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병으로 써본 조각글.
흰 장미의 꽃말은 순수함, 순결, 순진한사랑
제너럴은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에 입을 틀어막았다. 닿기만 해도 수분이 다 빠져나갈 것 같이 메마른 바람에는, 황무지의 붉은 흙의 냄새가 느껴졌다.
앞서나가는 블랙로즈들은 제너럴의 발걸음이 느려진 것을 금방 간파하고 행군을 멈추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너럴”
“…아무것도 아닙니다, 시야가 흐릿해지니 조금 불편해서 그만”
“그렇습니까?”
아누시카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행군을 계속했다. 다른 블랙로즈 단원들도 제너럴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그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 한 일을 자신들이 묻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되는지 눈짓만 하며 입을 열지는 않았다.
여전히 입을 가린 채 부하들을 뒤따르던 제너럴은, 가슴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불편한 느낌에 애써 고개를 치켜들었다. 기침이나 재채기와는 다른, 헛구역질과 과호흡 증상과도 다른 이 느낌은 제너럴에게는 익숙한 통증이었다.
“우욱”
주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신음한 제너럴의 혀끝에, 새하얀 꽃잎이 사뿐히 얹혔다. 그 꽃잎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바람에 실려 온 것도 아니었다. 꽃잎은 제너럴의 목구멍에서, 날숨과 함께 섞여 나온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 병은, 오직 제너럴 본인만의 비밀이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서 믿어줄 병도 아니었지만, 그는 이 병을 남에게 알리기가 부끄러웠다. 꽃을 토해낸다는 것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황도군 장군인 자신이 이런 병에 걸린 걸 우습게 여기지는 않을까, 그런 두려움은 곧 부끄러움으로 이어졌고 제너럴의 마음을 닫게 만들었다.
제너럴은 제 몸 상태를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책을 찾아보거나 군 밖의 소문을 주워듣는 것으로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꽃을 토하는 병’, 정확하게는 ‘구토중추화피성질환’ 짝사랑이 깊어지면 발병하는 병으로, 병이 낫는 방법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 밖에 없다. 책에서 읽은 그 내용을 떠올릴 때 마다, 제너럴은 비참한 기분에 울고 싶어지곤 했다.
‘완치하는 법은, 사랑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그 문장이 제너럴의 눈에는 ‘불치’와 같은 느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너럴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와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상대는 언제나 제너럴의 곁에 있어 줄 수도 없었고, 제너럴을 딱히 애틋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무뚝뚝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무엇이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 태도는 제너럴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같았다.
제너럴은 그 사람에게 있어 자신은 수많은 타인 중 한사람, 혹은 황도군에서 몇 없는 자신의 지인정도가 다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누군가가 아니라고 부정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누구든 ‘그 사람과 넌 어울리지 않잖아?’라고 딱 잘라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어릴 때부터 군에 묶여 살아온 자신과 무법지대를 떠돌아다니는 그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걸 그가 안다면, 그는 행복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제너럴이 스스로 제 사랑을 죽이게 만들었고, 이 병을 낳았다.
‘고백하면, 더 이상 이런 걸 토하지 않게 될까?’
손에 꽃잎을 뱉어낸 제너럴은 주먹을 꼭 쥐었다 폈다. 구겨진 꽃잎은 모래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제너럴은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모래바람에서 옅은 화약 냄새를 느꼈다.
무법지대의 모래바람은, 제너럴이 사랑하는 데스페라도와 꼭 닮아있다.
그래서 제너럴은 무법지대에 올 때 마다 그리움 속에 묻어둔 데스페라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연정으로 가득 차 괴로워질 때 쯤 그는 이렇게 꽃을 토해냈다.
또 다시 목 안쪽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도로 입을 가린 제너럴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한숨을 쉬었다. 바스락, 목구멍과 입 안을 긁는 소리와 함께 제너럴의 입에서 흰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듯 토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