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美
written by Esoruen
제드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분명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는 자신도 단 것을 먹었던 것 같지만, 두 손으로 나이를 셀 수 없는 지금은 달짝지근한 복숭아 정도도 꺼려질 만큼 단것에 대한 욕심은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들은 달라, 사부가 바깥 외출을 하고 온 후 사온 과자들에 눈을 빛내곤 했다. 그는 그걸 딱히 한심하다고 여기진 않았지만, 자신은 저러지 않는다는 약간의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12살짜리 소년의, 귀여운 자만심 같은 것이었다.
오늘도 사부는 수련생들 머릿수만큼 과자를 사왔다. 이번에 사온 과자는 만쥬로, 한 명당 한 개씩 먹으면 딱 맞는 숫자만큼이 커다란 종이봉투에 들어있다.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 한다”
사부는 자신의 아들인 쉔에게 종이봉투를 주고 돌아갔다. 쉔은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봉투 속 달콤한 과자들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고 수련생들을 불러 모았다.
“한 명당 하나씩”
“한개? 그걸 누구 코에 붙여?”
수련생들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 중 대놓고 불평을 말한 것은 케넨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수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불평은 말게”
균형과 공평은 킨코우의 기본이었다. 그건 먹을 것에도 마찬가지, 누구 한명이라도 안 먹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제드는 안 먹어도 상관없긴 했지만, 그건 그 나름의 문제일 뿐이었다.
쉔은 한명 한명에게 직접 만쥬를 나눠주었다. 자신이 책임지고 나눠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케넨처럼 혹시 누가 하나 이상을 슬쩍하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자처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쉔의 그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에잇!”
쉔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봉투는, 어느새 바람과 같은 속도로 뛰쳐나가는 케넨의 손에 들려있었다. 아뿔싸. 작은 한숨을 쉬는 쉔과 달리 다른 수련생들은 여태껏 보지 못한 엄청난 표정들로 도망친 케넨을 향해 소리쳤다.
“야!! 케넨!!”
“아칼리! 잡아!”
“어째서 내가… 아니, 가자”
다른 수련생들이 평소 케넨과 친했던 아칼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자, 그녀는 처음엔 난감해 하다가도 자신도 만쥬를 못 받은 사실을 떠올리고 케넨을 쫒아 방을 뛰쳐나갔다. 결국 방 안에 남은 것은 쉔과 제드뿐. 쉔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제드를 향해 말을 걸었다.
“넌 안 쫒아가?”
“단거에 목숨 걸고 쫒아가고 싶진 않은데”
“하긴, 넌 단건 잘 안 먹었지”
“넌 안 쫒아가나? 너도 못 먹었잖아”
쉔도 단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아직 어리기는 했던 탓에 사부나 동료가 단 것을 주면 거절하지 않고 잘 받아먹는 편이었다.
“뭐, 다들 잡아오겠지”
“쯧 그렇게 여유로워서야”
혀를 찬 제드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살짝 찌그러진 만쥬 두 개였다.
이걸 어떻게? 그런 표정으로 쉔이 제드를 보자, 제드는 어깨를 으쓱이고 만쥬를 빼앗은 방법을 말해줬다.
“케넨이 빼앗아 갈 것 같기에, 네 뒤에 서 있다가 녀석이 낚아채가는 순간 봉지 뒤를 조금 뜯었지”
“그럴 거였다면 그냥 케넨의 손에서 빼앗아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누구 좋으라고? 저 꼴을 보라고. 우습잖아”
얄밉게 웃으며 빼앗은 만쥬를 한입 베어 문 제드는 제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단맛에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단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 딱히 불쾌할 정도로 지독하게 달진 않았지만,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달콤함이 괜히 심금을 건드리는 것이, 어쩐지 싫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감각이 들었다.
쉔은 제드가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자신도 한입 가득 만쥬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입 안의 만쥬를 꼭꼭 씹어 삼킨 쉔은 이제야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제드를 보았다.
“봉지를 뜯어버렸다면 안의 내용물이 두 개만 나온 게 아닐 텐데”
제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 안의 만쥬를 씹으며 쉔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뿐, 그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제드”
“아, 왜”
“다른 만쥬들은?”
“아마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있겠지. 케넨 녀석 울어버릴지도. 뭐 자업자득이지만”
어깨를 으쓱인 제드는 손을 털고 웃었다. 아마도 케넨이 우는 모습을 상상하는 모양이었지만 쉔은 엄한 표정으로 그를 문책할 뿐이었다.
“그러면 다른 동료들 몫은?”
“알게 뭐야, 너랑 나만 먹으면 되는 거지”
“아?”
쉔의 반문에 제드는 ‘흠’ 하고 작게 신음하고 모른 척 방을 나갔다.
“난 자러간다. 졸려”
혼자 남은 쉔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작게 웃고 입가에 묻은 만쥬 부스러기를 닦았다. 저 멀리서 케넨의 우는소리와, 원망 섞인 수련생들의 고함이 들려오자 쉔은 언제 만쥬를 먹었냐는 표정으로 말썽 해결을 위해 시끄러운 소리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