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말세] If

from Fiction/UL 2014. 3. 9. 08:45

 

 

 

If

written by Esoruen

 

 

 

“쓸모없는 녀석들, 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콥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서는 지시자를 부축해주며 살가드와 마르세우스를 흘겨보았다. 살가드는 이젠 익숙해졌다는 듯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지만, 마르세우스는 어지간히도 콥의 말이 거슬린 모양이었다.

 

“딱히 귀공이 아니라도 마수들을 해치울 전사는 많으니 그런 말은 필요 없다만?”

“하? 싸울 때 맨 뒤에서 구경만 하던 게 누군데”

 

‘저런, 또 싸움이네’ 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지시자는 중얼거리면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앞서나가는 살가드의 옷자락을 잡았다. 살가드는 간절한 지시자의 표정을 읽었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저 둘의 싸움은 말리는 사람만 기력을 소모한다는 것을 살가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선봉은 저쪽이지 않나”

 

마르세우스는 갑자기 화제를 살가드로 돌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저 선봉이 미덥지 못하니 다음 주자인 내가 다 고생한다 이거 아냐”

“뭐 그런 논리도 맞을 수는 있겠군”

 

갑자기 두 사람의 비난이 서로가 아닌 자신에게로 오자 살가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마 지시자가 보고 있지만 않았다면 자신도 참지 않고 이 싸움에 끼어들었을 것이다. 지시자는 살가드의 등을 토닥이며 불쌍한 그를 변호했다.

 

“살가드는 잘 해주고 있는걸, 뭐어”

“그래 결국 일 안 하는 건 카스토드 혼자잖아?”

“호오, 그 뜻은 우리가 나태하다는 뜻인가. 아니면 약하다는 뜻인가? 어느 쪽도 거짓이지만”

 

마르세우스는 할버드를 고쳐 쥐며 콥을 훑어보았다. 그것은 말로 내뱉지 않았을 뿐, 협박이나 위협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봐도 좋았다. 결국 이대로라면 같은 편 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비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지시자는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어 손사래를 쳤다.

 

“자, 그만. 이정도 싸웠으면 됐지?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래도 지시자의 말은 들어야겠단 생각이 든 걸까. 마르세우스와 콥은 표정을 구기면서도 전투태세를 풀었다. 겨우 상황을 진정시킨 지시자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살가드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느낀 것은 그 두 사람과 마르세우스뿐이었다. 싸우기를 단념하고 지시자의 뒤를 따르는 마르세우스와 달리 콥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인상을 쓰고 있더니 문득 마르세우스의 치마 밑으로 뻗어 나온 가느다란 발목에 눈이 갔다.

‘걷어차면 그대로 부러질 것 같군’ 그것은 순수한 감상이었지만 곧 나쁜 생각의 발단이 되었다. 정말 걷어차 보면 어떨까. 거기까지 발전된 생각이 ‘걷어차자!’로 바뀌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았다.

마르세우스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노린 콥은 재빨리 그 뒤로 다가가 마르세우스의 발목을 걷어찼다. 설마 이럴 때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마르세우스는 당연히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리고 말았고, 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역시 곱상하게 생겨선 비실하구만!”

 

호쾌하게 웃은 그는 할버드에 의지해 겨우 넘어지지 않은 마르세우스의 발목을 덥석 잡더니 마치 사냥감을 들어 올리듯 번쩍 들었다.

 

“무, 무슨 짓을!”

 

마르세우스는 놀라서 할버드를 잡고 있던 손마저 놓고 흘러내리는 치마를 수습하려 바동거렸다. 그 꼴이 우스워 콥은 다리를 더 높게 들었지만, 그건 그의 가장 큰 실수가 되고 말았다.

어지간한 여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매끈한 다리, 새까만 스타킹, 전사의 복장이라고 하기에는 남세스러운 야한 다리에 시선이 박힌 콥은 다음 공격을 할 생각이나 말로 굴욕을 안겨줄 생각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 마른 침만 꿀꺽 삼키고 말았다.

 

“콥!”

 

그때, 이 상황을 알아챈 지시자가 부산스럽게 달려와 콥의 발을 힘차게 밟았다.

 

“윽!”

“뭐하는 거야! 또 이러면 다음부턴 다른 전사 데리고 온다?!”

“쳇”

 

다른 전사가 자신의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싫은지 콥은 그 말에 마르세우스의 발목을 놓았다. 겨우 한쪽 다리에 자유를 찾은 마르세우스는 재빨리 일어서 옷을 털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통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안해 마르세우스”

“괜찮다, 지시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군”

“제발 무사히 돌아가자 우리, 응? 가자 살가드”

 

참는 것도 여기까지라는 뜻으로 그렇게 딱 못 박아 말한 지시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살가드에게 돌아갔다. 살가드는 이번엔 싸우지 않고 얌전히 따라오는 마르세우스와 콥을 보며 살며시 지시자에게 물었다.

 

“저렇게 해 놓고 또 싸우면 어떻게 할 셈이지?”

“진짜 빼버릴까 걱정 하는 거야? 으음, 그건 더 생각해보고”

“그런 의미로 물은 것은 아니다만. 저 야만인들이 빠진다면 오히려 난 환영이고”

“그래도 저렇게 투덕거리면서 친해지는 거 아니겠어?”

 

친해져? 그 단어와 저 두 사람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살가드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마르세우스와 콥은 멀찍이 떨어져서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저 거리감부터 없애지 않으면 ‘친해진다’는 것은 무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살가드는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

 

사실 살가드+말세+콥은 제 퀘스트 덱입니다 (진짜)

바인더 밖에 접점이 없지만 사랑해 콥말세... 결혼...할 수 있을까... 너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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