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의 심판

후보 : 징크스

날짜 : CLE 2X년 XX월 XX일

 

 

관찰

 

회랑을 울리던 요란한 발걸음 소리는 대리석 문 앞에서 멈추었다, 깡마른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워 보이는 로켓 런처와 미니건, 그리고 레이저총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살벌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광기어린 형광색 눈동자를 굴리고, 화약 약품의 색을 닮은 땋은 머리를 휙휙 손으로 돌리며, 징크스는 대리석 문에 적힌 글자를 큰 소리로 읽었다.

진정한 적은 그대 안에 있나니.

 

“하!”

 

그것은 마치 어이없는 코미디를 본 후의 관객과 같은 웃음이었다. 심판을 받으러 온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유쾌한 그녀는, 이 문 너머에 무엇이 있든 두렵지 않았다. 세게 걷어차 버리면 부러질 듯 얇은 발목과 달리, 힘껏 문을 걷어찬 그녀는 어둠으로 꽉 찬 내부로 들어서며 작게 콧노래를 불렀다.

 

 

 

회고

 

오늘도 필트오버의 평화는 폭발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낡은 시계탑이 중간부터 무너지고,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선명하고 자극적인 핫핑크색 페인트는 회색빛 마을에 광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징크스. 페인트가 나타낸 문자는 범인의 이름. 여기저기 튀는 건물 잔해 사이에서 광기어린 웃음을 짓는 그녀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발을 움직였다.

 

“하하하! 전~부 무너지면 되는 거야!”

 

도망치는 사람들과 폐허가 되는 마을 속, 징크스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는 기쁨에 우스꽝스러운 춤을 멈출 수 없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파괴욕구. 그것은 그녀의 머리색과 눈 색이 변해버렸을 때부터 생겨난 후천적인 충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버리기 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에게 과거란 저기 부서진 시계탑이나, 거기 깔려 죽은 시체들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는 것 보다, 즐기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징크스 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그렇지 못했다.

 

붕괴의 즐거움을 전부 즐기기도 전, 저 멀리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설치해 둔 폭탄은 이미 다 터진 후였으니, 이 소음은 자신 외의 존재가 만들어 낸 것이리라.

저 멀리서 성난 표정으로 달려오는 필트오버의 집행자는 징크스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징크스!”

“늦었다고 주먹충 아가씨~! 자, 술래잡기 시간이야!”

 

자신의 머리통의 두 배나 되는 주먹이 가녀린 몸통을 스쳐지나가는 동안, 징크스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그렇게 외쳤다. 징크스에게 이 추격전은 익숙하고 지루한 최고의 유희였다. 자신은 언제나 능숙하게 빠져나갔고, 패배하는 것은 늘 보안관이었다.

이번에도 분명 승리는 자신의 것. 징크스는 제 머리털을 다 걸고 확신할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둔 비행선까지 도망가서,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바이는 닭 쫒던 개처럼 자신을 바라보며 분을 삭일 것이 분명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떠올리며 폭소한 징크스는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바이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쫒아오고 있었고, 탈주로는 깨끗했다.

 

아아, 오늘도 시시한 피날레!

 

저 멀리 보이는 비행선으로 발돋움 한 징크스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무기 생선대가리를 바이에게 겨누었다.

 

“잘 가! 술래잡기 끝!”

 

하지만 화약과 탄환을 내뿜은 것은 징크스의 로켓 런처가 아니었다.

저 멀리서 날아온 저격총의 탄환이 징크스의 손을 스치고, 불쌍한 생선대가리는 주인의 손을 떠나 바닥에 나뒹굴고 나서야 징크스는 오늘의 놀이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챘다.

 

“나이스, 컵케이크!”

 

바이는 저 멀리 케이틀린에게 인사하고, 우람한 주먹을 징크스의 머리통에 내리꽂았다. 징크스는 다행히 제 머리가 산산조각 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끈이 끊어진 인형극용 인형처럼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지만. 징크스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변수도, 그녀에겐 신선한 자극일 뿐이었으니까.

자 다음엔 어떻게 될까. 징크스는 미니건을 뽑으며 상상했다. 죽을까, 죽일까.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징크스?”

 

엄숙한 목소리는 분명 몸의 주인과 일치하지 않았다. 진지한 질문과 달리 징크스는 늘 보던 익숙한 얼굴에서 나오는 낮선 목소리가 우스운지, 또 한 번 폭소하고 말았다.

 

“푸하하! 영감님 목소리로 말하는 바이라니! 몇배는 더 멍청해 보이는걸!”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징크스”

 

그녀의 비웃음이 불쾌하지 않은지, 바이는, 아니 정확히는 바이의 얼굴을 한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상대방의 반응이 따분하자 금방 흥미가 사라진 것인지 웃음을 멈춘 징크스는 바닥을 구르는 생선대가리를 어깨에 걸치고 말했다.

 

“난 다 부숴 버릴 거야! 필트오버를 부수는 건 이제 질렸어! 여긴 부술게 많아 보이는 걸?”

“그러면 세상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답한 것은 생선대가리였다. 정확하게는, 생선대가리인 척 하는 징크스였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어휴, 정말 답답한 무기야 넌! 전~부 부수면 개운해질 거라고!”

 

그렇게 로켓 런처에게 훈계한 징크스는 한쪽 눈썹을 찡긋 올리며 바이를 바라보았다.

 

“속마음이 드러난 기분이 어떤가?”

 

징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시시해~ 다른 걸 부수러 가야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 필트오버의 풍경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깜깜한 어둠 속, 환한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발견한 징크스는, 새로운 과녁을 찾으러 가는 즐거움을 숨기지 않는 경박한 걸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로 향하는 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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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징크스는 리그의 심판이 없는가를 고찰하며 쓴 리그의 심판 오브 징크스

징크스는 제 신부입니다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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