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성 키워드 결과물로 써보는 오셀로 증후군 디트프라
※ 중편 링크 http://mmdreamer.tistory.com/381
FOUL
下
written by Esoruen
먼지의 맛은 어지러운 정신을 일깨워주기엔 충분했다. 몇 시간이나 기절해 있었을까, 프라임은 배고픔과 갈증에 못 이겨 눈을 떴다.
아, 내가 기절했었구나. 프라임이 그걸 알아채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제 방에 갇힌 그는 나가겠다는 일념만으로 며칠이나 밤을 새며 비상열쇠를 만들었다. 먹을 것이 충분치 않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곳에서 머리를 쓰는 일은 고문과 같은 것. 결국 그는 열쇠를 거의 다 완성했을 때 쯤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고,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텅 빈 배는 공허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른 목은 모래를 삼킨 것 마냥 뻑뻑했다. 하지만 프라임은 먹고 마시는 것 보다 제가 만들다 만 열쇠부터 챙겼다.
‘조금만 더’
거의 다 완성해 놓고 기절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인 것일까. 그는 조금의 시간과 약간의 손놀림만으로도 열쇠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방을 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을 가둔 빌어먹을 남자의 면상을 후려치는 것.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에 바짝 다가간 그는 열쇠를 문에 꽂았다.
찰칵. 문이 열리는 소리. 프라임은 그 소리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디스트로이어!”
잘 먹지도 않은 몸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가 나올 수 있었을까. 버럭 소리 지르며 방을 뛰쳐나온 그는 주변을 살폈다. 디스트로이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슨 일이 있냐는 듯 자신을 힐끔힐끔 보는 황도군 병사들만이 복도에 몇몇 보일 뿐이었다.
문에 기대 잠시 심호흡을 한 프라임은 순식간에 흑백이 반복되는 시야에 눈을 감았다. 영양 부족인가, 그것도 아니면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부작용인가. 그는 어지러웠다. 어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봐, 거기”
“네?”
벽을 짚으며 지나다니는 병사들에게 다가간 그는 힘겹게 눈을 뜨고 물었다. 물론 무엇에 대해 묻는지는 뻔했다.
“디스트로이어 어디 갔어?”
아, 그때 병사들의 표정은 뭐라고 표현해야 좋았을까. 당혹 혹은 놀람. 어찌되었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것 같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 두 병사는 힘겨워 보이는 프라임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라임, 며칠이나 방에 처박혀 있었던 겁니까? 일어설 수 있습니까?”
“안색이 안 좋습니다. 의무병을 부를까요?”
“대답이나 해. 곤란해 하는 게 얼굴에 뻔히 드러나는군?”
내밀어진 손을 무시한 그는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 병사들이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거나 디스트로이어와 한패이거나 할 리는 없었지만, 지금의 프라임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병사들은 그의 말에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것 같더니, 이윽고 한 병사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소식, 못 들었습니까?”
“뭐가?”
“디스트로이어는, 그, 영창에 갔습니다”
영창?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프라임은 잠시 숨을 멈췄다.
“얼마나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었기에 모르시는 겁니까? 어제 갑자기 커맨더와 몇몇 병사들을 습격하고 사상자를 내는 바람에 오늘 새벽 영창으로 갔습니다. 그러니 늘 제가 무리하지 말고 가끔은 바깥 상황도 들어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걱정과 원망이 섞인 병사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그는 확실히 몇 가지 단어를 들었었다. 어제, 습격, 사상자, 영창.
“미친 새끼…”
디스트로이어는 분명 말할 때 까지 기다린다고 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제 방 앞에는 없고 다른 사람을 공격한 후라니. 제가 기절한 사이, 그는 무슨 작정으로 움직인 것인가.
프라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제3자에게 묻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으니까.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발걸음을 돌린 그가 향한 곳은 커맨더의 집무실이었다. 물론, 집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블랙로즈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정말로 ‘습격’ 당한 게 분명해 보였다. 병실로 찾아가 봐야 좋은 걸까. 아니면, 디스트로이어부터 만나봐야 좋은 걸까.
‘죽은 게 아니라면 나중에 찾아가도 괜찮겠지’
일단은 추궁이 우선이었다. 왜 자신을 가뒀는지, 왜 멀쩡한 사람들을 공격했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커맨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도 납득이 갈 것이 아닌가. 타는 갈증을 참아가며 영창으로 간 그는 굳은 표정의 보초병과 디스트로이어를 볼 수 있었다.
보초병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프라임의 안색을 보더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를 막았다.
“안 됩니다, 프라임”
“…뭐가?”
“디스트로이어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당신은 면회 금지입니다”
“누가 그렇게 정했어? 커맨더? 난 저 새끼한테 물어볼 게 있으니 좋은 말로 할 때 비켜”
‘하지만’ 그렇게 말하려 했던 보초병은 턱 아래에 파고든 자동권총에 입을 다물었다. 분명 다시 한 번 안 된다고 말했다가는, 제 머리는 무사하지 못하겠지. 결국 보초병은 제 목숨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감옥 안 디스트로이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숨소리만 조용히 들리는 감옥은, 낮인데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이봐”
프라임이 철창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자, 그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들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디스트로이어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가 올 줄 알고 있었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결국 열고 나왔네?”
“…물어볼게 산더미만큼 있지만 우선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지, 어떻게 문을 오작동 시켰지?”
“그건 말해줄 수 없어. 말했다간 영창에 더 오래 갇혀있거나 무사하지 못하게 될 일이니까”
속 시원하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프라임에겐 저 정도 대답으로도 충분했다. 어떤 방법이든, 옳지 않은 수단을 사용했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럼, 왜 다른 사람을 공격했어?”
“그거야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녀석이 있다면 제거하려고 했지”
“무엇 때문에?”
“몰라서 물어? 당연히 프라임이 좋아서잖아”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차분히 말로 풀어내려고 했던 프라임은 점점 목소리를 키우다가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벽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것보단 덜 답답할 텐데, 그는 감옥이라는 우리 안에 갇힌 짐승의 눈을 한 저 사내가 무서워졌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무서워하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왜 말이 안 돼?”
화를 내는 프라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디스트로이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물었다.
“내가 좋다는데 왜? 방해물을 제거하는 게 뭐 어때서?”
“난 너 싫다니까?”
“거짓말인거 다 알아.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놓고 싫어할 수는 없잖아?”
아마도 그가 말하는 ‘친절’은 중화기를 손봐준 일을 말하는 거겠지. 프라임은 과거 자신이 베푼 의미 없는 친절을 후회했다.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우리, 방해꾼을 피해 도망칠까?”
당황해 하는 프라임에게 속삭이며 그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폭탄을 꺼냈다. 프라임은 그 폭탄이 뭔지 알고 있었다. 저건 본인이 개발해 황도군에 넘긴 신형 폭탄이었으니까.
“너, 네가 왜, 그걸?”
“자세한 건 묻지 마, 멋없게”
폭탄을 쥔 손을 철창에 바짝 붙인 그는 프라임의 옷자락을 꽉 잡아당겼다.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도망치지 않게, 디스트로이어는 사랑하는 이를 놓지 않았다.
째깍째깍. 폭탄의 카운트다운 소리는 조용한 감옥에선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프라임은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친 새끼”
째깍. 째깍. 디스트로이어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지 말고”
째깍
“사랑한다고 말해줘, 프라임”
+
어째 오셀로 증후군이 아니라 평범한 얀데레처럼 되어버린 느낌이...
디스트로이어는 프라임과 이미 썸도 타고 나름 연애를 한다고 생각해 프라임이 자기가 싫다는게 원래 싫은게 아니라 누구랑 바람나서 그런 줄 알고 계속 추궁하고 다 때려부수고 하다 결국 둘이서 함께 천국가는 내용이었습니다 (?)
디트프라 파세요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