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2시 소설을 쓰고 만 저
진짜, 이게 마지막. 더 이상은 안씁니다 쓰면 그걸로 회지냅니다.. 그렇게 알아주세요
그리고 정말 회지로 나오게 되면..()
이 소설은 '2시' 소설의 외전격 소설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2시를 읽을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Bad Bye
written by Esoruen
이마요시는 제 방 책상에서 공책을 펴 놓은 채 몇 시간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검은색 잉크 펜은 허공에만 계속 떠 있을 뿐, 새하얀 종이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못했다. 차라리 공부하는 것이라면 손이 빨리 움직일 텐데, 이마요시를 작게 한숨을 짓고 웃었다. 그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수험공부가 아니었다. 그는 편지를 적고 있었다.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남길 말을, 편지로 적고 있었다.
유서를 쓰는 방법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그라도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이 자살을 할 줄은 몰랐고, 유서를 적을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못했었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만큼, 그는 지금 유서를 적어야 했다. 죽기로 한 결심이 물러서지 않도록, 자신을 죽음의 그 끝으로 몰아붙일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유서를 적어야 했다.
으음. 작게 신음한 그는 망설이다가 한 단어를 적었다. 유서. 마치 소설의 제목을 붙이듯 덩그러니 그것만 써놓았을 뿐인데도 이미 이마요시는 자신이 벌써 죽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다음은 무엇을 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어쩐지 자신이 우스워졌다.
“아무리 공부해도 결국 지 마지막 가는 길에 할 말도 못적구마, 내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린 그는 머리를 헝클였다. 제 삶이 가치 없이 느껴진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마요시는 그런 기분에 휩싸여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윈터컵에서 탈락하고, 은퇴를 하고 돌아왔을 때 후배들의 눈빛을 그는 잊지 못했다. 인터하이에서의 성적에 비하자면 형편없다 못해 비참한 탈락. 그 실망과 좌절. 경기 자체는 승패를 떠나 훌륭했다 해도 결국 진 팀은 그것 뿐, 모든 영광은 승리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의외로 담담했던 아오미네, 자신과 스사의 은퇴에 서운해 하던 사쿠라이, 그리고 다음 주장을 넘겨받고 어찌할 줄 모르던 와카마츠.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스사와 은퇴한 그날 이마요시는 전혀 허무하지 않았다. 비록 초반에 탈락했지만 마지막 경기로서는 진 경기지만 훌륭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
농구부 밖의 시선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아니, 당장 2군 멤버들로 부터도 그들은 좋은 가십거리가 되었다. ‘오만한 에이스 때문에 팀이 망했다’ ‘토오 학원 농구부 역사의 수치다’ 이런 말은 애교였다. ‘이게 다 팀 관리를 못한 감독과 주장 탓이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이마요시는 무엇을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비난까지는 어찌어찌 견뎌 낼 수 있었지만 그 다음으로 그를 괴롭히는 것은 무력감이었다.
단지 농구를 그만 뒀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삶은 재미없어졌다. 공부를 하다가도 농구 생각이 났고, 마지막 경기가 자꾸만 떠올랐다. 스사에게 졸라 몇 번 몰래 연습이 끝난 체육관에서 농구를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것으로 이마요시의 무력감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제야 이마요시는 알았다. 아아, 난 생각보다 그 팀을 많이 사랑했구나.
팀워크라곤 없는, 어찌 보면 제 강함이 가장 중요한 팀이었지만 이마요시는 지금의 팀이 좋았다. 어쩌면 그는 그 팀이 이제 없다는 사실이 슬펐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년이면, 더 이상 토오 학생이 아니며 농구부의 주장도 아닌 자신이 낯설고 두려워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면 제가 그토록 아끼던 팀에게, 후배들에게, 은퇴할 때 아무것도 넘겨주지 못해서 였을지도 몰랐다.
근사하게 우승하고 은퇴하자.
언젠가 자신이 스사에게 한 말이었다. 스사는 그래야지, 라며 웃어보였었다. 그것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제 잘못만으로 진 것도 아닌 패배가, 이마요시에겐 미련으로 남아버렸다.
이제 팀의 주장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마요시는 농구부의 생각으로 수험공부가 잘 되질 않았다. 한심했다.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지게 된 것은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팀에게 승리도 못 안겨준 자신이 대학에는 들어 갈 수 있을까. 불안하고 막연한 미래, 생각해봐야 제게 좋을 것이 없는 것인데도 이마요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낼 수 없었다. 뒤에서 기다리는 것은 미련이 남은 절망의 과거,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미래. 이마요시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지금, 현재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아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무언가는, 허무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며 앉아있던 이마요시의 펜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조차 멈추고, 순식간에 이런저런 말을 중구난방하게 적어가던 이마요시는 연습장의 중간정도를 채우고 한숨과 함께 펜을 멈추었다. 이다음에는 무엇을 적을까. 같은 고민에 또 빠졌던 그는 사과를 적어나갔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사과만 하고 비겁하게 도망가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는 역시 팀원들에게 남기는 말을 적었다.
아오미네는 연습 좀 나오고, 스사는 좋은 대학 들어가길 빌고, 사쿠라이는 사과 좀 그만 하고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차기주장인 와카마츠…
“와카마츠”
그러고 보니 와카마츠에겐 유독 적을 말이 많았다. 다음 차기주장인 와카마츠는, 이마요시가 팀 내에서도 스사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아오미네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자신 대신 화를 내거나 군기를 잡던 것도 와카마츠였고, 사쿠라이의 우유부단한 사과를 일갈해 충고하는 것도, 자신의 말에는 뭐든 따르고 도와줬던 것도 와카마츠였다. 다음 차기주장은 와카마츠인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제 수족(手足)이나 다름없던 사람이었으니까.
이마요시는 와카마츠에게 무언가 죄책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잘 따라줬는데, 자신은 주장 자리 외엔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우승을 해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담감만 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이 우승하지 못했으니, 분명 내년의 압박은 더 크겠지. 그리고 그 압박은 고스란히 주장인 와카마츠가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었다.
글씨를 쓰려던 이마요시의 손이 덜덜 떨리더니, 흰 종이 위에 눈물이 떨어졌다. 번져가는 잉크, 한숨 소리만 나오는 목이 막혀왔다.
꾸역꾸역 연습장 한 장을 다 채운 그는 유서를 곱게 접어 제 상의 져지 주머니에 넣었다. 잘 있어라. 유서 마지막에 적은 그 말을 이마요시는 다시 읊조렸다. 누구를 향한 작별인사인지는 그도 유서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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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마요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건 뭐였을까요
쓴 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뭘 쓴걸까요 전,..