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로찌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빠빠빠빰!!!!
호무라랑 영원히 행쇼하시길 >.ㅇ)9
생일 축하해
written by Esoruen
to. tyaro
미타키하라 중학교는 내가 살고 있는 미타키하라 시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학교였다. 하지만 시설은 그다지 낡지 않았고, 교실이 유리벽으로 된 현대적 구조라던가 전자식 칠판을 사용하는 등, 상당히 진보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건 모두 학교가 설립 된 이후 조금씩 증축을 한 결과, 라고 입학 때 연단 위의 한 선생님이 말했던 것 같은데 사실 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입학식 연설을 제대로 듣고 기억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흘려듣고 새 교복과 새 친구들에게 집중할 뿐이지.
올해 봄 입학한 나는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1학년생이었다. 학교생활은 굳이 따지자면 마음에 드는 편이었고, 친구들도 그럭저럭 사귀었다.
하지만, 가장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아직 친해지지 못했었다.
“생일 축하해! 오늘 생일 맞지?”
오늘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내가 받은 질문은 저것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반 친구는 확신에 찬 얼굴로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확실히 오늘은 내 생일이 맞긴 하지만, 난 그걸 이야기 한 적이 없었는데…
“응, 어떻게 알았어?”
“다 방법이 있지~ 쨘! 이거!”
친구는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더니 작은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보라색 포장지로 잘 포장된 선물상자는 붉은색 리본이 묶여있었는데, 모양새가 썩 능숙한걸 봐선 아마도 이 선물을 산 가게의 점원이 포장해 준 물건 같았다.
“고마워, 솔직히 받을 줄 몰랐는데…”
“내용물은 집에 가서 확인해 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선물이라면 뭐든 주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니까, 나는 분명 내용물을 만족할 것이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선물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어, 너 오늘 생일이야?”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들은 같은 반의 사야카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응”
“엑, 미리 말해주지! 난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그거야 당연하겠지. 나와 사야카는 크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같은 반이고, 어쩌다 화제에 맞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수다를 떠는 정도? 다른 친구들 보단 친했지만, 절친하다고 까진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할까.
“저, 생일 선물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거라도 받아줄래?”
사야카의 뒤에 서있던 마도카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거슬리는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내밀었다. 대략 대여섯 개쯤으로 보이는 사탕은, 각각 다른 맛을 가진 건지 색이 전부 달랐다.
“괜찮은데…”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까! 받아 줄래?”
마도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받지 않으면 민망하겠지. 나는 두 손을 내밀어 사탕들을 받았다.
타이밍 좋게 이때 선생님이 들어와, 친구들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고 나도 수업준비를 하기 위해 사탕을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문득 하얀색의 사탕이 거슬려 그것만 따로 꺼내었다.
수업중이라도 하나쯤은 괜찮겠지. 입에 넣은 사탕은 달콤한 우유 맛이었다.
“잘 가~ 내일 봐!”
“잘 가, 오늘 고마워!”
수업이 마치자마자 친구들은 재빨리 교실을 빠져나갔다. 불행히도 생일날 주번인 나는, 마지막 문단속을 하기 위해 느릿느릿 책가방을 싸며 반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그때.
“잠시, 괜찮을까?”
가방 속만 노려보던 내게 다가온 것은 새까만 머리카락의 그녀였다.
이 반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가장 낯설고, 적어도 내 눈에는 가장 아름다운, 내가 가장 친해지고 싶은 상대인 그녀. 아케미 호무라가 지금 내게 다가오다니.
“어, 아케미?”
우리 반에 전학 온지 조금 지났지만 전혀 친구가 없는 그녀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이 없었다. 다가오는 사람도 다 쳐내는 마당인데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지금이 꿈만 같았다. 아니면, 신이 내가 오늘 생일이라고 특별한 마법을 걸어주었다던가.
“이거, 받아”
호무라가 내민 것은 그녀의 머리색과 꼭 닮은 작은 핸드폰 고리였다. 새까만 고양이와 보석이 달린 핸드폰 고리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기에 나는 그걸 그녀가 ‘준비한’ 선물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선물. 생일 선물”
“내 생일인거, 어떻게 안거야…?”
내 질문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보답이야”
“응?”
“너는 말해줘도 잘 알지 못 할 거야. 그럼”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가방을 챙겨들고 나간 호무라는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비닐 속에서 반짝거리는 핸드폰 고리를 만지작거리고 살짝 웃었다.
그녀가 왜 내 생일을 챙겨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기뻤다. 친해지고 싶었던 상대가 먼저 내게 선물을 주다니. 세상에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고마워, 호무라…”
언제나 성으로만 부르지만, 혼자 있을 때 정도는 이름으로 불러줘도 괜찮겠지.
그녀가 듣지 못한 대답을 중얼거린 나는 혼자 남은 교실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