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애캐 맞추기 해서 다 맞춘 화분님께 드리는 수영게이들 ^p^

 

 

 

더블데이트 

written by Esoruen

to. 화분님

 

 

 

“나기사군, 조금 천천히 가요!”

“에, 무슨 소리야 조금 있으면 런치타임 끝나잖아~! 얼른 가야지 레이쨩!”

 

일요일 오후, 시내의 역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만나자 마자 뜬금없이 경보를 하게 되어버렸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여유 있게 걸어도 무리가 아닌 시간으로 약속을 잡았었지만, 나기사가 늦잠을 자서 늦어버리는 바람에 식당의 런치타임에 맞추기 위해 뛰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참고서를 사러 나온 것이었는데 어째서 점심에 더 목숨을 걸게 되어버린 걸까.

레이는 그런 의문이 들긴 했지만 진지하게 런치타임 메뉴를 설명하는 나기사를 보고 그런 것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말이지, 거기 런치메뉴는 아무리 생각해도 B가 최고인데 하루쨩이나 마코토쨩은 A만 먹는다니까?”

“네, 네. 그럼 전 나기사군과 같이 B로 먹어줄게요”

“정말?! 역시 레이쨩이 최고야! 그러고 보니 나도 모두랑 같이 가는 것 외에 레이쨩과 둘이서 거기 가는 건 처음 같네!”

 

잔뜩 들뜬 나기사는 북적이는 식당 문을 열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시간이 시간인 만큼 가게 안은 사람으로 꽉 차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비어있었다.

‘나이스!’ 작게 환호하며 주먹을 불끈 쥔 나기사가 그곳에 앉으려는 순간, 비어있는 의자에 익숙한 가방이 날아왔다.

 

“나이스~! 자리 잡았어요 선배!”

“에? 어, 그, 너는?”

“응?”

 

테이블과 의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본 두 사람은 분명 구면이었다. 비록, 만난 적은 한번밖에 없지만 말이다.

 

“아! 저번 릴레이에서 평영 한 사람!”

“린쨩네 릴레이에서 배영한 사람 맞지?”

 

모모타로와 나기사는 서로를 알아채고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요, 그, 미코시바 모모타로입니다!”

“하즈키 나기사야! 혼자 온 거야?”

“아뇨, 그게…”

“뭐 하는 거야 모모군. 어…”

 

모모타로에게 핀잔을 주며 다가온 니토리는 나기사를 발견하고 고개를 꾸벅였다. 적어도 모모타로 보다는 여러 번 만난 적이 있고, 릴레이에선 같은 영법을 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나기사의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아이쨩! 뭐야, 둘이서 데이트?”

“데, 데이트라니요! 아니에요! 그냥 모모군이 참고서를 사려고 하는데 도와주러 나온 것뿐이에요!”

“어? 데이트 아니었어요?! 니토리 선배?!”

“무슨 말이야!!”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는 와중, 소란을 피우는 것이 거슬린 걸까 아니면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것으로 보인 걸까. 스리슬쩍 다가온 점원은 세 사람에게 물었다.

 

“저, 지금 남은 자리는 여기뿐인데, 두 분씩 오셨으니까 여기 합석해 주셔도 될까요?”

“아, 맞다 레이쨩!!”

 

입구에 레이를 두고 온 것을 이제야 떠올린 나기사는 급하게 가게 입구로 가서 레이를 끌고 테이블로 왔다. 물론 점원에게는 ‘기꺼이 합석하겠다’고 대답을 해 놓은 상태였다. 레이는 둘 뿐일 줄 알았던 자리에 이미 앉아있는 사메즈카 학원의 두 사람을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앗, 안녕하세요”

“어! 그, 접영한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류가자키 레이라고 합니다”

 

모모타로의 가벼운 인사와는 달리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레이 탓에, 모모타로는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든 걸까. 머리를 긁적이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아, 저 1학년이니까 존댓말 하지 않으셔도~”

“아, 그런가요? 하지만 이게 편해서…”

“그래, 그래! 레이쨩이 편한 쪽으로 부르면 되는 거지! 얼른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단칼에 끊어버린 나기사는 제 옆에 레이를 앉히고 메뉴판을 펼쳤다. 마침 메뉴판은 두 개였던 덕분에, 테이블에는 각자 온 일행끼리 메뉴판을 보며 메뉴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선배는 뭐 드실래요? 선배는 말랐으니까 잘 먹어야 해요!”

“너 지금 내가 너보다 작다고 이러는 거야…?”

“에이 선배는 저보다 근육도 없잖아요, 이게 뭐에요~”

 

모모타로는 덥석 니토리의 팔을 잡더니 가차 없이 주무르며 여과 없는 감상을 토해냈다. ‘눈치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레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기사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아이쨩은 나랑 비슷한 정도니까!”

“그럼 나기사 군도 조금 더 제대로 드시는 게…”

“그럼 난 정식 B세트로! 레이도 같은 거 먹을 거지?”

 

아까 오는 길에 같이 먹어주겠다는 약속도 있었고, 별로 레이 자신은 무엇을 먹어도 괜찮았으니까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렇게 이와토비의 두 사람은 간단히 점심메뉴를 정했지만, 사메즈카는 아직도 실랑이 중이었다.

 

“난 이거 먹을거야”

“엑, 그거요? 저랑 같이 C세트 먹어요! 그거 맛있는데”

“난 세트 메뉴 다 못 먹어”

“에이…”

 

그냥 따로 먹으면 되지. 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막상 자신도 나기사에 맞춰 메뉴를 골랐으니 남 말할 처지는 되지 못했다. 한참을 싸우던 두 사람은 결국 모모타로가 니토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여기 햄버그스테이크 하나랑 정식 B세트 두개, C세트 하나 주세요”

“나중에 먹다가 모자라다고 해도 안 줄 거예요…”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

“두 사람 사이좋네~”

 

나기사는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하긴,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두 사람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아무도 ‘운동부의 선후배’라곤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친하다는 말이 부끄러운 걸까, 니토리는 살짝 상기된 모른 척 고개를 돌릴 뿐이었지만 모모타로는 아니었다.

 

“그렇죠!? 뭐, 같은 방 쓰니까 당연할지도!”

“어, 정말?”

“예, 뭐 어쩌다 보니…”

“아이쨩이랑 모모군은 그럼 매일 같이 있겠네~ 조금 부러울지도!”

 

말을 끝맺으며 나기사의 시선이 레이를 향했지만 레이는 일부러 그 시선을 모른 척 하며 물과 수저를 놓았다. 레이는 나기사가 좋기는 했지만, 그건 같이 지내는 것 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예민해서 잠을 설치거나, 제 마음대로 방을 꾸밀수 없는 등. 같이 지내는 것에는 늘 이런 불편함이 따랐다. 레이는 아직,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기사와 사이좋게 지낼 용기가 없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가게가 제법 붐비는데도 불구하고 음식은 빨리 네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한참 배가 고팠던 나기사는 세팅이 끝나자마자 두 손을 모아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속도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한 뒤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생선가스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드세요, 나기사군”

“응? 으응! 엔안아 엔안아!”

“괜찮지 않습니다. 그러다 체하면 참고서 사러 가기도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요”

 

천천히 제 식사를 하면서도 나기사를 챙기는 레이의 모습은, 동급생이라고 하기 보단 다정한 형이나 어머니에 가까웠다. ‘성격도 좋네’ 모모타로는 비꼬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저렇게까지 상냥한 사람은 피해를 입으며 살기 마련인데’ 하는 오지랖 같은 잔걱정이 든 것은 덤이었다.

 

“모모군, 안 먹고 뭐해?”

 

니토리는 햄버그스테이크를 썰며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는 모모타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너무 쳐다보면 실례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이와토비의 두 사람에게서 니토리에게 시선을 돌린 모모타로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거, 제가 잘라드릴까요?”

“하아?”

“그렇게 쬐끔쬐끔 잘라서 무슨 맛으로 먹어요~ 제가 해 드릴게요!”

“필요 없어…! 그런 건 여자애들에게 해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니토리는 레이와 나기사를 번갈아 보았다. 설마 모모타로가 저걸 보고 ‘나도 선배에게 다정하게 대해 줘야지’ 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니토리는 설마 그럴 리가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의 예상은 맞은 것 같았다.

 

“꼭 여자애들에게만 친절한 사람 아니라고요, 전!”

“어쨌든 됐어!! 뭔가 도와주고 싶다면 제발 그냥 잘 때 뒤척이지 말고 얌전히 자! 네가 위에서 시끄럽게 해서 내가…!”

 

아. 니토리는 갑자기 조용해진 이와토비 콤비의 반응에 제 말이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살만한 구석이 있음을 알아챘다.

 

“아, 아니 저, 그 위라는 건…”

“두 사람 정말 사이좋군요…”

“힘내 아이쨩, 사랑이란 그런 거니까”

“그, 그런 거 아니에요!!”

 

니토리가 뭐라 말하려고 해도, 두 사람은 이미 오해할 대로 오해해 버린 건지 ‘다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에 임할 뿐, 그의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망했다’ 니토리는 절망한 표정으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울며 겨자 먹기로 포크질을 계속했다.

 

“…선배 괜찮아요?”

“…안 괜찮으니까 그냥 밥이나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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