔한 성. 아무리 서로가 서로의 이름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이 정말 서로의 반려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이 이름만 새겨진 사람과 성만 새겨진 사람들의 불편이었다.

그런데 하야마는 성과 이름이 다 쓰여 있었다. 미야지 키요시, 라고. 정확하게 자신의 이름이 말이다.

 

“어쨌든, 난 이름이 없으니까. 완전히는 안 믿을 거야”

“그래, 그래. 어쨌든 잘 해봐. 이제 우리 은퇴도 했고, 공부만 남았잖아?”

“바보야 수험이 더 중요하잖아? 난 공부할거야. 그 녀석은 나중 일이고”

 

몰래 핸드폰을 꺼낸 미야지는 방금 도착한 문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문자 발신인은 하야마로 내용은 시시껄렁한 안부문자였다.

 

“…미야지”

“응?”

“너 진짜 솔직하지 못하구나?”

“시끄러, 책 모서리로 찍어버린다”

 

문제를 풀고 있는 키무라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한 미야지는 그제야 문제지에 집중했다.

 

 

 

 

“나, 내 이름이 새겨진 사람을 만났어요”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던 중, 미야지는 고민 끝에 부모님에게 하야마의 이야기를 꺼냈다. 조기 구이의 살을 바르던 미야지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 미야지를 바라보았고, 미야지의 어머니는 낫토를 젓다 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머, 정말?”

“네, 성이랑 이름 다. 그것도 한자로요”

 

한자임을 굳이 강조한 이유는 간혹 히라가나로만 이름이 새겨진 사람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미야지의 어머니 쪽이 그러했다. 미야지의 어머니는 등 한가운데에 그녀의 남편의 이름이 히라가나로 새겨져 있었다.

 

“어떤 사람이니?”

“그게, 음, 남자에요. 윈터컵에서 만난”

 

아버지의 질문에 미야지는 잔뜩 긴장해 대답했다. 키무라의 말대로 동성끼리 반려인 것은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니었지만, 상대가 남자임에 부모님이 혹시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두 부모님은 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구나. 드디어 키요시도 반려가 생기는 건가…”

“나이는 몇이니? 동갑?”

“아, 연하에요. 저보다 한 살 어린”

“연하라, 좋구나. 호호. 언제 한번 꼭 소개시켜주렴”

 

어머니는 다 큰 미야지의 머리를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쓰다듬었다. 미야지는 쑥스럽게 웃어 보이면서도 마음속으론 하야마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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