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레시] Rain

from Fiction/Other 2014. 2. 2. 09:29

 

 

 

Rain

written by Esoruen

 

 

레시오는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천둥소리에 눈을 떴다.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자고 있던 그는 무거운 잠에서 겨우 깨어나 상체를 들었다. 창밖은 어둡고, 습기 찬 공기는 방에 가득 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혀를 찬 레시오는 열어둔 창문을 닫기 위해 일어섰다.

똑똑.

창문을 향해 걸어가던 중,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레시오는 거실 한 가운데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남의 집을 찾아오다니, 어지간히 예의 없는 손님이라며 마음속으로 불평한 그는 결국 현관문으로 먼저 다가갔다.

 

"여어"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젖어있는 소꿉친구의 얼굴, 레시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도로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버스데이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재빨리 발을 넣어 문이 닫히는 것을 저지한 그는 떼를 쓰듯 소리쳤다.

 

"자, 잠깐 뭐야? 나인걸 보고 바로 닫아?! 비 맞고 온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오전에 있던 일은 다 잊어버렸나?! 그러고도 내 집에 오려고?"

 

레시오의 매서운 질책에 버스데이는 입을 비죽 내밀었다. 레시오의 말대로 오늘 오전, 비가 내리기 전 두 사람은 같이 일하러 나가서는 대판 싸우고 돌아왔었다.

싸운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버스데이가 레시오의 자동차 바퀴 하나를 실수로 터뜨려 버렸고, 레시오는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명백한 자신에 잘못에 버스데이는 무조건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그렇다고 용서할 레시오가 아니었다. 몇 번의 거절 끝, 결국 버스데이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었고, 그는 '변상하면 되잖아? 쪼잔 하긴!' 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시작된 2차전, 승자도 패자도 없는 말싸움은 서로의 기분만 상하게 한 채 끝났고 레시오는 먼저 집으로 돌아와 씻고 바로 잠들었었다.

 

"내가 다 잘 못 했어~ 그러니 들어가게 해주라~ 응?"

"다른 곳으로 가보지 그래? 어차피 다 젖었으니 더 젖어도 되잖아?"

"감기 걸린다고! 아니 이미 걸린 것 같아 그러니 열어줘!"

 

버스데이는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레시오는 문 틈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구두를 밟아버리려다가 겨우 인내심을 다스리고 말로 응수했다.

 

"그렇게 싸우고도 하필 내 집이냐! 넌 체면도 없는 건가?"

"체면? 그런 건 다 버렸지!"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대답한 그는 벌어진 문 틈 사이로 손을 내밀어 문을 열어냈다. 얼굴 하나가 고스란히 들어올 정도로 벌어진 문틈으로 고개를 쑥 내민 버스데이는 악을 쓰며 문을 닫으려는 레시오에게 웃어보였다.

 

"사랑은 져 주는 게 이기는 거라고, 체면세우다간 될 것도 없지"

"하?"

 

레시오가 버스데이의 말에 황당해 하는 틈에, 버스데이는 가볍게 틈을 더 벌려 집 안으로 굴러들어오듯 침입했다. '아차' 자신의 방심을 후회하며 이마를 짚은 레시오는 바닥에 주저앉은 원수 같은 연인을 보았다.

바닥에 벌써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버스데이는 젖어있었다. 확실히 저 상태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었다. 걱정이 된 레시오는 슬쩍 제 안대를 들춰 그를 보았다. 다행이 아직까지는 그의 몸엔 이상반응이 없었다.

 

"…체면이고 뭐고 이전에, 져 줘? 그건 아무리 봐도 네 잘못 이다만"

"네, 네! 어쨌든 나 욕실 좀 빌려도 되지?"

 

이미 젖은 점퍼와 신발을 벗고 욕실을 찾는 그는 집주인에게 허락을 묻는 태도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건방졌다. '안 돼' 그렇게 말하고 그를 쫒아내려고 한 레시오는 갑작스럽게 가해진 힘에 크게 휘청 이고 말았다.

레시오의 넥타이를 낚아채 잡아당긴 버스데이는 자신을 향해 기울어진 그 얼굴을 향해 다가가 속삭였다.

 

"아니면 같이 씻을까?"

"…이미 감기 걸린 건가? 헛소리 하고 있군"

 

얼굴이 새빨개진 레시오는 버스데이의 이마에 알밤을 먹이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열린 창문을 닫으면서 본 밖은 아까 전 보다 더 심한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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