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Sweet!

05 

written by Esoruen

 

 

 

무라사키바라는 히무로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읽다 말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3시간이나 인터뷰 했는데, 겨우 3페이지 나온 거야 무로칭?”

“그러게, 하하…”

 

빼앗긴 시간이 억울하지도 않은지 히무로는 웃으며 탄산음료를 들이켰다. 한 달 전 있었던 잡지 인터뷰에 실린 사진 속의 히무로는, 지금 무라사키바라 옆의 실물과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데뷔한지 한 달이 지나자, 히무로와 무라사키바라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거리를 걸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적었던 히무로는 이제는 거리를 걸으면 한 두 명 정도 꼭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 오거나 사진을 찍었고, 무라사키바라는 그런 히무로에게 과도하게 접근해오는 팬을 막거나 바쁘게 스케줄을 잡으러 움직여야 했었다. 바빠진 것은 좋았지만, 힘들지 않다면 거짓일터. 하지만 히무로는 힘들수록 더 기뻐했다.

 

“맞아, 무로칭. 요즘 좀 빠진 것 같은데 괜찮아?”

“에? 그래?”

“응. 얼굴이 반쪽이 됐고. 다이어트? 무로칭은 더 빼면 추하고”

 

진지한 무라사키바라의 말과 달리 히무로는 가볍게 ‘그런가?’ 라고 대답하고 곧 있을 제 무대를 위해 일어섰다. 뒤에서 바라본 히무로의 뒷모습을 본 무라사키바라는, 눈에 띄게 야윈 히무로의 허리를 보고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럼, 다녀올게 아츠시!”

 

히무로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무라사키바라는 그의 노래가 시작하기 전 재빨리 코디에게 달려갔다.

 

“무로칭, 요즘 좀 빠졌지?”

“예? 아, 네! 어휴, 더 빠지면 사이즈가 안 맞을 텐데 큰일이에요”

 

코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이쯤 되면 매니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무언가, 대책을 강구해야 함을 느끼는 무라사키바라였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억지로 먹인다. 아주 간단하고 직설적인 방법이지만 히무로는 제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했으니 이건 무리였다.

운동량을 줄인다. 이건 더 불가능 했다. 안 그래도 한창 활동 중인 가수에게 움직이지 마라는 것은 일을 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의미. 이것도 안 된다면, 무라사키바라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아츠시, 수건 있어?”

 

어느새 무대가 끝난 히무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준비해 둔 수건을 내민 무라사키바라는 앞 뒷말을 다 잘라먹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

 

“무로칭 운동하자”

“하아?”

“트레이너 구해달라고 회사에 말할게”

“무대 퍼포먼스로 웃통 깔 때는 좋을 거 같네”

 

저런 농담을 한다는 것은 싫다는 건 아니라는 거겠지.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의 말에 어지간해서는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그 자체가 성격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매니저의 말이라면 부당하지 않은 이상 따른다’라는 마음가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솔직히, 히무로씨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으니까 근육만 약간 더 생기면 더 멋있을 거예요!”

 

코디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조심스럽게 제 의견을 내놓았다. 붉어진 뺨, 기대에 찬 눈빛, 지금 코디는 단순히 그의 코디이기 보다 가수 ‘TATSUYA'의 팬 같았다.

 

“들었지? 무로칭 내일부터 운동이야?”

“네, 네”

“대충 듣지 말고”

“알았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 응?”

 

히무로가 보채는 탓에, 무라사키바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싫다고 하는 것도 아닌 사람에게 여러 번 말할 필요는 없겠지’

무라사키바라는 잔소리 대신 휴대폰을 꺼내, 일정을 메모했다.

 

 

 

 

다음날, 히무로는 기획사에 출근하자마자 회사 건물 지하에 위치한 헬스장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혼이 빠진듯한 표정으로 헬스장을 둘러보던 히무로는 자신을 끌고 온 무라사키바라를 힐끔 바라보았다. 히무로는 제 매니저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했을 때 그저 근처 공원에 조깅을 하거나 줄넘기를 하는 등, 가벼운 운동을 생각했었지 이런 본격적인 일을 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츠시 꽤 본격적이네”

“월급 값은 해야 하고”

“그건 그렇지만… 아니, 그럼 이 시간 있는 보컬트레이닝은?”

“2시간 뒤로 미뤘고~ 걱정 마 한 시간 운동하고 한 시간 쉬게 해줄 거니까”

 

마치 대단한 호의를 베푸는 듯 의기양양하게 말한 무라사키바라는 히무로의 품에 트레이닝복을 떠넘기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럼 난 이만~ 무로칭 힘내~”

“자, 잠깐 아츠시?!”

 

히무로의 간절한 부름을 못 들은 척 한 무라사키바라는 냉정하게 제 할 일을 위해 위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히무로는 결국 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수용하기로 하고 얌전히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히무로는 40분간 지옥을 보고 왔다.

데뷔 전에도, 가끔은 운동을 한 히무로는 코치가 붙어서 지도하는 헬스를 우습게보고 있었다. 어차피 움직이는 것은 그게 그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였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씻으러 가기 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히무로는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누가 보면 땀에 젖은 것이 아니라, 물이라도 뒤집어 쓴 줄 알 정도로 그는 땀을 심하게 흘린 후였다. 스포츠 음료를 마시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겨우 제 몸을 진정시킨 히무로가 씻으러 가기 위해 일어나려는 순간

 

“선배님, 이거…!”

 

히무로 앞에, 작고 흰 손이 나타났다.

 

“아”

 

히무로에게 파스를 건넨 것은 같은 소속사에 아이돌 가수 중 한명이었다. 조금 있으면 데뷔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리더인 그녀는,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의 전형적인 ‘남자들이 좋아할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귀엽네’ 속으로 생각했을 뿐인데 히무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긴, 역으로 생각하자면 이렇게 귀여우니 아이돌 그룹의 리더가 된 것이겠지.

 

“고마워, 미카도 운동하러 온 거야?”

“네! 아무래도 데뷔 전에 더 빼야 할 것 같아서요…”

“미카가 더 뺄 곳이 있다고…?”

“그러는 선배님도 살 뺄 곳은 없어 보이는데 운동하러 오셨어요?”

“근육 트레이닝이야, 근육 트레이닝”

 

귀여운 여자아이와의 대화를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히무로는 이다음 보컬 트레이닝이 있었다. 한 시간의 쉬는 시간이 있긴 했어도, 그것도 씻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써버리면 정작 휴식할 시간은 거의 남지 않을 것이었다.

 

“아, 미안 난 먼저 가볼게! 운동 열심히 해. 무리는 말고”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정중한 후배의 배꼽인사를 받은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탈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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