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오리님이 의뢰하셨던 커미션 작품입니다. 완성작을 의뢰자분께 드리고 올리는 글입니다.
기다림 02
written by Esoruen
to. 글오리님
아카시 세이쥬로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도서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이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나쁠 리가 없었기에 신하들은 ‘요즘 전하께서 공부에 더 열의를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은 그는 공부보다는 일탈에 가까운, 그야말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도서관을 오가고 있었다. 왕인 그가 빌리는 책은 다양했다. 새로 나온 로맨스 소설부터 오래 전 역사서 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는 그였지만 가장 많이 읽는 것은 적어도 100년 전의 고서들 이었다.
“전하는 고서를 많이 빌리시는군요! 온고지신이라고, 옛것에서 통치에 관한 교훈을 얻는 것입니까?”
사서장은 아카시의 방문에 들떠 그를 제 5자료실로 안내하며 슬쩍 물었다. 아카시의 손에는, 다른 자료실에서 빌린 책이 몇 권 들려있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역시 전하는 선왕을 닮아 현명하십니다!”
보통이라면 긍정의 말과 함께 과찬하지 말라며 웃을법한 칭찬이었는데도 아카시는 묘한 미소만 지어 보일 뿐 그 말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도 해 주지 않았다. 흠흠. 민망함에 헛기침을 한 사서장은 제 5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 담당 사서를 찾았다.
“후리하타! 후리하타!”
“잠시 만요!”
자료실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후리하타의 목소리는 상당히 다급했다. 자료실의 업무 중에서 신속함이 필요한 업무는 없을 터인데, 사서장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가 사고를 칠만한 인물이 아님을 잘 알았기에 별다른 소리를 하는 수고는 들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희 사서들이 다들 일이 많아서…”
“아아, 아니네.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먼저 돌아가도 좋네. 나도 내 볼일만 끝내고 바로 궁으로 돌아갈 것이었으니까”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돌아가도 좋다는 말에 사서장은 눈치껏 그 말을 알아듣고 먼저 자리를 떴다. 사서장은 떠나고, 자료실 문 앞에서 아카시 혼자 서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후리하타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 낡은 책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 저, 전하! 오, 오셨습니까?”
“아무래도 뭔가 찾고 있었나 보지? 코우키군”
엉망진창인 그의 모습을 보고 대충 어림짐작한 아카시는 슬며시 손을 뻗어 먼지투성이의 그의 어깨를 털어주었다. 손에 낀 흰 장갑이 회색빛이 돌 정도로, 후리하타의 옷에는 많은 먼지가 묻어있었다. 왕의 손길에 깜짝 놀란 후리하타는 두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선 후 고개를 숙였다.
“앗, 죄송합니다! 이런 꼴로 그만…”
“아닐세.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갑자기 찾아온 것은 내 쪽이고 말이지”
“그, 그럼 오늘은 무슨 책을 찾으러 오셨나요?”
“아, 오늘은 책에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야”
“예?”
자료실에 책 이외에 것에 용건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후리하타는 의아해 했지만 아카시는 곧 그에게 답을 주었다.
“대출 목록을 보고 싶어서 말이야, 이 자료실을 이용한 사람들을”
“대출 목록이요?”
“그래, 몇 명만 확인 해 볼 거야. 불가능 한가?”
원칙상이면 대출 목록은 사서만 볼 수 있고, 그것을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됐다. 그것이 도서관의 규칙이었지만 상대는 왕, 이 도서관의 주인이자 나라의 우두머리다. 규칙과 권력. 어느 쪽이 우선인가. 어려운 문제 앞에서 망설이는 후리하타에게 아카시는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가 사적인 일 때문에 목록을 보자는 것은 아니야. 나랏일 때문이지”
“나, 나랏일이요?”
“그래. 아무래도 불온서적을 읽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확실히 이런 이유라면 대출목록을 확인하려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리하타는 머리로는 납득 해 놓고서도 가슴은 사서의 윤리의식을 어기지 못했다.
“아, 안됩니다!”
버럭 소리친 후리하타는 시선을 제 발끝으로 고정시키고 마치 혼잣말을 하듯 말을 중얼중얼 늘어놓았다.
“도서관의 규칙은 아무리 왕이라도 해도, 이곳의 주인이라도 해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저는 사서로서 그 명령에 따를 수 없습니다!”
이제 자신은 죽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든 후리하타는 의외로 평온한 아카시의 표정에 나오려던 눈물도 쏙 들어가고 말았다. 솔직히 자신의 말은,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는데. 화조차 내지 않는 아카시의 행동은 후리하타로선 더 무섭게 느껴질 뿐이었다.
"자네는 정말이지… 재밌는 사람이군, 코우키"
작은 소리로 웃으며 왕은 코우키와 눈을 맞추었다. 보석과 같은, 색이 다른 영롱한 두 색의 눈동자는 분명히 아름다웠지만 잔뜩 긴장한 후리하타에겐 그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전엔 날 위해서 규칙을 어겨가며 여길 구경시켜주지 않았나, 왜 지금은 거절하는 거지? 마음이 바뀐 건가?"
"그, 그게 아니라…"
여기서 잘 못 대답하면 정말로 제 목이 무사하지 못 할 수도 있었다. 후리하타는 최대한 대답을 잘 해야 할 터였지만, 그는 말을 꾸며내거나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심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 뿐.
그게 신입사서 후리하타 코우키의 최선이자 최고의 대답의 방법이었다.
"전, 책을 좋아하는 전하에게 이곳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요. 전하가, 그, 기뻐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거기서 규칙을 어긴 건 확실히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서관의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 대출목록은 개인의 소중한 정보니까 자료실 같이 함부로 보여 드릴 수 없어요! 그, 그리고 목록을 넘겨주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고…"
반론을 하는 후리하타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입안에 머무는 정도로 작은 웅얼거림이 되었고, 그 웅얼거림도 금방 사라져 자료실에는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고 말았다.
왕은 대답이 멈춘 후리하타를 상하로 느릿하게 훑었다. 미세한 떨림, 그것만으로 아카시는 후리하타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가늘게 떠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됐네."
"네?"
"대출 목록 말이야, 필요 없어. 아니 애초에 필요했다면 자네가 아니라 사서장에게 말했겠지"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 같이 있던 사서장을 두고 이런 신입 사서에게 대출 목록을 요구할 필요가 있던가.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아찔한 충격이 온 후리하타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제 추측을 말해보았다.
“서, 설마 절 시험하신 건…?”
“왜. 설마 시험했다 하면 화낼 건가?”
“다, 당치도 않습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하하, 장난이네. 코우키”
왕이라기 보단 그저 소년처럼 웃은 아카시는 뒤로 서너 발 물러서 후리하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덜 된 후리하타와 달리, 아카시는 이 모든 것이 재미있는지 살짝 들떠있는 얼굴이었다.
“잘 들었어, 자네의 마음”
“네? 제 마음이라고요?”
“그래. 분명 자네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아까 전에 말이야. 내가 기뻐하지 않을까 해서 이 자료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이지”
“아…”
그것을 말하는 것이었나. 별거 아닌 말로 흘려들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부끄러워진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저 신입사서의 철없는 행동이라 여길 줄 알았는데, 왕은 생각보다 그의 마음을 잘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필요 이상의 친절은 오랜만에 받아봐서 말이지. 나도 조금 들떠버린 것 같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
‘그럼’ 작별 인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마지막 말을 두고 왕은 뒤돌아섰다. 헤어짐의 인사를 말하는 왕의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미소는 이제 것 왕이 지은 미소들과 다른 따뜻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필요 이상의 친절은 오랜만에 받아봐서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이상했다. 왕에게 과도한 친절이나 예의가 있을까. 왕은 가장 높은 존재인데, 예를 아무리 갖추고 어떤 호의를 베풀어도 ‘모자라다’고 하면 모를까 ‘과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존재가 왕, 즉 지배자일 텐데. 그리고 그 웃음의 의미는 뭐란 말인가. 결국 그는 자신을 시험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왜 자신에게 이런 시험을 한 것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답답함만이 후리하타의 머릿속에서 커져갔다.
참으로 이상한 왕이야. 그럴게 생각하면서도 후리하타는 그가 또, 이왕이면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도서관을 방문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아카시는 그 이후로도 자주 도서관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과 같은 방문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주로 제 1자료실에서 책을 빌리고, 중앙의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가거나 여러 책을 대출해 급히 궁으로 돌아갔지만 최근은 제 5자료실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었다.
왕의 취향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비밀이라도 파헤치려는 걸까. 신하들과 귀족들은 그럴듯한 추측들을 쏟아냈지만 그 중 진실에 근접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카시가 최근 제 5자료실에 가게 된 것은 책 때문이 아니었다.
후리하타는 오늘도 찾아온 왕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가 물었다.
“저어, 오늘은 무슨 책을…?”
“이걸 읽고 있을 테니, 난 신경 쓰지 말고 일해도 좋아”
아카시는 서재에서 책을 하나 꺼내더니 멋대로 자료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저 책을 읽는 것뿐이라면 열람실로 가도 좋을 텐데. 그런 불평을 속으로만 말한 후리하타는 텅 빈 책장에 차례대로 책을 꽂아나갔다.
“대청소를 했나?”
“앗, 네. 책장에 먼지가 너무 심하게 쌓여서…”
“부지런하구나, 코우키는”
왕의 말은 그의 직위와 맞지 않게 부드러웠다. 마치 동네 청년들끼리 대화하듯, 친근하고 편한 말투로 말을 걸어오는 아카시의 모습은 후리하타에겐 낯설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으음, 전하?”
“응?”
“제가 뭘 잘못 했나요…?”
후리하타는 혹시 자신이 전에 저지른 모순에 대한 벌로 아카시가 계속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 모양이었다. 아카시는 황당한 그 질문에 처음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후리하타를 보더니, 이내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아직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건가?”
“에? 아, 아닌가요?”
“나는 화가 났다면 이렇게 굴지 않아. 좀 더 잔인한 행동을 취했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말을 한 아카시는 읽던 책을 덮고 반 정도 찬 책장 위에 손을 올렸다. 금방 청소를 해서 먼지하나 없는 책장은, 오래 되어 색이 바래있었지만 고풍스러운 느낌만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말했잖아, 필요 이상의 친절을 받았다고. 화가 났을 리가 없잖아?”
바닥에 있는 수많은 책들 사이로 발을 움직여 후리하타에게 다가간 그는 후리하타 손에 들린 고서위에 손을 올렸다. 고서는 아카시의 머리색과 같은 붉은 색이었지만, 여기저기 낡아서 볼품없는 꼬락서니를 하고 있었다.
“이런 왕인데도 말이지”
“…전하?”
“이런, 일하는 사람을 방해한 것 같네. 좀 더 열심히 일하도록. 난 이만 갈게. 잘 있어, 코우키”
대화를 회피하려는 듯 급히 말을 끊은 아카시는 다가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후리하타에게 멀어지더니, 읽던 책도 두고 자료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리하타는 왕을 또 쫒아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결국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쩐지 쫓아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아카시가 사라지는 걸 보던 그는 재빨리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사서실로 갔다.
‘조심하게, 그런 말’ 얼마 전 자신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사서장은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은 모르는, 귀족들만이 아는, 이 나라의 왕인 아카시 세이쥬로에 대한 이야기를.
“사서장님”
마침 사서실에는 사서장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서장은 졸음을 참기 위해 담배를 피우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응? 아아, 코우키! 대청소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전하는, 어떤 사람인거죠?”
진지한 코우키의 표정에 사서장은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한숨을 쉬었다. 놀라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분명 그가 이런 질문을 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 분명했다.
“자네는 정말 호기심이 많구먼, 꼭 알고 싶은 건가?”
“네”
“하아, 이것 참”
난감하다는 듯 한탄하는 사서장이었지만, 대답을 회피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사서장은 손짓으로 후리하타를 제 옆의 의자에 앉히더니 차분하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차피 신입사서 중, 자네 외엔 평민이 없으니 다른 자들은 다 알 테니까 이야기 해 주겠네. 평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귀족들 중에서는 지금 전하의 재위에 의문을 품고 있는 자들도 있다네.”
“네? 어째서요? 왕권 이란 건 절대적인 것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알다시피 인간이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법이지 않는가. 돈이든 권력이든 말이야”
쓴 웃음을 지은 사서장은 바깥에 누가 오지 않을까 불안한지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몇 번이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그들이 주로 트집을 잡는 것은 전하의 나이나 출생 등이지”
“어린 왕이 군림하지 마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냐. 출생성분이 문제였지. 전하의 어머니, 그러니까 돌아가신 왕비님이 평민 출신이었으니까”
‘만약 귀족의 영애라면 말이 달랐을 텐데’ 그렇게 덧붙이고 혀를 찬 사서장은 결국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후리하타는 담배연기가 싫었지만 차마 사서장에게 흡연을 그만둬 달라 요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뭐, 난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지만. 평민도 사람이고, 엄연히 선왕께서 고른 신부니까 왕비로 인정 못한다느니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왕이 될 자격이 없느니 하는 놈들은 그야말로 무례한 무리지. 선왕의 뜻을 거스르겠단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랑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귀족도 많으니까 전하께서도 힘들겠지”
“…그런 것 이었군요”
후리하타는 대답을 아꼈다. ‘불쌍하다’고 말하기에는 그 대상이 너무나도 위에 있어 감히 자신이 동정할 수 없었고, ‘이건 불공평하다’라고 말하기에는 그가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귀족과 평민, 왕족, 왕권계승과 아카시 세이쥬로 전하… 자신과는 멀었던, 복잡한 이야기. 지금 자신이 왕립도서관에 없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이야기. 대청소가 덜 끝난 제 5자료실 내부처럼, 정보로 엉망진창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후리하타는 정중히 사서장에게 인사를 하고 자료실로 돌아왔다.
‘이런 왕인데도 말이지’
아카시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울렸다. 후리하타는 조금 괴로워져 일에 몰두하기 위해 책장의 책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고 마른걸레를 가지고 왔다. 닦고, 또 닦아도 책장의 먼지는 사라졌지만 후리하타의 머릿속은 깨끗해지지 않았다.
왕은, 아카시는, 자신이 왕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후리하타의 한숨에, 남아있던 먼지가 공중에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